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와 SSG로 이어지는 구단 역사에서 24년 묵은 기록을 깨뜨렸다. 메릴 켈리, 윌머 폰트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구단 역사상 최고 외국인 반열에 올라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MVP급 성적을 찍고 있음에도 MVP를 논하기 힘든 불운의 주인공이 SSG에 있다. 드류 앤더슨이다.
SSG 앤더슨은 10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정규시즌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90개의 공을 던지며 4피안타(1피홈런) 무4사구 11탈삼진 3실점(2자책점)의 성적을 찍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하지만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고 팀은 4-5로 재역전패를 당했다.

하지만 앤더슨은 이날 대기록을 달성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214탈삼진을 기록하고 있었다. 1회 선두타자 김주원을 삼진 처리한 앤더슨은 시즌 215탈삼진을 기록했다. 2001년 SSG의 전신 SK 와이번스 시절 페르난도 에르난데스가 기록한 단일 시즌 최다 탈삼진 215개와 타이 기록을 이뤘다.
그리고 2회 도태훈을 상대로 다시 한 번 삼진을 솎아내면서 에르난데스의 215탈삼진을 넘어서는 216탈삼진 구단 최다 신기록을 수립했다. 24년 동안 깨지지 않았던 단일 시즌 최다 탈삼진 기록을 경신했다.
앤더슨은 멈추지 않았다. 도태훈에 이어 김형준을 삼진 처리하며 2회를 마무리 지었다. 그리고 3회 서호철, 김주원, 오영수를 삼진 처리하며 5타자 연속 탈삼진을 기록하며 3회까지 마무리 했다. 4회에도 선두타자 오영수와 데이비슨, 그리고 박건우까지 연달아 삼진으로 솎아내며 8타자 연속 탈삼진을 뽑아냈다.
역대 연속 타자 탈삼진 기록은 10타자로 1998년 이대진(해태), 그리고 2024년 SSG 마무리 조병현이 갖고 있다. 단일 경기 기준으로는 이대진의 기록이 최다였다.

하지만 2-2 동점이 된 5회말 선두타자 권희동에게 좌선상 2루타를 얻어 맞으면서 연속 타자 탈삼진 신기록 달성에는 실패했다. 앤더슨은 이후 흔들렸는지, 2루 견제 실책을 범했고 1사 3루에서 김형준의 땅볼 때 3루수 최정까지 실책을 범해 추가 실점했다.
그럼에도 앤더슨은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고 서호철을 우익수 뜬공, 김주원을 투수 직선타로 직접 처리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6회에도 최원준을 우익수 뜬공, 오영수를 삼진, 그리고 데이비슨을 3루수 땅볼로 솎아내 퀄리티스타트 피칭을 완성했다.
이날 앤더슨은 최고 구속이 시속 157km까지 찍힌 패스트볼42개, 커브 21개, 148km까지 나온 체인지업 1개, 그리고 슬라이더 6개를 조합해서 경기를 풀어갔다. 이날 기록한 6이닝 3실점(2자책적) 기록이 아쉬울 정도로 앤더슨은 그동안 빼어난 피칭으로 리그를 압도했다.
이날 NC전까지 앤더슨은 27경기 155⅓이닝 10승 6패 평균자책점 2.14, 탈삼진 225개, 피안타율 1할9푼6리, 퀄리티스타트 15회, WHIP 1.01의 특급 성적을 기록 중이다. 승수가 아쉽지만 모두가 공포에 떠는 패스트볼 위력을 갖고 있다.

앤더슨의 탈삼진 225개는 올 시즌 전까지 기준으로 단일 시즌 최다 탈삼진 타이 였다. 2021년 아리엘 미란다가 기록한 225탈삼진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앤더슨은 기록 달성이라는 기쁨을 누리지 못한다. 앤더슨보다 더한 탈삼진 머신이자 리그를 씹어먹고 있는 괴물 투수, 코디 폰세(한화)가 있기 때문.

폰세는 지난 3일 대전 NC전 선발 등판해 탈삼진 8개를 기록하면서 미란다의 225탈삼진 최다 기록을 훌쩍 뛰어넘는 신기록을 수립했다. 예년 같았으면 앤더슨이 가는 길이 신기록의 길이었겠지만, 폰세의 압도적인 퍼포먼스가 앤더슨의 기록을 가렸다. 하지만 시즌 탈삼진 숫자는 불과 3개 차이다. 앤더슨이 최다 탈삼진 기록을 수립할 확률이 여전히 남아있다.
다만, 리그 최고 투수의 칭호는 폰세가 받는 형국이다. 폰세는 이미 개막 후 16연승을 내달리며 KBO 개막 최다 연승 신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26경기 163⅔이닝 16승 무패 평균자책점 1.76의 성적.
다른 시즌이었다면 앤더슨의 올해 퍼포먼스는 MVP까지도 거론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리그 최고의 투수가 되기에는 폰세의 벽이 높다. 그래도 과거 SK에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활약하며 구단 외국인 최다승(48승)을 수확했고 우승 공신이었던 메릴 켈리, 그리고 SSG로 구단 역사가 바뀐 이후 2022년 21승을 거두며 우승을 이끌었던 윌머 폰트와 함께 구단 역사에서 최고 외국인 투수로 주저 없이 꼽을 만한 퍼포먼스를 과시하고 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