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경기 전부 이겨야 한다.”
‘디펜딩챔피언’ KIA 타이거즈의 최고령 해결사, 최형우(42)는 현재 상황을 냉철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단순히 “최대한 많이 이겨야 한다”가 아니라, “앞으로 남은 경기 전부 승리해야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선수단에게 강한 메시지를 던졌다. 6일 창원 NC전에서는 홈런을 치고 또 상대 수비 시프트를 보고 기습 번트를 시도하기도 했다. 최형우는 행동으로 간절함과 승리 의지를 선보였다.
그런데 최형우만 홀로 고군분투하면 KIA가 가을야구를 진출할 수 있을까. 기존 선수들도 다같이 분전해야 한다. 특히 지난해 MVP 김도영은 최근 햄스트링 부상 검진을 받았고 아직 부상 부위 회복이 더 필요하다는 소견이 나왔다. 기적은 없었고 시즌 아웃이 그대로 확정됐다.

그런데 여기에 31홈런 75타점 외국인 거포 패트릭 위즈덤까지 지난 2일 KT전 첫 타석에서 허리 통증으로 이탈한 이후 아직까지도 라인업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최형우의 앞뒤를 뒷받침 해줘야 할 생산력을 갖춘 선수가 동시에 빠지니 KIA 타선이 원활하게 돌아갈 리가 없다.
김도영은 사실상 없는 전력으로 분류했지만 위즈덤의 현재 시점 부상 이탈은 계산 밖이다. 가을야구를 위해 모든 힘을 쏟아부어야 하는 시점, 최형우의 말처럼 “전부 이겨야 한다”는 시점에서 위즈덤은 그라운드를 아예 밟지 못하고 있다.
7일 창원 NC전을 앞두고 이범호 감독은 위즈덤에 대해 “확장엔트리로 5명이 늘어나서 위즈덤을 기다려줄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호전은 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경기 출전을 할 수 있는 날짜가 언제가 될 지 판단을 해야 한다. 오늘까지 지켜보고 얘기를 나눠볼 생각이다”고 말했다.

위즈덤을 1군 엔트리에 두고 복귀하기를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 일단 당장 트레이드 마감시한을 앞두고 NC에서 데려온 정현창이 곧 제31회 아시아야구선수권 대회 대표팀에 선발됐다. 내야수 한 명을 또 데려와야 한다. 지금 한 자리를 계속 놀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트레이닝 파트에서 일주일 이상 걸릴 것 같다고 하면 엔트리에서 빼고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최형우 홀로 타선의 버팀목이 됐지만 역부족이었다. 김도영과 위즈덤이 모두 빠진 상황에서 KIA는 9안타에 볼넷 4개, 총 13번의 출루를 했지만 1점 밖에 뽑지 못했다. 이 1점도 주자가 없었던 상황에서 터진 박찬호의 솔로포였다. 결국 잔루는 13개를 남긴 채 패배와 마주해야 했다.
위즈덤까지 1군에서 빠지는 최악의 상황이 나온다면, KIA는 최형우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58승 64패 4무의 성적이다. 8위에 머물고 있지만 9위 두산과 불과 1.5경기 차이 밖에 나지 않는다. 이제는 자칫 방심하다가는 9위까지도 떨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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