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3분을 버티지 못했다. 한국 축구가 19년 만의 멕시코 상대 승리를 눈앞에서 놓쳤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10일 오전 10시 30분(이하 한국시간)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의 지오디스 파크에서 열리는 9월 A매치 친선경기에서 멕시코와 2-2로 비겼다.
이로써 한국은 1승 1무로 이번 미국 원정 2연전을 마무리했다. 지난 7일 미국을 2-0으로 꺾었고, 멕시코와는 아쉬운 무승부를 기록했다. 하지만 내년 여름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이 열리는 미국 현지에서 '북중미 강호' 두 팀을 상대로 훌륭히 싸운 것만으로도 분명한 수확이다.
만약 한국이 이번 경기에서 승리했다면 무려 19년 만에 멕시코를 잡아낼 수 있었다. 한국은 이번 경기 전까지 역대 전적 4승 2무 8패로 멕시코에 열세였다. 최근엔 3연패를 기록 중이었고, 마지막 승리는 2006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했다. 이번엔 미국 땅에서 선제골을 내주고도 멕시코를 잡아내는가 싶었지만, 막판에 통한의 실점을 내주고 말았다.
멕시코는 FIFA 랭킹 13위를 자랑하는 강팀이다. 23위인 한국과는 10계단 차이. 미국도 랭킹 15위를 자랑한다. 홍명보호는 순위가 더 높은 미국을 잡아내고, 멕시코와 비기면서 11월 FIFA 랭킹을 기준으로 결정되는 월드컵 포트 배정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가능성이 커졌다. 현재 한국은 2포트 끝자락에 걸려있기에 한 경기 한 경기 성적이 중요하다.


이날 홍명보호는 3-4-2-1 포메이션으로 시작했다. 오현규, 배준호-이강인, 이명재-옌스 카스트로프-박용우-김문환, 김태현-김민재-이한범, 김승규가 선발로 나섰다.
미국전과 비교하면 무려 9자리가 바뀐 파격 라인업이다. 미국전 1골 1도움을 올린 주장 손흥민까지 벤치에서 출발했고, 미국전 맹활약했던 이재성은 햄스트링 문제로 소집 해제됐다. 그 대신 '독일 혼혈' 카스트로프가 홍명보호 선발 데뷔전을 치르게 됐고, 두 차례 십자인대 파열로 오랫동안 자리를 비웠던 김승규가 약 1년 8개월 만에 복귀했다.
'이강인의 전 스승'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이 지휘하는 멕시코는 4-3-3 포메이션으로 맞섰다. 이르빙 로사노-라울 히메네스-헤르만 베르테라메, 마르셀 루이스-에리크 리라-에리크 산체스, 마테오 차베스-요한 바스케스-호세 푸라타-로드리고 우에스카스, 라울 앙헬이 먼저 출격했다. 주장 에드손 알바레스는 부상으로 결장했고, 일본전 퇴장당했던 세사르 몬테스도 자체 제외됐다.
일본을 상대로 수확을 거두지 못했던 멕시코는 경기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나섰다. 강력한 전방 압박을 펼치며 한국의 빌드업을 방해했다. 순식간에 김승규가 3명에게 둘러싸이기도 했다. 한국은 예상보다 강한 압박에 당황하기도 했지만, 다행히 큰 실수로 이어지진 않았다.


한국이 간결한 역습으로 멕시코 골문을 위협했다. 전반 10분 카스트로프가 중원에서 공을 끊어낸 뒤 직접 전진했다. 오버래핑한 김문환이 이강인을 거쳐 공을 받은 뒤 박스 안으로 패스했다. 이를 배준호가 그대로 오른발 슈팅까지 연결해 봤지만, 공은 골대 옆으로 살짝 벗어났다.
한국이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전반 20분 카스트로프가 수비에 성공하면서 역습이 시작됐다. 이강인이 멕시코 뒷공간으로 절묘한 아웃프런트 패스를 보냈고, 오현규가 그대로 공을 몰고 올라갔다. 하지만 오현규의 왼발 슈팅은 골대 오른쪽으로 빠져나가고 말았다.
위기를 넘긴 멕시코가 단 한 방으로 선제골을 터트렸다. 전반 22분 우에스카스가 중앙 지역에서 박스 안으로 공을 찍어 올렸다. 이를 히메네스가 높이 뛰어올라 헤더로 연결하며 골망을 갈랐다. 다소 거리가 있었지만, 김승규가 뻗은 손을 절묘하게 넘어가는 슈팅이었다.
멕시코가 추가골을 노렸다. 전반 막판 바스케스가 왼발 슈팅이 빚맞자 오른발로 재차 하프 발리 슈팅을 날렸다. 골문 구석으로 향하는 위협적인 공이었지만, 김승규가 몸을 날려 잡아냈다. 전반은 멕시코가 1-0으로 앞선 채 끝났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양 팀 벤치가 움직였다. 홍명보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배준호, 카스트로프를 불러들이고 손흥민과 김진규를 투입하며 변화를 꾀했다. 손흥민은 스트라이커로 뛰었던 미국전과 달리 2선에 배치되며 이강인과 호흡을 맞췄다. 멕시코는 루이스를 빼고 카를로스 로드리게스를 넣었다.
손흥민이 환상적인 동점골을 터트렸다. 후반 10분 김문환이 우측에서 크로스했고, 공은 오현규 머리에 맞고 뒤로 떨어졌다. 이를 손흥민이 대포알 발리슛으로 연결해 골키퍼를 꿰뚫었다. 이날 136번째 A매치 출전으로 차범근, 홍명보 감독과 함께 한국 축구 최다 출전 공동 1위에 오른 대기록을 자축하는 골이었다.
한국이 기어코 경기를 뒤집었다. 후반 30분 오현규가 엄청난 '원더골'로 역전골을 뽑아낸 것. 이강인이 수비 뒷공간으로 전진 패스를 찔러넣었고, 오현규가 박스 우측 부근에서 공을 잡았다. 오현규는 자신감 있는 드리블로 주춤주춤 전진한 뒤 낮게 깔리는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문 반대편 구석을 꿰뚫었다.
한국이 마지막 추가시간을 버티지 못하고 동점골을 허용했다. 추가시간 4분 멕시코가 긴 패스로 공격을 전개했고, 박스 안까지 연결됐다. 이를 받은 산티아고 히메네스가 예리한 왼발 감아차기로 골망을 갈랐다. 경기는 그대로 2-2 무승부로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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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