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가 기억할게요. 충분히 슬퍼하고 때로는 눈물 흘리세요”. 오은영 박사가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부터 걸그룹 이엑스아이디(EXID) 멤버 하니까지 말하기 힘든 상처를 고백한 이들을 위로했다.
지난 7일 방송된 MBN 예능 ‘오은영 스테이’ 3회에서는 유세윤이 일일 MC로 깜짝 합류한 가운데, 2기 참가자들이 새롭게 찾아왔다. 살인 사건 현장을 마주해온 형사와 여객기 참사로 사랑하는 아버지를 잃은 유가족, 무속인의 삶을 살아가는 여성, 장례지도사로 일하는 청년 등 다양한 삶의 무게를 안고 ‘스테이’를 찾은 이들의 사연이 담기며 보는 이들을 먹먹하게 했다.
먼저 문세윤을 대신한 깜짝 진행자로 등장한 유세윤은 고소영 앞에 서자마자 “이 (코의) 점을 실제로 보는 날이 오다니”라고 너스레를 떠는가 하면 “마음껏 부려달라”라며 특유의 유머 감각을 발휘해 분위기를 이끌었다. 오은영과 고소영, 유세윤은 각자의 상처를 안은 2기 참가자들을 맞이했고, 참가자들은 자신을 상징하는 별명을 적은 이름표와 함께 하나, 둘 스테이에 입장했다.
첫 참가자는 ‘잡혀 사는 형사’와 ‘목석’이란 닉네임의 두 사람은 경찰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친구 사이였다. 이들은 끔찍한 살인 사건을 보고 트라우마가 생긴 것은 물론, 피해자들을 위해 감정을 숨기다 보니 무뎌져 버린 것 같다는 고민을 털어놔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5년 차 무속인 ‘굿걸’과 하루 8시간씩 헬스를 하는 ‘헬치광이’ 그리고 재난문자 급 벨소리로 모두를 놀라게 한 ‘벨소리’가 등장했다. 장례지도사인 ‘벨소리’는 “목욕탕 갈 때도 휴대폰을 수건에 싸서 들고 간다”며 24시간 대기 상태라 일상 생활이 힘들다는 고민을 토로했다.

민낯에 가벼운 등산복 차림을 한 하니는 ‘안희연’이라는 본명을 들고 나타나 “혹시 저를 아시는 분이”라며 운을 뗐지만, 참가자 전원 알아보지 못하는 반전 상황이 벌어졌다. 하지만 하니는 “괜찮아요 뭐”라며 “원래 연예인이에요”라고 자진 고백하는 특유의 소탈한 모습으로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마지막 참가자 ‘땅콩과자’는 자신의 닉네임을 밝히자마자 눈물을 터뜨리며 “아빠가 가장 좋아하시던 과자였다. 이 과자를 보면 가슴이 먹먹해진다”라고 말했다. ‘땅콩과자’는 지난해 말 벌어진 여객기 참사로 아버지를 잃었다며 “말하지 못한 마음을 내려놓고 싶어 참가하게 됐다”라고 오열해 모두를 숙연하게 했다.
본격적인 ‘오토크’ 시간의 주제는 ‘참다가 병난 사람들’이었다. ‘땅콩과자’는 2024년 12월 29일, 사고 당일 날짜를 상처 카드에 적었고, “마지막 통화가 크리스마스이브였다”라며 “(사고 소식을 단톡방에서 본 후) 아빠한테 전화를 했는데 받지 않으셨다. 탑승객 명단을 확인한 후 울면서 공항으로 달려갔다”라고 당시의 기억을 힘겹게 떠올렸다. ‘땅콩과자’는 “무사하길 바랐지만, 사망자는 점점 늘어났고 승객 전원 사망이라는 소식을 듣고, 차라리 고통이 짧으셨기를 기도했다”라며 눈물을 쏟았다.
‘땅콩과자’는 “언젠간 모두가 이별한다는 것을 알지만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별이 오니까 받아들이기 힘들었다”라며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고가 점점 잊히고 있는 것이 더욱 슬프다고 말했다. ‘땅콩과자’는 ”말하지 않으면 이 사건이 그대로 멈춰버릴까봐 이 자리에 나오게 됐다”라고 ‘오은영 스테이’를 찾은 이유를 전했다.
오은영 박사는 “그 아픔을 어떻게 언어로 다 표현할 수 있겠나. 그 슬픔의 무게를 어떻게 감히 잴 수 있겠나. 정말 어려운 자리에 나와 주셔서 감사하다”라고 울컥했고, 고소영 역시 연신 눈물을 훔치며 “충분히 슬퍼하고, 때로는 울기도 하고, ‘그땐 그랬지’ 하며 추억을 회상하는 시간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다”라고 뭉클한 위로를 건넸다.
유세윤 또한 “위로의 말을 꺼내는 것도 죄송스럽다. 뉴스를 보며 마음 아팠는데, 상황이 처리되지 않은 것도 모른 채 잊어갔다”라고 모두의 마음을 대변했다. 그리고 장례지도사로 일한다는 ‘벨소리’는 “죽는 것이 다 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항상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아버님에 대해 얘기해주신 것을 저희가 듣고 저희가 아버님을 기억하겠다. 아버님을 기억하고 그렇게 살아가겠다”라는 진심을 건넸다. 이에 ‘땅콩과자’는 “마음껏 슬퍼하라는 이야기가 위안이 됐다”라며 “기억하겠다”라고 말한 이들의 마음에 고마움을 표했다.
끝으로 하니는 ‘눈치’라는 상처 키워드를 꺼내며 “눈치를 좀 많이 보는 편이다. 근데 이제 그만 보고 싶다”라고 입을 뗐다. 하니는 “눈치를 보는 게 힘든데 눈치를 자꾸 봐야 하는 환경 속에 있었다”라며 “최근 이런저런 일들을 겪으면서 내 삶이 내 뜻대로 되는 게 아니구나 라는 걸 많이 느꼈다. 나한테 일어나는 일들을 내가 선택을 할 수가 없구나 싶으면서 삶에 대해 통제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럽게 많이 내려놔졌다”라는 고백을 전했다. 하니가 “그렇게 살아도 될까”라는 자문으로 진짜 안희연의 복잡한 마음을 꺼내 보인 가운데 하니가 어떤 숨겨진 사연을 꺼내놓을지, 하니가 ‘오은영 스테이’에서 어떤 공감과 위로를 얻게 될지, 궁금증을 높였다.
‘오은영 스테이’ 2기 참가자들이 단순한 고백을 넘어 상처를 드러내고 마주하며 변화하려는 모습으로 깊은 공감을 안긴 가운데 시청자들 역시 “이번 회차 유독 먹먹했다”, “땅콩과자님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하니의 솔직한 고백, 처음으로 인간 안희연을 본 느낌”이라는 반응을 자아냈다.
‘오은영 스테이’는 매주 월요일 밤 9시 10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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