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루수로도 훈련한다".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은 지난 11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광주경기에서 4-0으로 승리한 이후 내야수 윤도현(23)의 이름을 특별히 언급하며 칭찬했다. "도현이가 경기를 거듭할수록 공수에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승장의 승리 소감 멘트였다.
복귀와 동시에 5경기째 리드오프로 출전한 윤도현은 4타석 3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첫 타석은 뜬공, 두 번째 타석은 삼진으로 물러났다. 이후 타석에서 기여도가 높았다. 0-0이던 6회말 김호령이 선두타자 볼넷으로 출루하자 1루 선상에 번트를 성공시켰다. 박찬호의 적시타로 결승점으로 이어졌다.
1-0으로 앞선 8회말 공격에서도 선두타자 김호령이 또 볼넷을 골라냈다. 상대가 번트수비를 위해 전진수비를 펼쳤고 윤도현은 번트 모션을 취하다 강공으로 전환해 좌전안타를 터트렸다. 무사 1,3루로 이어지는 결정적인 안타였다. 또 박찬호가 싹쓸이 3루타를 터트려 승리로 이어졌다.

1루 주자로 질풍처럼 뛰어 빠르게 홈을 밟았다. 박찬호가 "도현이 때문에 타점도 하나 더 올리고 3루타가 되었다. 장타율이 조금 높아졌다. 발은 나보다 빠르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뿐만 아니라 8회초 1사1,2루에서 대타 김헌곤의 까다로운 바운드를 이겨내고 잘 포구해 안정된 송구로 아웃카운트를 잡아내는 등 멋진 수비도 보였다.
입단 직후부터 4년째 되풀이되는 지긋지긋한 부상에서 복귀해 리드오프로 제몫을 하고 있다. 정교한 타격과 장타력에 빠른 발까지 과시하고 있다. 상황에 따른 대처능력 보강이 필요하지만 3루수로도 안정감을 보이고 있다. 포구는 물론 입스까지 찾아왔던 송구도 문제가 없다. 확실한 리드오프 주전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 감독의 눈은 벌써 내년을 향하고 있다. 타격재능이 뛰어난 윤도현이 풀타임을 뛸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포지션이 걸리는 대목이다. 어차피 3루수는 김도영이 맡아야 한다. 유격수는 FA 이적가능성이 변수이지만 부동의 박찬호가 버티고 있다. 2루수가 가장 적합하지만 김선빈이 아직은 주전이다. 그래서 1루까지 폭넓게 기용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

이 감독은 "수비는 송구능력을 감안하면 3루와 유격수는 힘들 것으로 판단한다. 2루수를 보는게 가장 좋다. 선빈이가 나가면 도현이를 활용해야 한다. 타격 재능이 아깝다. 1루수로 마무리 캠프에 연습할 것이다. 내야 전포지션을 만들어 타석 채우고 나가야 팀 미래가 좋다. 결국 선빈 이어 2루를 맡는게 이상적이다"고 말했다.
아울러 "남은 경기에 많은 타석수를 채워야 한다. 타석에서 공격적이고 자기 스윙을 하고 타이밍도 잘 맞춘다. 안타치기 위해 톡톡 맞추지 않고 제대로 된 자기 스윙을 한다. 이렇게 해야 나중에 안타치고 홈런치는 선수로 성장한다. 경험이 쌓이면 노림수도 생기고 투구를 맞히는 능력도 커진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포지션이 없더라도 최대한 활용해 반드시 주력타자 키우겠다는 사령탑의 의지였다. 이제는 아프지말 않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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