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33, LAFC)의 MLS 홈 데뷔전은 아쉬운 패배로 끝났다. 그럼에도 경기 후 팬들에 대한 진심 어린 감사는 ‘캡틴 손’의 품격을 다시금 증명했다.
손흥민은 지난 1일(한국시간) 로스앤젤레스 BMO 스타디움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FC와의 MLS 정규리그 경기에 선발로 나서 풀타임을 소화했다. 중앙 공격수로 출격한 그는 여러 차례 슈팅 기회를 만들었지만 끝내 득점은 기록하지 못했다.
전반 종료 직전 강력한 오른발 슈팅은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후반전에는 골대를 강타하는 불운까지 겹쳤다. 경기 막판 아크 정면에서 날린 슈팅마저 상대 골키퍼 손끝에 걸리며 고개를 숙였다. 결과적으로 팀은 1-2로 패하며 홈 데뷔전을 승리로 장식하지 못했다.

경기 후 손흥민은 스스로를 탓했다. “과거에도 9번 포지션에서 뛴 경험이 있어 큰 어려움은 없었다. 하지만 상대의 압박이 강했고, 내가 더 잘했어야 했다. 골대를 맞힌 슈팅이 들어갔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다. 결국 모든 것은 결과로 증명된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익숙지 않은 포지션 때문이 아니라 본인의 부족함을 인정하며 책임을 떠안은 것이다.
비록 결과는 아쉬웠지만 손흥민은 동료들과의 호흡에 희망을 걸었다. 그는 “부앙가, 데이비드, 네이션과의 연계는 점점 좋아지고 있다. 오늘도 데이비드의 패스와 부앙가의 득점이 있었다. 선제골을 넣은 뒤 우리가 더 잘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짧은 시간 안에 팀 전술에 적응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동료들의 노력을 인정하고 긍정적인 미래를 바라보는 모습은 리더다운 태도였다.
홈 데뷔전이라는 무대가 더욱 특별했던 이유는 팬들의 뜨거운 성원이었다. BMO 스타디움은 손흥민을 보기 위해 몰려든 팬들로 가득 찼다. 한국 국기를 흔드는 교민들과 LAFC 유니폼을 입은 현지 팬들은 그라운드를 달구며 그를 환영했다.

손흥민은 “많은 훌륭한 경기장에서 뛰었지만 오늘은 특별했다. 팬들의 열정을 느꼈고 집처럼 편안했다. 승점 3점을 안기지 못해 미안하다. 더 좋은 모습으로 돌아오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어디서든 응원을 받지만 단 한 번도 당연하게 생각한 적 없다. 오늘도 많은 팬들이 유니폼을 입고 찾아와줘 애국심을 느꼈다. 이런 응원은 큰 힘이 된다. 팬들이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손흥민은 이번 경기에서 아쉽게 골을 기록하지 못했지만, 그는 누구보다 자신에게 엄격했다. “팀 동료들은 최선을 다했다. 나 역시 노력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마무리하지 못했다. 앞으로 더 빠르게 적응해 해결사 역할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의 발언은 단순한 자기비판이 아니었다. MLS 무대에서도 ‘해결사 본능’을 되살려 반드시 팀을 승리로 이끌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패배 속에서도 손흥민은 다시 한번 ‘캡틴 손’다운 품격을 보여줬다. 스스로를 탓하며 책임을 지고, 동료를 격려하며, 팬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그가 홈 데뷔전에서 보여준 것은 골이 아닌 진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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