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33, LAFC)이 손꼽아 기다리던 홈 데뷔전에서 끝내 고개를 떨궜다.
손흥민은 1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BMO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시즌 메이저리그사커(MLS) 서부 컨퍼런스 29라운드 샌디에이고 FC전에서 중앙 공격수로 선발 출격했으나 팀의 1-2 패배를 지켜봐야만 했다.
경기 전부터 뜨거운 관심이 쏠렸다. 이미 원정 3경기를 통해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여줬던 손흥민의 ‘안방 인사’였다. LAFC 팬들은 경기장을 가득 메웠고, 수많은 ‘SON 7’ 유니폼이 관중석을 뒤덮었다.
출발은 좋았다. 전반 14분, 부앙가가 환상적인 로빙 패스를 받아 깔끔하게 마무리하며 선제골을 넣었다. 손흥민도 곧장 달려가 부앙가와 포옹하며 팀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그러나 문제는 이후였다.

샌디에이고는 빠른 공격 전환으로 맞불을 놓았다. 전반 32분, 멕시코 대표 출신 이르빙 로사노가 박스 안 좁은 공간에서 침착하게 슈팅을 성공시키며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LAFC가 잡은 흐름은 한순간에 사라졌다.
손흥민은 전반 막판 기회를 만들었다. 수비수를 제친 뒤 날카로운 감아차기를 시도했지만 샌디에이고 골키퍼의 슈퍼세이브에 막혔다. 이어진 코너킥도 동료 발에 닿지 않았다.
후반에도 손흥민은 끊임없이 움직였다. 그러나 결정적 순간마다 운이 따르지 않았다. 후반 21분, 샌디에이고의 안드레스 드레이어가 개인기를 앞세워 역전골을 넣으며 스코어는 1-2가 됐다.
LAFC는 총공세에 나섰다. 후반 28분 손흥민이 날린 감각적인 오른발 슈팅은 그대로 골대를 강타했다. 추가시간에도 그는 아크 정면에서 강력한 슈팅을 시도했으나 골키퍼의 손끝에 걸렸다. 이날 손흥민은 슈팅만 4회를 기록했지만, 골과 도움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손흥민은 결과에 대한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과거에도 최전방 공격수로 나선 경험이 있어 포지션 적응은 문제없었다. 하지만 상대의 압박이 강했다. 골대를 맞춘 슈팅이 들어갔다면 경기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도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렸다. 손흥민은 “결국 모든 것은 결과로 증명된다. 내가 더 잘했어야 했다. 동료들은 최선을 다했지만, 결정적 순간에 내가 해결하지 못했다”며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무엇보다 그는 홈 팬들에게 각별한 고마움을 드러냈다. “세계 많은 경기장에서 뛰었지만 오늘은 특별했다. 팬들의 열정과 응원은 집 같은 편안함을 줬다. 승점 3점을 선물하지 못해 죄송하다. 하지만 더 나은 모습으로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다.
손흥민은 이어 “팬들이 유니폼을 입고 찾아와 준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됐다. 이런 응원은 절대 당연한 게 아니다. 앞으로도 팬들이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며 굳은 의지를 밝혔다.
비록 패배했지만 스티브 체룬돌로 감독은 손흥민을 두둔했다. 그는 “손흥민이 박스 앞에서 기회를 맞는 것 자체가 긍정적이다. 오늘도 골키퍼 선방과 골대 불운만 아니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라며 그의 클래스를 높게 평가했다.
LAFC 팬들에게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동시에 희망도 확인한 경기였다. 손흥민은 여전히 “결정적 순간을 책임질 선수”임을 증명하고 있다. 이제 과제는 더 빠른 적응과 확실한 마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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