몰상식한 슈투트가르트의 행태가 되레 자신들의 얼굴에 침을 뱉는 결과를 낳았다. 오현규(24, 헹크)가 멕시코전에서 골을 터뜨리며 건재함을 입증하자, 소속팀 헹크가 그들을 조롱했다.
한국 대표팀은 지난 10일 미국 내슈빌에서 열린 멕시코와의 친선전에서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아쉬운 결과였지만, 최전방 스트라이커 오현규의 활약은 단연 돋보였다. 그는 1-1로 팽팽히 맞선 후반 30분, 이강인의 패스를 받아 오른발로 강력하게 마무리하며 역전골을 터뜨렸다. 비록 종료 직전 동점골을 허용하며 승리를 놓쳤으나, 오현규의 골은 한국 축구의 새로운 무기를 보여줬다.

선발 원톱으로 나선 그는 골 장면 외에도 활발한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전반 15분 강력한 몸싸움 끝에 슈팅 기회를 만들었고, 이후에도 제공권과 압박으로 팀 공격의 기점을 만들었다. 86분 동안 그라운드를 누빈 그는 슈팅 4회, 유효 슈팅 2회, 드리블 성공 1회, 그리고 1골을 기록하며 눈부신 존재감을 증명했다. 통계 매체 ‘풋몹’은 평점 8.4점을 부여하며 경기 최우수 선수로 선정했다.
이날 오현규의 활약은 최근 이적 소동과 겹쳐 더욱 상징적이었다. 지난 여름 이적 시장 막판, 그는 분데스리가 슈투트가르트와 이적 합의를 앞두고 있었다. 헹크는 2800만 유로(약 455억 원)의 거액 제안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었지만, 메디컬 테스트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슈투트가르트는 과거 오현규의 무릎 십자인대 부상 이력을 이유로 계약을 철회했다.
알고 보니 이는 단순한 건강 우려가 아니었다. ‘빌트’ 등 독일 현지 보도에 따르면 슈투트가르트는 이적료를 깎거나 임대 형태로 계약을 바꾸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적료 할인과 임대 후 이적 등이 모두 거부당하자 갑자기 메디컬 테스트 실패라고 발표한 것.

그러나 공식적으로 슈투트가르트의 메디컬 테스트는 완전히 종료된 상황. 헹크와 오현규 입장에서는 황당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의연했다. 대표팀 합류 직후 “다 지나간 일이다. 전화위복으로 삼겠다. 더 강해지면 된다”고 말하며 담담히 받아들였다.
그리고 멕시코전에서의 골. 오현규는 득점 직후 무릎을 가리키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이는 과거 십자인대 부상이 더 이상 걸림돌이 아님을 상징하는 장면이었다. 팬들에게는 당당하게 자신의 건재를 알린 것이고 졸렬한 슈투트가르트에는 통쾌한 반박을 던진 순간이었다.
헹크 역시 가만있지 않았다. 구단 공식 소셜미디어에 “오현규 1-0 메디컬 테스트”라는 짧은 문장을 올리며 슈투트가르트를 저격했다. 단순히 선수의 득점을 축하하는 차원이 아닌, 이적 무산의 책임이 어디에 있었는지를 꼬집는 뼈 있는 멘트였다.
슈투트가르트가 오현규를 외면한 뒤 한국 대표팀 무대에서 곧바로 골을 터뜨렸으니, 이보다 더 뼈아픈 반박은 없었다. 현재 한국 대표팀은 장기 부상으로 이탈한 조규성, 일본에서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는 오세훈 대신 확실한 스트라이커 자원이 절실하다. 오현규는 이번 미국 원정에서 그 해답을 보여줬다. 손흥민과는 다른 스타일의 전형적 스트라이커로, 상황에 맞춰 번갈아 기용하거나 함께 투톱을 구성할 수 있는 카드다.
헹크 역시 안심할 수 있게 됐다. 팀의 주축 공격수를 잃을 뻔했지만, 남은 자원이 오히려 대표팀 무대에서 가치를 증명하며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 슈투트가르트가 놓친 보석을 헹크가 지켜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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