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유튜브 채널인 ‘자이언츠TV’에서 ‘상남자’를 자처하는 내야수 이호준이 253분, 4시간 13분의 대혈투를 끝냈다.
롯데는 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정규시즌 맞대결에서 연장 11회 접전 끝에 5-4로 승리를 거뒀다. 이날 이호준이 동점과 끝내기 상황을 모두 만들어내며 히어로가 됐다. 롯데는 이호준 덕에 2012년 이후 13년 만에 전반기 3위를 확정했다.
이날 롯데는 3-1로 앞서던 9회 2사 후 강승호에게 2타점 동점 적시타, 이유찬에게 역전 적시타를 허용하면서 3-4로 역전을 당한 채 9회말을 맞이했다.
전날(8일) 경기 8회 4실점을 허용하며 5-8로 역전패를 당한 충격이 이틀 연속 이어지는 듯 했다. 하지만 롯데도 포기하지 않았다. 9회 선두타자 한태양이 볼넷으로 출루했고 장두성의 희생번트, 그리고 상대 폭투로 1사 3루 기회를 잡았다.

타석에는 앞서 8회부터 유격수 대수비로 들어간 이호준. 이호준은 두산 마무리 김택연을 상대로 1루수 땅볼을 때렸다. 타구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았다. 두산 1루수 강승호의 홈 송구가 우측으로 치우쳤고 3루 주자 한태양이 홈을 쓸었다. 야수선택으로 4-4 동점을 이끌었다. 이호준이 인플레이 타구를 생산해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후 롯데는 심재민이 연장 11회까지 무실점으로 버티며 11회말까지 이끌었다. 결국 이호준에게 다시 기회가 왔다. 선두타자 정훈이 좌전안타로 출루했고 한태양은 희생번트 작전 실패 이후 삼진으로 물러났다. 그리고 대타 최항이 불리한 카운트에서 볼넷으로 걸어나가 1사 1,2루 기회를 만들었다. 이호준에게 끝내기 밥상이 차려졌다. 이호준은 물러서지 않았다. 박치국의 패스트볼 승부를 이겨냈고 우선상 적시 2루타를 뽑아내 기나 긴 경기를 끝냈다.

물세례를 받았고 김태형 감독도 함박웃음으로 이호준을 반겼다. 이호준은 경기 후 “지금도 꿈만 같다. 아직도 정신이 없다”라면서 “치는 순간 애매했는데 코스가 너무 좋았고 운도 정말 좋았던 것 같다”라고 웃었다.
끝내기 타석 때 욕심을 냈다. 자신감 있게 접근했다. 그는 “솔직히 욕심이 많이 났다. 끝내기 안타 쳐보고 싶었다. 계속 상상만 했는데 그 순간이 오늘 온 것 같아서 죽을 때까지 기억에 남을 것 같다”라고 수줍게 웃었다.
여전히 상기된 모습의 이호준이었다. 9회와 11회 순간을 되돌아보면서 “마지막에 너무 긴장됐다. 이렇게 또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그런 날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전반기 막판 손가락 힘줄 부상으로 공백이 있었지만 다시 돌아왔고 기회를 받고 있다. 올해 야수진에서 소금과 같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이호준이고 롯데의 전반기 3위 확보에도 지분이 있다. 그는 “지금처럼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어서 정말 좋은 것 같다”고 힘주어 말하며 “후반기에는 모든 기술적인 부분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꾸준히 보여주고 싶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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