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가 모처럼 마음껏 ‘설레발’을 부려도 좋은 밤을 만들었다.
두산은 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KT 위즈와 시즌 11차전에서 6-2로 승리했다.
이날 경기의 주인공은 단연 최원준이었다. 지난해 9월 17일 이후 291일 만에 시즌 첫 승(6패)을 거두며 길었던 무승의 사슬을 끊어냈다.
선발로 마운드에 오른 최원준은 6이닝 5피안타 4사사구 2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1회 만루 위기를 넘긴 최원준은 호투를 이어갔지만 5회초 안현민에게 선제 적시타를 맞고 1점을 내줬다.
이어진 5회말, 두산 타선이 폭발하며 최원준의 승리를 만들어냈다. 김재환의 볼넷과 박준순의 안타, 김민석의 번트안타로 무사 만루를 만든 두산은 추재현의 우전안타와 KT 우익수 안현민의 포구 실책이 겹치며 주자 3명이 모두 홈을 밟았다. 정수빈의 적시타, 케이브의 우익수 담장 직격 3루타까지 이어지며 두산은 5회에만 대거 5점을 뽑았다.
6회에도 마운드를 지킨 최원준은 1사 이후 김상수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강현우의 느린 3루 땅볼 타구를 박준순이 달려가 러닝스로우로 1루에서 처리하는 호수비가 나왔다. 이를 지켜본 최원준은 입을 벌려 감탄하더니 곧 엄지를 들어 고마움을 전했다.
6회까지 임무를 마친 최원준은 더그아웃으로 향하며 배터리호흡을 맞춘 주장 양의지와 마치 승리라도 한 듯 격하게 기쁨을 나눴다. 설레발이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활짝 웃었다.
KT는 7회초 장진혁의 2루타와 로하스의 적시타로 한 점을 따라붙었지만, 두산은 7회말 케이브가 다시 적시타를 치며 점수 차를 벌려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경기 후 곽빈을 비롯한 투수조는 방송 인터뷰를 마친 최원준에게 다가가 케이크를 얼굴에 묻히고, 물폭탄을 퍼부으며 함께 기쁨을 만끽했다. 팬들과의 히어로 인터뷰 중에도 동료들은 방심하던 최원준에게 오수통과 아이스박스에 담긴 물을 쏟아부으며 장난을 쳤다. 최원준은 체념하듯 그대로 물세례를 받으며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경기 후 최원준은 “첫 승이 너무 오래 걸린 거 같다. 1승이 소중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고, 주위에서 많은 이야기를 해주시고, 도와주신 덕분에 이렇게 첫 승을 할 수 있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6회초가 끝난 뒤 양의지와 이례적으로 기쁨의 세리머니를 한 부분에 대해선 “사실 의지 형이 5회말 점수가 났을 때 나보다 더 기뻐했다. 나는 티 안 내고 최대한 집중하려고 했고, 6회초가 마지막 이닝인 걸 알고 형한테 고맙다는 표시를 그렇게 했다”라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두산 조성환 감독대행은 “선발 최원준의 날이다. 그동안 몇 차례 잘 던지고도 승리를 챙기지 못했지만, 늘 팀을 위해 박수를 치는 선수였다. 그런 최원준의 승리를 위해 동료들이 똘똘 뭉친 하루였다”라며 “1회 위기가 있었지만, 양의지와 좋은 호흡을 보이며 무실점 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첫 승을 정말 축하한다”라고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이날 두산은 모두가 하나였다. 모두가 최원준을 위해 뛰었고, 결국 그 진심이 통한 하루였다./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