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 KT 위즈가 스토브리그에서 35살 베테랑에 40억 원이라는 적지 않은 금액을 안겼나보다. 허경민이 리드오프를 맡아 5안타 1볼넷 6출루에 성공하며 팀의 극적인 공동 4위 도약을 이끌었다.
허경민은 지난 3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시즌 마지막 맞대결(16차전)에 1번 3루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5안타 1볼넷 2득점 맹활약하며 팀의 9-8 끝내기승리에 큰 힘을 보탰다. 1번타자의 5안타 6출루를 등에 업은 KT는 롯데를 제치고 공동 4위로 올라섰다.
경기 후 만난 허경민은 “정말 힘든 경기였다. 우리는 이제 정말 뒤가 없고 무조건 승리를 거둬야하는 상황이었는데 역전을 당한 뒤 다시 역전하는 걸 보고 KT가 강팀이라는 걸 느꼈다. 이렇게 중요한 경기를 이겨서 기분이 좋다”라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7-2로 앞선 7회초 믿었던 필승 계투진이 흔들리며 7-8 역전을 헌납한 KT. 그럼에도 포기는 없었다. 7회말 장준원의 솔로홈런으로 8-8 균형을 맞춘 뒤 9회말 1사 만루 찬스에서 장진혁의 땅볼 타구를 잡은 3루수 박찬형의 홈 송구 실책이 발생한 틈을 타 3루주자 안치영이 짜릿한 끝내기 득점을 올렸다.
허경민은 “모든 선수들이 말하지 않아도 다시 경기를 뒤집어야한다는 생각을 가졌던 거 같다”라며 “사실 시즌 초반 투수들이 너무 잘 막아줘서 지금 이렇게 순위싸움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늘 같은 경기는 타자들이 다시 역전을 해서 투수들의 짐을 조금 덜게 해주고 싶었다. 실제로 그렇게 되면 남은 경기 좋은 영향이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승리를 하게 돼 기쁘다”라고 말했다.

허경민은 개인 통산 두 번째 한 경기 5안타 맹타를 휘두르며 공동 4위 도약의 주역으로 거듭났다. 7월 9일 인천 SSG 랜더스전에서 데뷔 첫 5안타 경기를 치른 뒤 불과 두 달여 만에 다시 5안타쇼를 선보였다. 경기 전 시즌 98안타를 기록 중이었던 허경민은 5안타에 힘입어 KBO리그 역대 27번째 8시즌 연속 100안타 고지에도 올라섰다.
허경민은 “내가 화려한 선수가 아니라는 걸 정말 잘 알고 있다. 홈런타자도 아니다. 그렇기에 안타는 내가 지금까지 야구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나를 보고 야구선수 또는 1군의 꿈을 꾸는 유망주들에 대한 책임감도 갖고 있다. 최대한 주전을 오래 지켜서 9년, 10년 연속 100안타를 치고 싶다”라는 바람을 남겼다.

이어 “사실 시즌을 치르면서 이 기록(100안타)이 눈에 보였고, 달성하고 싶었다. 비록 부상 때문에 기록 달성이 조금 늦어졌지만, 100번째 안타를 치는 순간 나 자신에게 지금껏 견뎌줘서 고맙다는 말을 했다”라는 솔직 속내를 덧붙였다.
KT는 귀중한 1승을 챙기며 롯데를 제치고 삼성 라이온즈와 함께 공동 4위로 올라섰다. 허경민은 “요즘 순위표를 잘 안 보고 있다. 결국 우리가 이겨야 가을야구에 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팀 결과도 솔직히 관심이 없다. 그냥 우리가 이기는 것만 관심 있다”라며 “오늘 경기는 오늘로 끝난 거고 내일과 모레 중요한 경기에서 선수들과 힘을 합쳐 승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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