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엔 손흥민(33, LAFC)이 있고, 일본엔 손흥민이 없었다. 결국 결정력 차이가 나란히 미국과 멕시코를 상대한 양 팀의 희비를 갈랐다.
모리야스 감독이 지휘하는 일본 대표팀은 1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콜럼버스 로우어닷컴 필드에서 열린 9월 A매치 평가전에서 미국에 0-2로 졌다. 이로써 일본은 지난 멕시코전에서 0-0 무승부를 거둔 데 이어 미국에 패배하며 미국 원정 2연전을 1무 1패로 마감했다.
일본은 이번에도 공격적인 스리백을 꺼내 들었다. 오가와 고키, 스즈키 유이토-이토 준야, 마에다 다이젠-사노 가이슈-후지타 조엘 치마-모치즈키 헨리, 나가토모 유토-아라키 하야토-세키네 히로키, 오사코 게이스케가 선발로 나섰다. 다이젠이 윙백을 맡은 것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2군에 가까운 실험적인 명단이었다.
그 결과 일본은 초반부터 미국의 강한 압박에 고전하며 흔들렸다. 미국 역시 주축 선수들을 대거 뺐지만, 전반 30분 알레한드로 젠데야스의 선제골로 리드를 잡았다.
일본은 후반 들어 미나미노 다쿠미, 가마다 다이치, 미토마 가오루 등을 투입하며 반격에 나섰으나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후반 19분 플로리안 발로건에게 추가골을 내주며 끌려갔다. 결국 일본은 마지막까지 결정력 부족에 발목을 잡히며 0-2로 완패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의 지오디스 파크에서 열리는 9월 A매치 친선경기에서 멕시코와 2-2로 비겼다. 후반전 손흥민과 오현규의 연속골로 경기를 뒤집었지만, 후반 추가시간 산티아고 히메네스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다.
이로써 한국은 일본과 달리 1승 1무로 이번 2연전을 마무리했다. 지난 7일 미국을 2-0으로 꺾었고, 멕시코와는 아쉬운 무승부를 기록했다. 하지만 내년 여름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이 열리는 미국 현지에서 '북중미 강호' 두 팀을 상대로 훌륭히 싸운 것만으로도 분명한 수확이다.
이날 한국도 미국전과 비교해 선발 9자리를 바꾸면서 '플랜B' 테스트에 집중했다. 주장 손흥민도 벤치에서 출발했다. 한국은 경기 초반 두 차례 좋은 기회를 잡기도 했으나 골로 연결하지 못했고, 오히려 전반 22분 라울 히메네스의 헤더 한 방에 당하며 선제골을 내줬다.
하지만 한국은 후반 10분 교체 출전한 손흥민의 환상적인 동점골로 균형을 맞췄고, 후반 30분 오현규의 멋진 역전골로 경기를 뒤집었다. 19년 만의 멕시코 상대 승리가 눈앞에 보였다. 그러나 잘 버티던 한국은 추가시간 4분 산티아고 히메네스의 왼발 감아차기에 당하며 2-2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다.

같은 상대를 만났지만, 다른 결과를 거둔 한국과 일본. 차이는 바로 결정력에 있었다. 물론 일본은 경기 내용면에서도 미국을 상대로 크게 밀렸지만, 유효 슈팅을 6개 기록했고 빅찬스도 만들었다. 하지만 이토 준야가 아쉬운 슈팅으로 기회를 날리는 등 결정 짓지 못했다. 멕시코전까지 포함하면 180분 동안 슈팅 20개를 넣고도 한 골도 넣지 못한 것.
한국은 미국을 상대로 '원샷 원킬', 멕시코전에선 45분만 뛰고도 득점한 손흥민이 있기에 더 비교될 수밖에 없다. 그는 두 경기에서 최전방과 왼쪽 측면을 오가며 108분을 소화했고, 슈팅 4개를 날려 그중 2개를 골로 연결했다. 미국전에선 이동경의 골까지 어시스트했다.
그러자 일본 내에서도 대표팀의 결정력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주니치'는 "온라인상에선 혹독한 비판이 커졌다. 멕시코전에선 미나미노의 결정적인 발리슛이 골문을 벗어났고, 이번엔 이토가 전반전 결정적 찬스를 놓쳤다. 유럽파를 소집한 만큼 10개월 남은 월드컵을 앞두고 불안함이 분출됐다"라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일본 팬들은 "무엇보다 2경기 0득점이 위기다", "해외파도 있는데 2경기에서 무득점, 2실점. 과연 뭘 얻은 걸까?", "불안할 수밖에 없다", "2경기 무득점은 맛이 없다", "패배보다 0골이 더 위험하다" 등의 의견을 냈다. 이외에도 "최악의 경기였다", "일본은 과대평가됐다" 같은 직설적 비판도 잇따랐다.
일본 최고의 찬스를 놓친 이토도 고개를 떨궜다. 그는 "결정력은 줄곧 일본의 과제다. 결국 마지막에는 개인 퀄리티다. 오늘도 내가 결정 지을 수 있는 장면이 있었지만, 놓쳤다. 결정 지을 수 있고, 기회를 잘 잡는 선수가 나와야 한다"라고 되돌아봤다. '사커 다이제스트'는 "일본 대표팀은 이를 소화하지 못한 채 미국 원정을 마치게 됐다"라고 씁쓸히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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