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까지만 해도 대회 4강에 올랐던 팀이 예선에서 짐을 쌌다. 인도네시아 축구가 여전히 신태용 감독을 그리워하고 있는 이유다.
이민성 감독이 이끄는 한국 23세 이하(U-23) 대표팀은 9일(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시도아르조의 겔로라 델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예선 조별리그 J조 3차전에서 인도네시아를 1-0으로 꺾었다.
이날 승리로 한국(승점 9)은 3전 전승으로 대회 예선을 마무리하며 조 1위를 사수했다. 반면 인도네시아는 1승 1무 1패, 승점 4로 조 2위를 차지했다. 인도네시아로선 약체 라오스와 0-0으로 비긴 게 뼈아팠다.
승리가 꼭 필요했던 인도네시아는 안방에서 승리를 다짐했다. 경기 전 에릭 토히르 인도네시아 축구협회장도 선수단을 방문해 격려하며 "한국과 최종전은 본선 진출을 향한 마지막 승부가 될 거다. 열심히 노력하면 불가능이란 없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의 꿈은 경기 시작 6분 만에 무너졌다. 황도윤이 벼락 같은 선제골을 터트린 것. 한국은 이후로도 인도네시아에 점유율은 다소 내주긴 했지만, 훨씬 위협적인 공격을 펼치며 추가골을 노렸다. 상대 골키퍼의 연이은 선방이 아니었다면 점수 차가 더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았다. 결국 한국은 인도네시아에 유효 슈팅을 하나도 허락하지 않으며 1-0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인도네시아는 U-23 아시안컵 본선 진출이 좌절됐다. 이번 대회는 아시아 44개국이 참가해 4팀씩 11개 조가 조별리그를 치른 뒤 각 조 1위를 차지한 11팀과 2위 중 성적이 좋은 4팀만이 본선에 오른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대표팀은 승점 4점을 얻는 데 그치면서 조 2위 중 상위 4팀 안에 들지 못했다. 그 대신 개최국 사우디와 일본, 베트남, 호주, 키르기스스탄, 태국, 이라크, 한국, 중국, 우즈베키스탄, 레바논, 아랍에미리트(UAE)가 본선에 나서게 됐다.
인도네시아로선 '동남아 라이벌' 태국과 베트남의 본선 진출을 바라만 보게 된 상황. 특히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4월 신태용 감독과 함께 대회 4강 신화를 썼던 팀이기에 더욱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당시 인도네시아는 본선 8강에서 황선홍 감독이 이끌던 한국 U-23 대표팀을 승부차기 끝에 탈락시켰다. 그 결과 한국 축구는 40년 만에 올림픽 본선 진출이 좌절됐다. 당연히 인도네시아 축구계는 새로운 역사를 쓴 신태용 감독에게 열광했다.


그럼에도 토히르 회장은 지난 1월 갑작스레 신태용 감독을 경질했다. 그런 뒤 A대표팀은 파트릭 클라위버르트, U-23 대표팀은 제럴드 바넨버그에게 맡겼다. 둘 다 네덜란드 출신으로 네덜란드 피가 섞인 귀화 선수들을 더 많이 데려오기 위한 포석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결과는 U-23 아시안컵 예선 탈락. 동남아 축구의 최강자로 떠오르고 있던 인도네시아로선 안방에서 굴욕을 피하지 못한 셈. '시시아 골'은 "여정은 여기서 끝이다! 인도네시아는 이전 대회에서 준결승까지 올랐지만, 2026 AFC U-23 아시안컵 본선 진출에 실패하며 큰 실망을 안겼다"라고 짚었다.
또한 매체는 신태용 감독의 사진을 게시하며 "인도네시아 U-23 대표팀의 가장 큰 다운그레이드다! 2024 AFC U23 아시안컵 본선 진출이라는 역사를 처음 썼고, 호주와 요르단, 한국 같은 강호들을 꺾고 준결승에 진출하며 또 다른 역사를 쓴 뒤...그리고 이제 대회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정말 놀라운 추락이다!"라고 지적했다.
인도네시아 팬들도 토히르 회장을 비판하며 신태용 감독을 그리워했다. 이들은 "지금까지 신태용 감독보다 나은 사람은 없다. 이게 사실이고 현실이다", "이번 대회는 자국 대표팀의 올림픽 진출을 막았던 최고의 감독과는 완전히 반대다", "사실은 STY(신태용)만이 인도네시아를 위해 조국을 이길 용기가 있다는 것" 등의 댓글을 남기며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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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시시아 골,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 소셜 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