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럼이 억울하게 선제골을 도둑맞은 게 맞았다. 하워드 웹 잉글랜드 프로경기심판기구(PGMOL) 위원장이 공식적으로 오심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K리그에서 일어난 오심 사건과는 정반대 결말이다.
영국 'BBC'는 3일(이하 한국시간) "웹 PGMOL 심판위원장은 지난 주말 첼시와 풀럼의 경기에서 조시 킹의 득점을 허용하지 않기로 한 결정이 '잘못된 판정'이라고 말했다"라고 보도했다.
논란의 사건은 지난달 30일 발생했다. 당시 풀럼은 영국 런던의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열린 2025-2026시즌 프리미어리그 3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첼시에 0-2로 패했다. 적지에서 잘 싸웠으나 전반 추가시간 주앙 페드루, 후반 11분 엔소 페르난데스에게 실점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다만 풀럼 입장에선 억울할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전반210분 킹이 박스 안에서 수비를 제치고 정확한 슈팅으로 먼저 골망을 갈랐다. 그러나 로버트 존스 주심은 비디오 판독실(VOR)과 교신을 주고받은 뒤 오랜 온필드 리뷰를 거쳐 득점 취소를 선언했다.

이유는 바로 킹의 득점에 앞서 풀럼 공격수 호드리구 무니스가 첼시 수비수 트레보 찰로바에게 반칙을 범했다는 것. 당시 존스 주심은 "풀럼 9번이 부주의한 파울을 저질렀다. 그는 첼시 수비수의 밟을 밟았다. 따라서 골을 취소하고, 첼시의 프리킥으로 경기를 재개한다"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무니스는 찰로바와 충돌하기 전에 등을 지면서 사실상 공을 지키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 뒤 찰로바가 공 근처로 발을 집어넣었다가 밟히게 된 것. 무니스가 이미 공을 완전히 소유했다고 본다면 오히려 찰로바의 무리한 수비가 지적돼야 했다. 이후 흐른 공이 풀럼 쪽으로 향하며 킹의 풀럼 데뷔골로 이어졌지만, 결국 취소되고 말았다.
경기 후 마르코 실바 풀럼 감독은 분노를 참지 못했다. 그는 "그런 식으로 골을 취소하다니 믿을 수 없다. 우리는 심판들과 관계자를 존중하며 회의도 한다. 항상 듣는 말도 있다. VAR은 경기를 심판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는 것"이라며 "이번 판정은 우리만이 아니라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거였다. 더 말하고 싶지 않다. 이렇게 불리한 판정이 계속되니 너무 힘들다"라고 토로했다.
토트넘과 풀럼에서 뛰었던 대니 머피도 "내가 본 최악의 VAR 판정급"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무니스는 파울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술적인 (턴) 동작이었다. 반칙은 찰로바가 했다. 그런데 VAR이 개입했고, 그 이유조차 모르겠다. 이건 경기 이해 부족의 문제다"라며 "정말 실망스럽다. 반드시 사과가 나와야 한다"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결과적으로 풀럼의 항의는 정당했다. PGMOL은 사후 검토를 통해 킹의 득점 취소는 잘못된 VAR 개입이었으며 오심이 맞다고 확인했다. 아울러 해당 경기 VAR을 담당했던 마이클 솔즈버리 심판을 다음 날 열린 리버풀과 아스날 경기에서 제외했다.
웹 PGMOL 심판위원장도 오심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했다. 그는 VAR 결정을 설명하는 프로그램 '매치 오피셜 마이크드 업'을 통해 "주심이 내린 판정이 명확히 틀리지 않았다면, 최소한 그냥 대기해야 한다. 특히 분명히 중요한 순간이 골을 빼앗을 땐 더욱 그렇다. 증거가 매우 명확할 때만 골을 취소해야 한다며 "논란의 여지가 있는 판정이 아니라 잘못된 판정이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심판을 맡는 방법과 VAR 사용법에 대한 몇 가지 원칙이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웹은 "우리는 VAR 개입에 대한 높은 기준을 마련했다. 이번 상황에선 그 지침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심판들은 무니스와 찰로바 사이에 접촉이 어떻게 일어났는지에 대해 잘못된 판단을 내렸다. 그들은 사건의 전체 맥락을 살펴보지 않고, 해당 접촉에만 너무 집중했다"라고 꼬집었다.
끝으로 그는 "무니스가 공을 소유하고, 공을 제어하고, 자연스럽게 방향을 틀어 발을 내리다가 접촉이 발생했다. 찰로바는 무니스가 평소처럼 발을 넣을 수 있는 공간으로 발을 옮겼다"라며 "지난 18개월 동안 VAR 개입을 줄이려 했고, 좋은 성과를 거뒀다. 유럽 메이저 리그 중 가장 적었다. 이번처럼 잘못하면 그 영향이 크다는 걸 알고 있기에 더 나아지기 위해 항상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K리그에서 발생한 판정 논란과는 대조되는 대처다. 지난달 K리그2 전남-천안전에서 전남 민준영의 득점이 VAR 판독 끝에 취소됐다. 중계 화면으로만 봐도 온사이드였지만, 대한축구협회(KFA) 심판위원회는 공식 해명에서 기계 문제를 언급했다.
그 이유는 더 황당했다. VAR로 온·오프사이드 라인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기술적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 게다가 규정상 VAR에 오류가 발생하면 원심을 유지해야 한다. 그럼에도 당시 경기를 맡았던 심판진은 VAR 결함을 인지하고도 현장 판정을 번복한 것.
실수에 실수가 겹쳐 경기 결과를 바꾼 명백한 대형 오심이다. 하지만 골과 승점을 도둑맞은 전남은 제대로 된 사과조차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진희 심판위원장은 오히려 심판 비판을 막는 규정을 유지하며 클럽 측에서 정식 공문으로 문제를 제기해야 답변하겠다는 태도만 고수했다.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투명하게 공개한 PGMOL과는 너무나도 다른 행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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