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제로퀵’ 일본에서 나올 뻔…1회 아웃 1개도 못 잡고 안타-볼넷-볼넷-만루홈런
OSEN 백종인 기자
발행 2025.07.10 07: 20

[OSEN=백종인 객원기자] 전설적인 사건 ‘제로퀵’이 일본 프로야구에서 나올 뻔했다.
어제(9일) 열린 홋카이도 니폰햄 화이터즈와 지바 롯데 마린즈의 경기였다. (조조 마린 스타디움)
원정 팀 니폰햄의 공격이 1회 초부터 맹렬하게 폭발했다. 1번 이소바타 료타의 우익선상 2루타가 시작이다. 이어 2번 미즈타니 슌과 3번 만나미 츄세이는 연달아 볼넷을 골라 나갔다. 무사 만루의 기회가 된 것이다.

만루홈런을 기뻐하는 니폰햄 나인들. 맨 왼쪽이 프랜밀 레이예스. 홋카이도 닛폰햄 화이터즈 SNS

여기서 등장한 것이 4번 프랜밀 레이예스다. 볼 카운트 0-1이었다. 2구째 144㎞ 직구가 존을 통과한다. 이걸 놓치지 않고 통타, 타구는 지바 롯데의 응원단이 자리 잡은 우측 담장 너머로 사라졌다. 자신의 시즌 17호 홈런을 그랜드슬램으로 장식한 것이다.
반면 홈 팀 지바 롯데 입장에서는 황당하기 이를 데 없는 일이다. 선발 투수(이시카와 슈타)가 아웃 카운트 1개도 잡지 못하고 한 방에 무너진 탓이다.
게임이 시작된 지 10분도 지나지 않았다. 어쩌면 관중들이 채 입장도 마치지 못한 시간이다. 투구수는 고작 18개였다. 스코어 0-4로 일찌감치 대세가 기울었다.
지바 롯데의 선발 이시카와 슈타가 홈런을 허용한 뒤 난감함 표정을 짓고 있다. 홋카이도 닛폰햄 화이터즈 SNS
비슷한 경우는 종종 생긴다. 그중 유명한 것이 KBO 리그의 ‘제로퀵 사건’이다.
2016년 5월 인천 문학 구장(당시 이름은 SK 행복 드림 구장)이었다. 원정 팀 한화 이글스의 선발은 심수창이었다.
그런데 1회 말 시작부터 제구에 애를 먹는다. 1번 이명기, 2번 조동화, 3번 최정까지 세 타자에게 연속 볼넷을 내준다. 그리고 4번 정의윤에게 만루 홈런을 얻어 맞았다(볼 카운트 2-2).
그러자 이글스 벤치는 즉각 움직인다. 노기를 띤 김성근 감독은 심수창의 교체를 지시한다. 아웃을 1개도 잡지 못하고, 투구수 23개 만에 마운드에서 내려와야 했다.
훗날 심수장은 유튜브 채널 ‘스톡킹’에서 이를 ‘제로퀵’이라고 불렀다. 선발 투수의 조기 강판을 뜻하는 퀵 후크(quick hook)를 변형시킨 작명 센스를 발휘한 것이다.
다음 투수가 아직 준비도 못한 상태였다. 장민재는 라커룸에서 스트레칭 중이었는데, 갑작스러운 호출을 받았다. “무슨 소리냐? 게임이 시작되기는 했냐?”며 어리둥절했다고 한다.
하지만 정민태 코치의 재촉을 받고 급하게 마운드에 올라야 했다. 그런데도 4⅔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김성근 감독의 신임을 얻게 된 결정적인 계기로 알려졌다.
심수창의 2016년 제로퀵 장면. OSEN DB
사실 더 심한 제로퀵 사례도 있다. 2022시즌 롯데 자이언츠 글렌 스파크맨의 경우다.
어린이날(5월 5일) 경기였다. 수원 KT전에서 선발로 나가 역시 초반부터 고전했다. 아웃 카운트를 1개도 잡지 못하고, 안타 2개(홈런 1개) 사사구 3개를 내주며 6점을 헌납했다. 그나마 무사 만루를 이어받은 서준원의 덕을 봤다. 승계 주자 실점을 1점으로 막아준 것이다.
메이저리그에서도 간혹 나온다. 특히 포스트시즌 때 케이스가 팬들의 기억에 남는다. 2022년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때였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선발 마이크 클레빈저가 주인공이다.
1회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1번 카일 슈와버에게 좌전안타에 이어 2번 라스 호스킨스에게 좌월 투런 홈런을 맞았다. 그리고 TJ 리얼무토에게 볼넷을 주고, 다음 브라이스 하퍼에게 2루타를 맞고 강판됐다(스코어 0-3).
다만 어제 일본의 경우는 달랐다. 지바 롯데 요시이 마사토 감독이 참을성을 발휘해 제로퀵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선발 이시카와 슈타가 만루 홈런 이후에도 계속 마운드에 버텼다.
그렇다고 상황이 좋아진 것은 아니다. 5회까지 100개를 던지며 안타 9개와 볼넷 4개를 허용했다. 8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최종 스코어는 니폰햄의 13-1 대승이었다, 퍼시픽리그 1위와 최하위의 대결 다운 결과였다.
글렌 스파크맨  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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