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윤도현(23)이 수비의 기본기를 절감했다.
지난 2일 한화 이글스와의 대전경기에 앞서 부상을 털고 돌아왔다. 이범호 감독은 리드오프겸 3루수로 선발기용했다. 윤도현에 대한 기대감이 엿보이는 대목이었다. "경기에 많이 뛰도록 여러 포지션을 보고 있다. 오늘은 3루에서 어떻게 할지 체크하겠다. 남은 시즌 3루로 많이 나갈 것이다. 마무리 훈련까지 보면서 어떤 포지션이 좋을지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매년 부상에 시달리며 스프링캠프로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올해는 착실하게 캠프를 마치고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넣었다. 그러나 송구입스가 찾아와 5일만에 2군으로 내려갔다. 2군 경기 도장 오른쪽 팔꿈치에 사구를 맞아 상당기간 자리를 비웠다. 5월22일 드디어 1군에 복귀해 장타를 터트리며 보탬이 되는 듯 했으나 손가락 골절상이 찾아았다. 무려 82일만의 1군 복귀였다.
1회초 첫 타석부터 행운이 따랐다. 볼카운트 1B2S에서 4구 직구를 쳤으나 막힌 타구였다. 우익수가 달려오기전에 이미 그라운드에 떨어진 빗맞은 안타였다. 후속타 불발로 득점에는 실패했지만 복귀 첫 타석에서 안타, 그것도 타자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빗맞은 안타가 나오면서 기분이 좋을 수 밖에 없었다.

기세가 두 번째 타석까지 이어졌다. 류현진의 초구 145km 직구를 그대로 통타해 왼쪽 담장을 훌쩍 넘겨버렸다. 비거리 115m짜리 선제 솔로포였다. 시즌 5번째 홈런이었다. 지난 6월1일 KT와 수원경기에서 2홈런을 터트린 이후 석달여만에 손맛을 보았다. 복귀전에서 대포를 터트리며 타격재능을 한껏 과시했다.
그러나 수비에서 생각치 못한 결정적인 실수가 나왔다. 1-0으로 앞선 5회말 무사 1,2루에서 하주석의 보내기 번트때 3루로 돌아가 포스아웃을 준비해야하는 점을 망각했다. 볼을 잡은 포수 김태군이 1루에 덜질 것으로 예상했는지 천천히 3루쪽으로 뒷걸음했다. 김태군은 3루에 볼을 던졌고 뒤늦게 태그플레이를 했으나 주자의 발이 빨랐다.
1사 1,2루가 무사 만루가 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선발 김도현은 다음타자를 중견수 뜬공으로 잡았지만 동점을 허용했다. 이어 노시환에게 역전 3점 홈런을 내주었다. 이후 2안타를 더 맞고 조기강판했다. 이후 신인투수들이 줄줄이 나섰으나 집중타를 맞았고 무려 21점을 내주고 대패를 했다. 선발 김도현이 위기에서 무너진 것이 뼈아팠지만 윤도현의 수비 하나가 대량 실점의 빌미가 된 것도 분명했다.

윤도현은 이날까지 1군 20경기 타율 2할8푼8리(73타수 21안타) 5홈런 10타점 OPS .867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타격 재능은 동기생 김도영급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수비에서 실수를 최대한 줄여야 주전이 될 수 있다. 이날처럼 수비의 기본을 망각해서는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없다.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머릿속에 그려 놓고 대비를 해야 한다. 뼈아픈 숙제 하나를 받은 복귀전이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