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처스리그에서 인고의 시간을 보낸 NC 다이노스 FA 포수 박세혁이 2일 역전 결승타의 공을 모두 2군 선수들에 돌렸다.
박세혁은 지난 2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KT 위즈와의 시즌 15차전에 교체 출전해 4타수 2안타 1타점 1사구 활약하며 팀의 9-4 역전승을 이끌었다. 박세혁의 역전 결승타를 등에 업은 7위 NC는 6위 KT와 승차를 1경기로 좁혔다.
박세혁은 0-4로 뒤진 1회말 무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김형준의 대수비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김형준이 1회말 수비 도중 우측 손목에 바운드 볼을 맞아 타박상을 당하며 사실상 이날 선발 포수를 맡게 됐다.
박세혁은 첫 타석부터 공룡킬러 고영표 상대 끈질긴 승부를 펼치며 1회말에만 4점을 내준 NC 더그아웃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2회초 무사 1, 3루 찬스에서 등장해 볼카운트 1B-1S에서 5연속 파울로 고영표를 괴롭힌 뒤 8구째 137km 투심에 사구를 얻어내며 후속타자 한석현의 추격의 희생플라이를 뒷받침했다.
1-4로 뒤진 4회초에는 진루타로 추격에 힘을 보탰다. 1사 1루에서 3루수 땅볼을 치며 1루주자 박건우의 2루 진루를 도왔고, NC는 김휘집의 사구로 계속된 2사 1, 2루에서 한석현, 김주원(2루타)의 연속 적시타로 KT에 3-4 턱밑 추격을 가했다.
백미는 세 번째 타석이었다. 4-4로 맞선 5회초 2사 2루 역전 기회를 맞이한 박세혁은 초구 파울 이후 고영표의 2구째 115km 체인지업을 받아쳐 좌익수 앞으로 향하는 1타점 역전 적시타를 터트렸다. 비교적 짧은 안타에도 2루주자 박건우가 전력질주를 통해 홈에서 생존하며 박세혁이 이날 경기 결승타 주인공이 됐다.

경기 후 만난 박세혁은 “박건우에게 너무 고맙다고 했다. 우리가 오랫동안 정이 많아서 열심히 뛰어준 거 같기도 하다. 몸이 많이 힘을 텐데 그렇게 뛰는 모습을 보고 너무 고마웠다”라며 “이런 게 팀워크가 아닐까 싶다. 과거 두산 시절에도 팀워크가 좋아 우승도 하고 한국시리즈도 많이 갔다. 지금 NC가 원팀이 돼서 점점 이길 수 있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라고 결승타를 친 소감을 전했다.
1회초 8구 끝 사구 상황에 대해서는 “2군에 다녀오면서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내가 홈런을 30개 칠 수 있는 타자가 아니기 때문에 순위싸움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베테랑으로서 조금이나마 팀에 보탬이 되는 게 그런 끈질긴 모습이 아닐까 싶었다. 삼진을 당하더라도 끈질긴 야구를 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을 갖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2019년 두산 우승 주역인 박세혁은 2023시즌에 앞서 4년 최대 46억 원 FA 계약을 통해 NC 유니폼을 입었다. 박세혁은 기대와 달리 첫해 88경기 타율 2할1푼1리, 이듬해 82경기 타율 2할6푼4리에 그쳤고, 올해는 허리를 다쳐 5월 30일 1군 말소 후 무려 78일 동안 2군 신세를 졌다. 이후 재활을 거쳐 지난달 16일 마침내 1군 콜업됐지만, 선발 기회는 좀처럼 찾아오지 않았다.
박세혁은 “다시 1군에서 뛸 수 있다는 게 정말 감사한 일이다. 이런 함성, 희열, 아드레날린, 도파민은 1군 무대에서만 느낄 수 있다”라며 “이 자리를 통해 2군 선수들에게 정말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그 선수들이 나한테 ‘학생 때 선배님 팬이었습니다’, ‘선배님 야구하는 걸 보면서 열심히 했습니다’라고 말해준 덕분에 다시 힘을 낼 수 있었고, 자존감도 높였다. 또 2군 코칭스태프, 직원분들도 너무 잘 챙겨주셨다. 정말 감사했다”라고 역전 결승타의 공을 퓨처스 선수단에 돌렸다.
이어 “그 동안 선수 생활을 하면서 이런 시기가 없었다. 계속 주전으로 뛰었고, FA 계약도 했다. 그래서 올해 2군에서 보낸 시간이 앞으로 야구를 하는 데 있어 내 마음의 큰 자산이 될 거 같다.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기가 됐다. 다시 한 번 2군 선수들한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라고 진심을 더했다.

박세혁은 남은 23경기 NC의 가을야구 진출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할 생각이다. 그는 “후회가 남지 않도록 내가 하고 싶은 걸 다할 생각이다. 대신 팀 상황에 맞게 할 것”이라며 “5강 싸움이라는 건 결국 5강에 들어야 한다. 우리 팀에 어린 선수들이 많은데 어떤 순위든 일단 가을야구에 가서 가을 냄새를 맡았으면 한다. 그런 걸 자주 느껴야 성장할 수 있다. 내가 옆에서 좋은 말도 많이 해주고, 격려도 해주면서 팀을 이끌도록 하겠다”라고 남다른 각오를 다졌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기 공룡들도 정신 무장을 해야 한다. 박세혁은 “순위싸움은 진짜 독해야 한다. 힘든 것보다 이루고 나서 희열감, 뿌듯함이 더 크다. 이제 100경기도 아니고 한 20경기 정도 남은 게 아닌가. 어떻게 보면 우리가 3위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모든 걸 쏟아부어야 한다. 5강 싸움은 무조건 이를 악 물어야 높은 위치로 갈 수 있다”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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