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자가 버티는 게 아닌 버티는 자가 강자였다.
프로야구 KT 위즈 백업 외야수 안치영(27)은 지난 9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시즌 마지막 맞대결(16차전)에 9번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영웅이 됐다. 천금 역전 투런포를 터트리며 팀의 8-1 완승 및 4위 0.5G차 추격을 이끌었다.
첫 타석에서 대형사고를 쳤다. 0-1로 뒤진 3회말 1사 1루 찬스였다. 안치영은 두산 선발 곽빈 상대 3B-1S 유리한 카운트를 선점한 뒤 5구째 몸쪽 높은 코스의 직구(149km)를 공략해 비거리 106.4m 우월 결승 홈런으로 연결했다. 8년 무명생활을 거쳐 9년 만에 때려낸 감격의 첫 홈런이었다.
경기 후 만난 안치영은 “솔직히 맞는 순간 몰랐는데 넘어가는 걸 보니 너무 좋더라. 그 동안 사실 홈런보다 출루에 더 신경을 써왔는데 공이 잘 맞아서 넘어갔다. 첫 홈런이라서 더 좋았다”라고 밝은 미소를 지었다.
안치영은 북일고를 나와 2017년 신인드래프트에서 KT 2차 6라운드 51순위로 뽑힌 9년차 외야수다. 신체조건 176cm-72kg으로 체구는 비교적 왜소하지만, 빠른 발과 안정된 수비력을 앞세워 프로의 꿈을 이뤘고, 입단 첫해 김진욱 감독으로부터 “고졸신입답지 않은 대범함이 느껴졌다. 자기 스윙을 다하고 벤치로 들어오는 선수”라는 극찬을 받았다.
하지만 안치영은 기대와 달리 백업을 전전하며 수원과 익산을 자주 오갔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익산에서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1군에서도 대주자, 대수비 요원으로 분류되며 지난해까지 133경기 출전이 전부였고, 올해도 29경기 타율 2할1푼9리에 머물러 있었는데 홈런 한방으로 단숨에 설움을 씻었다.

안치영은 “항상 뒤에서 준비는 계속 하고 있었다. 언젠가 좋은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하면서 포기하지 않았다. 그렇게 하루하루 버텼던 게 오늘의 좋은 날로 이어진 게 아닌가 싶다. 감독님께서 계속 기회를 주셔서 거기에 보답하고자 정말 잘하고 싶었다”라고 지난날을 되돌아봤다.
안치영은 이날 방송사와 수훈선수 인터뷰 도중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어떤 감정이 들었냐고 묻자 “멀리서 계속 응원해주시는 부모님 생각이 났다. 부모님께 너무 감사해서 조금 그랬던 거 같다”라고 답했다.
안치영은 이 자리를 통해 지금의 안치영을 만든 2군 코칭스태프를 향한 진심도 전했다. 그는 “2군에서 정말 많은 도움을 주셨다. 올해도 1군과 2군을 오가면서 심리적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고, 흔들리지 않도록 타격 매커니즘, 수비와 관련해 많이 도와주셨다. 그 덕분에 잘 버텼다”라고 감사를 표했다.

안치영의 다음 목표는 생애 첫 포스트시즌 출전이다. 안치영은 어느덧 프로 9년차를 보내고 있지만, 지금껏 가을야구 엔트리에도 들어본 적이 없다. 올해는 KT를 6년 연속 가을야구로 이끈 뒤 직접 무대를 밟고 싶다.
안치영은 “팀원들과 가을야구를 함께 해보고 싶다. 아직 경험하지 못해서 올해 같이 하면 좋을 거 같다”라며 “일단 그 전에 매 경기 최선을 다하면서 팀이 이기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 가을야구 엔트리는 그 다음 문제다. 감독님께서 내보내주시면 오늘처럼 최선을 다하며 팀에 보탬이 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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