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주를 선발로 쓸 거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신인 투수 정우주(19)의 꿈이 예상보다 빠른 시점에 이뤄졌다. 남은 시즌 선발 로테이션을 돌면서 선발 수업을 받는다. 포스트시즌 준비 모드로 전환한 한화는 정우주에게 선발 경험을 주면서 좌완 황준서(20)를 불펜으로 이동시켰다. 가을야구에서 황준서의 활용법을 늘리기 위한 목적도 있다.
지난 7일 대구 삼성전이 일종의 예고편이었다. 당시 선발 황준서가 3이닝 2피안타 2볼넷 4탈삼진 2실점으로 막고 내려간 뒤 4회 투입된 정우주가 2이닝 멀티 이닝에 나섰다. 5회까지 2이닝 동안 29구를 던지며 2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무실점으로 잘 막았다. 선발 등판을 위한 준비였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9일 사직 롯데전을 앞두고 “남은 경기에 (정)우주를 선발로 쓸 거다. (황)준서 자리에 들어간다. 준서는 지금 2명(김범수·조동욱)이 있지만 1명 더 해서 왼쪽 스페셜리스트로 남은 경기에 써보려 한다”고 밝혔다.
시즌 내내 불펜으로 던진 정우주이기 때문에 당장 선발로 긴 이닝을 던질 순 없다. 김경문 감독은 “던지는 걸 봐서 2~3이닝 정도 보고 조절해 가면서 쓸 생각이다. 많은 공을 안 던졌으니까 너무 길게 바랄 순 없다”며 당장 5이닝 이상 던지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로테이션 순서에 따라 정우주는 14일 대전 키움전에 선발로 나선다.

전주고를 졸업하고 2025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정우주는 고교 최고 강속구 투수로 메이저리그의 러브콜을 받았다. 국내 잔류를 결정하며 드래프트에 나간 정우주는 좌완 정현우(키움)에게 전체 1순위를 내줬지만 같은 계약금 5억원으로 최대어 대우를 받았다.
기대대로 정우주는 엄청난 잠재력을 보이고 있다. 올 시즌 46경기 모두 구원 등판, 3승3홀드 평균자책점 2.96을 기록하며 준필승조로 1군 경험을 쌓고 있다. 최고 시속 156km, 평균 151km 강속구를 앞세워 45⅔이닝 동안 삼진 72개를 잡았다. 9이닝당 탈삼진 14.2개로 40이닝 이상 기준으로는 이 부문 역대 1위에 빛난다.
6월 중순 2군에 내려가 휴식과 함께 변화구 연습을 하고 돌아온 뒤 언터처블로 변모했다. 후반기 17경기(21⅓이닝) 1승 평균자책점 0.84 탈삼진 40개. 9이닝당 탈삼진 16.9개로 직구 일변도에서 벗어나 슬라이더, 커브 등 변화구 구사 능력도 일취월장하며 1이닝 이상 멀티 이닝도 안정적으로 막았다.

선발투수는 정우주의 꿈이었다. 시즌 중에도 정우주는 “제 궁극적인 목표는 선발이다. 지금은 들어갈 자리가 없지만 제 꿈은 선발이다”며 항상 선발에 대한 꿈을 그렸다. 당분간 불펜으로 경험을 쌓고 차후 선발로 전환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예상보다 빠른 시점에 정우주의 꿈이 이뤄졌다.
이로써 한화는 시속 156km 이상 던지는 선발투수만 무려 4명 보유하게 됐다. 올해 최고 시속 기준으로 문동주(161km), 코디 폰세(159km), 라이언 와이스(158km) 그리고 정우주까지 4명이 156km를 찍었다.
정우주의 선발 전환은 장기적인 차원에서 이뤄진 결정이지만 곧 있을 가을야구까지 바라본 큰 그림이다. 포스트시즌에는 5선발이 필요 없다. 선발이 4명으로 돌아간다. 어차피 가을야구에서 황준서를 선발로 쓸 수 없고, 남은 시즌 불펜 경험을 쌓게 하는 게 포스트시즌을 대비하는 차원에서도 더 낫다. 표본이 크게 쌓인 건 아니지만 황준서는 올해 구원으로 나선 4경기에서 1승을 거두며 5이닝 1실점 평균자책점 1.80으로 선발 등판(12경기 1승8패 평균자책점 5.91) 때보다 훨씬 좋은 투구를 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