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외국인 투수 라이언 와이스(29)가 또 롯데 자이언츠를 울렸다. 롯데 상대 5전 전승을 거두며 천적 관계를 재확인했다. 지난해 롯데 상대로 10실점으로 무너진 날을 잊지 않고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고, 롯데만 만나면 더욱 독기를 품고 던진다.
와이스는 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치러진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롯데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 6이닝 2피안타 5볼넷 5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하며 한화의 9-1 완승을 이끌었다. 시즌 15승(4패)째를 거두며 이 부문 단독 2위가 된 와이스는 평균자책점도 2.95에서 2.90으로 낮췄다.
와이스에겐 지난달 30일 대전 삼성전 이후 열흘 만의 등판이었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와이스가 꼭 5일마다 던져야 할 이유는 없다. 그동안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며 “부산 원정에서 한 차례 등판할 것이다”고 밝혔다.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150이닝 이상 던진 와이스에게 추가 휴식을 준 것이지만 상대성도 감안한 결정이기도 했다. 와이스는 이날 경기 전까지 롯데 상대로 4경기 모두 승리를 따내며 28이닝 43탈삼진 4실점 평균자책점 1.29로 초강세였다.
지난 4월23일 사직 경기 6이닝 12탈삼진 2실점, 5월23일 대전 경기 8이닝 11탈삼진 2실점, 6월17일 사직 경기 8이닝 9탈삼진 무실점, 지난달 13일 대전 경기 6이닝 11탈삼진 무실점 승리를 거둔 데 이어 이날 5번째 경기도 6이닝 1실점으로 이겼다. 올해 롯데전 5경기 5승 평균자책점 1.32. 34이닝 동안 무려 48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5점밖에 주지 않았다.
이날 와이스에게 가장 큰 변수는 비였다. 경기 전 내린 비로 인해 그라운드 정비로 예정된 시각보다 30분 늦은 오후 7시에 경기가 시작됐다. 경기 초반 적잖은 비가 계속 내리면서 투수가 제대로 발을 제대로 내딛고 던지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빗줄기가 굵어진 2회 시작부터 나승엽, 박찬형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하며 주자를 쌓았다. 손호영을 우익수 뜬공, 이호준을 헛스윙 삼진 돌려세웠지만 정보근에게 볼넷을 주며 2사 만루가 됐다. 제구가 계속 흔들렸고, 롯데로선 와이스를 무너뜨릴 절호의 기회였다. 하지만 와이스는 황성빈을 2루 땅볼 유도하며 만루 위기를 실점 없이 넘겼다.

2회까지 투구수 50개로 힘을 뺐지만 3회부터 와이스의 리듬이 살아났다. 1사 후 윤동희에게 좌전 안타를 맞았지만 빅터 레이예스를 2루 병살타 처리하며 공 5개로 3회를 끝냈다. 4회에도 공 10개로 삼자범퇴한 와이스는 5회 삼진 2개를 잡으며 연속 삼자범퇴에 성공했다.
그 사이 한화 타선이 6회까지 9득점을 지원하며 15승 요건을 갖춘 와이스는 6회 윤동희에게 1타점 2루타를 맞았지만 후속 3타자를 아웃 처리하며 추가점을 내주지 않았다. 총 투구수 99개로 최고 시속 155km, 평균 151km 직구(56개) 중심으로 스위퍼(26개), 커브(14개), 킥체인지업(3개)을 던졌다.
경기 후 와이스는 “오늘처럼 득점 지원이 많은 날에는 야수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더 크다. 수비에서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공을 돌리며 볼넷 5개 허용한 것에 대해 “변명은 아니지만 비 때문에 마운드에서 계속 미끄러졌고, 제구가 원하는 만큼 되지 않았다. 하지만 한 이닝에 볼넷 3개는 어떤 이유로든 용납할 수 없는 부분이다”고 반성했다.

하지만 15승이라는 숫자는 큰 의미가 있다. 그는 “정말 축복같은 기록이다. 시즌 초반 몇몇 팬분들이 15승을 할 거 같다고 말해줬는데 그 말이 시즌 내내 뇌리에 꽂혔다. 우리 팬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기 때문에 팬들의 믿음을 꼭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며 의미를 부여한 뒤 “선발투수에게 승리라는 기록은 수비가 도와줘야 하고, 타선이 득점 지원을 해줘야 하고, 뒤에 나오는 불펜들이 어떻게 해주느냐에 영향을 받는다. 모든 공은 우리 불펜과 포수들, 야수들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동료들에게 감사의 뜻을 재차 표했다.
롯데 상대로 5전 전승을 거둔 것도 다 이유가 있었다. 와이스는 “작년에 롯데 상대로 낮에 8점인가 9점을 내준 경기가 있다. 생각도 하기 싫은 정말 최악의 날이었다. 다신 그런 경험을 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매번 롯데와 맞붙으면 그날이 떠오른다.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던진 게 좋은 결과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와이스가 말한 그날은 지난해 9월15일 사직 롯데전으로 당시 3⅔이닝 10피안타(1피홈런) 1볼넷 3탈삼진 10실점으로 크게 무너지며 패전을 당했다. 그때의 아픔을 잊지 않은 와이스는 올해 롯데전 5전 전승으로 완벽하게 설욕했다. 롯데로선 1경기 크게 이기고 5경기를 당했으니 밑진 장사가 아닐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