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 잘하던데요? 공격도 더 잘하는 것 같습니다.”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는 포지션마다 부상자들이 속출하면서 부상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상대와 승부를 봐야하는 것은 물론, 더 이상의 부상자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빠진 선수들로만 주전 라인업을 구축할 수 있다. 나성범(우측 종아리) 김선빈(왼쪽 종아리) 등이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 지난해 리그 MVP를 수상한 슈퍼스타 김도영의 공백이 가장 뼈아프다. 김도영은 개막전에서 왼쪽 햄스트링을 다쳤고 지난달 27일에는 오른쪽 햄스트링을 다쳤다.
‘김도영의 팀’이라고 불려도 과언이 아닌 상황에서 두 번의 햄스트링 이탈을 뼈아프게 다가왔다. 공격도 공격인데 3루 수비가 관건이었다. 여기에 김도영의 내야 공백을 곳곳에서 채워주던 ‘친구’ 윤도현도 손가락 골절상을 당하면서 전열을 이탈했다.

주전 내야진 꾸리기가 힘겨워진 상황. 타선의 무게감이 현저히 떨어졌다. 그래도 수비에서 김도영의 존재감을 채워주는 선수가 있으니, 바로 외국인 거포 패트릭 위즈덤이다. 위즈덤은 5월 중순 허리 통증으로 전열을 이탈했고 6월 1일부터 다시 복귀했다. 그런데 위즈덤은 복귀와 동시에 1루가 아닌 3루수로 선발 출장했고 현재까지 선발 3루수로 나서고 있다.
1루보다 수비 부담이 크지만 위즈덤은 곧잘 해내고 있다. 체력적인 부담을 걱정해야 하지만 현재까지 그런 기색은 없다. 6월 1일부터 11경기 연속 선발 3루수로 나서고 있다. 공격력이 떨어지지도 않았고 3루 수비도 문제 없다.
3루 자리에서 위즈덤은 타율 3할2푼6리(46타수 15안타) 4홈런 9타점 OPS .979로 좋은 타격 컨디션을 과시하고 있다. 1루수로 나섰을 때 타율 2할3푼7리(114타수 27안타) 8홈런 23타점 OPS .890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3루수로 나섰을 때의 표본이 훨씬 적지만 기록적으로 차이는 꽤 큰 편이다.

3루수 골든글러브 출신의 이범호 KIA 감독은 “수비 잘하더라. 송구도 좋다. 1루에 있을 때보다 긴장감이 생겨서 그런지 3루에서 공격도 더 잘하는 것 같다”라고 웃으면서 “3루는 타구를 잡고 던져야 아웃이 되니까 좀 더 수비에서 긴장하고 신경을 써서 플레이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게 노력하다 보니 타율이나 기록들이 올라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허리 부상의 전력도 있기에 체력과 부상 관리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이범호 감독 역시도 “체력적으로 걱정되는 건 있다”라고 말했다.
사실 위즈덤은 메이저리그 88홈런 중 절반이 넘는 홈런을 3루수로서 쏘아 올렸다. 3루수로 56홈런을 때려냈다. 1루수로 때려낸 홈런은 8개. 3루수로 277경기(239선발) 2119⅔이닝을 소화했다. 1루수 83경기(53선발) 464⅔이닝보다 5배 가까이 많은 수비 이닝을 소화했다.

김도영이라는 걸출한 스타가 있고 공수 극대화를 위한 선택일 뿐, 위즈덤이 3루 핫코너를 맡는 것은 그리 어색한 장면이 아니다. 빅리그 3루수 출신인 위즈덤의 활약은 과연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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