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의 흥망성쇠를 함께했던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무대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노팅엄 포레스트 사령탑이다.
노팅엄은 9일(한국시간) 전격적으로 누누 에스피리투 산투 감독을 경질했다. 산투는 21개월 동안 팀을 이끌며 유럽 대항전 티켓까지 안겨줬지만, 여름 이적 시장을 둘러싼 구단과의 불화가 결국 발목을 잡았다.
BBC에 따르면 산투는 약 1억 8000만 파운드라는 대규모 투자에도 불구하고 느린 영입 속도에 불만을 드러냈다. 이는 곧 구단 내부 신뢰 균열로 이어졌고, 웨스트햄전 0-3 완패 직후 자리에서 물러났다.

스카이스포츠는 “산투 경질 발표 후 불과 13시간 만에 포스테코글루 선임이 이뤄졌다”며 그 속도에 주목했다.
노팅엄은 성명을 통해 “포스테코글루는 호주·일본·스코틀랜드·잉글랜드에서 우승을 경험한 검증된 지도자”라며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마리나키스 구단주는 특히 같은 그리스 혈통이라는 점에서 그를 오래 전부터 주목해 왔다. 지난 7월 그리스 슈퍼리그 시상식에서도 포스테코글루에게 특별상을 수여하며 “유럽 무대를 제패한 최초의 그리스 혈통 감독”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현지 언론은 이를 두고 “노팅엄의 3단계 프로젝트가 완성됐다”고 설명한다. 스티브 쿠퍼가 승격을 이뤘고, 산투가 유럽 무대로 확장했다면, 이제 포스테코글루는 트로피와 장기적 경쟁력을 가져와야 한다는 것이다.
가디언은 포스테코글루의 임무가 결코 만만치 않다고 경고한다. 산투는 선수단과 강한 유대를 형성했기에, 이를 잃은 선수단의 심리를 추스르는 게 첫 과제다. 또한 토트넘 시절 보여준 무모한 공격 철학을 그대로 들이대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 포스테코글루는 토트넘 첫 시즌 5위를 기록하며 유럽행 티켓을 따냈고, 2년 차에는 유로파리그 우승으로 17년 무관을 끊는 성과를 냈다. 그러나 리그에선 17위라는 치명적인 성적으로 경질을 피하지 못했다. 명암이 공존하는 지도력이 다시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노팅엄은 이번 여름 공격 자원에 대거 투자했다. 오마리 허친슨, 제임스 맥카티, 아르노 칼리무엥도를 영입했고, 기존의 모건 깁스-화이트, 엘리엇 앤더슨, 그리고 20골 공격수 크리스 우드까지 보유하고 있다.
즉, 선수단 전력은 이미 프리미어리그 상위권도 위협할 만한 수준이다. 문제는 포스테코글루가 이를 얼마나 빠르게 조직화하느냐다.
공교롭게도 그의 데뷔전은 토트넘의 지역 라이벌 아스널 원정이다. 이어지는 4연속 원정 이후 9월 27일 선덜랜드전에서 홈 데뷔전을 치른다. 험난한 일정이지만, BBC는 “포스테코글루는 셀틱과 토트넘에서도 초반부터 팀을 바꿔놓은 전례가 있다”며 빠른 적응을 기대했다.
선수단은 산투와의 이별에 충격을 받았으나, 동시에 포스테코글루의 새로운 철학에 호기심을 보이고 있다. 결속력을 유지하면서 공격적 색채를 입히는 것이 관건이다.
포레스트는 1990년 리그컵 우승 이후 무관에 시달리고 있다. 토트넘의 17년 무관을 끊었던 포스테코글루가 이번에는 포레스트의 35년 한을 풀 수 있을까. /mcado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