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규(24, 헹크)가 세리머니로 자신을 이상한 핑계로 놓친 구단에 경고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10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 지오디스 파크에서 열린 멕시코와의 평가전에서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미국전 2-0 완승 기세를 이어가려 했으나 후반 추가시간 실점으로 아쉽게 승리를 놓쳤다.

그러나 이날 경기의 주인공은 단연 오현규였다. 그는 전반부터 멕시코 수비진을 흔들며 슈팅을 연이어 시도했다. 박용우의 머리 패스를 받아 슈팅을 날리고, 이강인의 날카로운 패스를 받아 단독 기회를 잡는 등 존재감을 드러냈다. 비록 전반에는 마무리가 아쉬웠지만, 끊임없는 움직임은 팀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후반전, 그의 진가가 드러났다. 후반 21분 박스 안에서 머리로 떨어뜨린 볼이 손흥민의 동점골로 연결됐다. 이어 30분에는 이강인의 패스를 받아 오른발로 강력한 슈팅을 성공시키며 역전골을 터뜨렸다. 1골 1도움, 오현규가 스스로 ‘대표팀 톱 자원’임을 확실히 각인시킨 순간이었다.
특히 골 세리머니는 의미심장했다. 오현규는 무릎을 가리킨 뒤 아무렇지 않다는 듯 두 팔을 벌렸다. 이는 지난 여름 VfB 슈투트가르트 이적 불발 당시 제기됐던 ‘무릎 부상’ 논란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메시지였다.
당시 2800만 유로라는 헹크 구단 역대 최고액 이적료까지 합의됐으나, 메디컬 테스트에서 무릎 문제가 불거지며 협상이 깨졌다.

그러나 헹크 자체 검진과 실제 경기력에서는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오현규는 이날 경기에서 완벽히 뛰며 “문제는 내 무릎이 아니다”라고 증명해냈다.
이적 사가로 인해 대표팀 훈련에 뒤늦게 합류한 오현규는 대한축구협회 공식 SNS에 공개된 영상에서 “다시 집중해야 한다. 대표팀에 빨리 합류해 훈련하고 싶었다. 몸 상태도 좋고, 경기가 빨리 다가왔으면 좋겠다”며 밝은 표정으로 각오를 전했다.
당시 벨기에 HLN은 “슈투트가르트는 보너스를 포함해 2800만 유로(455억 원)를 지불할 의사가 있었다. 헹크는 페예노르트의 관심은 막아냈지만 슈투트가르트의 제안은 거절하기 어려웠다”고 보도했다. 슈투트가르트가 뉴캐슬에 닉 볼테마데를 매각해 자금을 확보했고 헹크가 이미 아론 비부트를 대체 자원으로 영입하면서 협상이 성사 직전까지 갔다.
홍명보 감독도 이를 언급했다. 출국길에서 “오현규의 움직임이 있는 것 같다. 미국행 비행기가 하루 정도 늦춰졌다”고 말하며 사실상 이적 가능성을 인정했다. 당시만 해도 ‘또 한 명의 분데스리거 탄생’에 기대감이 큰 상황이었으나 슈투트가르트의 강짜로 인해 무산됐다.

HLN은 “오현규는 독일에서 메디컬 테스트를 받았지만 슈투트가르트는 과거 십자인대 부상을 문제 삼으며 새롭게 협상을 요구했다. 완전 이적 대신 임대안을 제시했고 이적료도 대폭 낮추려 했다. 하지만 헹크는 오현규의 몸 상태가 전혀 문제없다고 판단했고 기존 합의대로만 이적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전했다.
결국 이미 2800만 유로라는 초대형 이적료로 합의된 계약은 슈투트가르트의 ‘생떼’로 무산된 것이다. 그런 상황이기에 오현규의 무릎 세리머니는 말도 안 되는 핑계로 자신을 놓친 슈투트가르트에 대한 저격으로 봐도 무방한 상황이다. 이런 오현규의 패기가 유럽 무대서 어떤 나비 효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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