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레비 회장의 실수는 다시 한번 반복되고 말았다. 구단의 미래라 치켜세웠던 마티스 텔(20, 토트넘 홋스퍼)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명단에서조차 제외됐다.
영국 'TBR 풋볼'은 4일(한국시간) "토트넘 팬들에게 충격을 안긴 결정"이라며 텔의 제외를 전했다. 그들의 보도처럼, 이는 단순한 로테이션 차원이 아니다. 올여름 구단이 4000만 유로 이상을 쏟아부어 완전 영입한 선수를 대회 명단에서 빼는 건 누가 봐도 영입 실패를 인정하는 것.
토트넘은 손흥민과 함께 유로파리그(UEL)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3년 만에 UCL 무대로 복귀했다. 그 자체만으로는 의미 있는 성과였다. 그러나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잡음이 터졌다. 홈그로운 규정을 맞추지 못해 25인 정원조차 채우지 못했고, 그 피해자가 텔이 된 것이다. 팀그로운 선수가 브랜든 오스틴 한 명뿐이라 공석이 3자리나 비었는데, 그 자리를 텔로도 메우지 못한 건 팬들 입장에선 황당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텔은 토트넘이 손흥민의 후계자로 삼겠다며 들여온 자원이었다. 임대료와 완전 영입 비용을 합치면 사실상 5000만 유로에 가까운 투자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랭크 감독 체제에서 그는 '잉여 자원'으로 전락했다. '텔레그래프'는 "토트넘이 챔피언스리그에 단 22명만 등록했다는 사실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라 꼬집었다.
팬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영국 커뮤니티 '스퍼스 웹'에는 "텔 대신 골키퍼 3명을 넣는 건 범죄", "도대체 왜 영입했는지 알 수 없다", "손흥민을 내보내고 텔로 끝낸 게 치명적" 등 성토가 이어졌다. 단순히 전술적 결정이 아니라 구단 경영의 총체적 난맥상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특히 '일관성 없는 이적 전략'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물론 변명의 여지는 있다. 데얀 쿨루셉스키, 제임스 매디슨 같은 핵심 자원들이 부상에서 회복 중이고, 이브 비수마는 방출 수순에 올라 있다. 하지만 이들을 감안해도, 정작 젊은 공격 자원 텔을 과감히 배제한 건 의문 투성이다. 오히려 자신감이 떨어진 선수에게 치명적 굴욕만 안겼다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는다.
결국 텔은 토트넘이 리그 페이즈를 뚫고 본선에 진출해야만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본선에서야 최대 3명의 교체 등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토트넘이 비야레알, PSG, 도르트문트 등 강호들과 한 조에 묶인 걸 고려하면, 그 길은 결코 쉽지 않다.
레비 회장과 프랭크 감독 모두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팬들이 "애초에 텔을 왜 데려왔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순간, 구단의 신뢰도는 바닥으로 추락한다. 텔의 개인적 실망은 물론, 토트넘이라는 브랜드 자체가 입은 타격이 더 크다는 게 냉정한 현실이다.
챔피언스리그 복귀의 기대감은 벌써부터 불안과 조롱으로 바뀌고 있다. 텔이 훈련장에서 고개를 숙이고 다시 일어설 수 있을지, 아니면 토트넘의 또 하나의 흑역사로 남을지, 모든 시선이 그를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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