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월드컵경기장이 화려한 골 폭죽으로 물들었다. 홍명보호가 월드컵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팬들에게 시원한 대승을 선물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10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조별리그 B조 10차전 최종전에서 쿠웨이트를 4-0으로 격파했다.
이로써 한국은 월드컵 예선을 무패로 마감했다. 대표팀은 마지막 경기에서도 승리하며 북중미 월드컵 2, 3차 예선을 11승 5무로 마무리하며 단 한 번도 패배하지 않았다. 2010 남아공 월드컵 이후 16년 만의 업적이다.
한국은 일찌감치 본선 진출도 확정했다. 지난 6일 이라크 원정에서 2-0으로 승리하며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역사를 썼다. 아시아 최초이자 전 세계를 통틀어도 6번째 대기록이다. B조에서는 한국과 요르단이 나란히 월드컵 직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여기에 한국은 안방에서 열린 최종전을 대승으로 장식하며 유종의 미까지 거뒀다.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 3차 예선에서는 마지막 경기에서 아쉽게 아랍에미리트를 상대로 패했지만, 이번엔 다른 결과를 만들었다.


한국은 4-2-3-1 포메이션으로 시작했다. 오현규, 배준호-이강인-전진우, 원두재-황인범, 설영우-김주성-이한범-이태석, 이창근이 선발로 나섰다. 이한범은 A매치 데뷔전, 전진우·김주성·이창근은 A매치 선발 데뷔전을 치르게 됐다. 주장 손흥민은 부상 여파로 벤치에 앉았고, 황인범이 대신 주장 완장을 찼다.
쿠웨이트도 4-2-3-1 포메이션으로 맞섰다. 아흐메드 잔키, 타랄 알카이시-자셈 알무타르-아흐메드 알데피리, 유세프 마제드-압둘와함 알아와디, 파하드 알하제리-레다 하니-메샤리 가넴-모하메드 칼레드, 술라이만 압둘가푸르가 선발 명단을 꾸렸다.
초반부터 한국이 주도권을 쥐고 쿠웨이트 골문을 두드렸다. 배준호와 전진우가 적극적으로 하프스페이스로 침투하며 기회를 노렸고, 오현규도 넓은 범위를 움직이며 수비에 균열을 내려 했다. 이한범과 김주성을 포함한 수비수들까지 모두 중앙선 위로 올라가 강하게 압박했다.
전반 4분 이강인이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렸고, 배준호가 헤더로 떨궈놨으나 수비가 먼저 걷어냈다. 골대가 도와주지 않았다. 전반 11분 배준호가 설영우의 크로스에 머리를 갖다 댔다. 수비에 맞고 굴절된 공은 우측 골대를 때리고 말았다.


한국이 계속해서 몰아붙였다. 전반 19분 배준호가 박스 왼쪽에서 예리한 오른발 감아차기 슈팅을 터트렸다. 그러나 골키퍼가 몸을 날려 쳐냈다.
두드리던 한국이 기어코 선제골을 뽑아냈다. 전반 30분 황인범이 왼쪽에서 코너킥을 올렸고, 전진우가 달려들며 헤더를 시도했다. 애매하게 뒤로 흐른 공은 알하제리 다리에 맞고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처음에는 아시아축구연맹(AFC) 홈페이지상 전진우의 A매치 데뷔골이 아닌 알하제리의 자책골로 공식 기록됐다. 그러나 현재는 전진우의 득점으로 수정된 상태다. K리그1에 이어 A매치에서도 말 그대로 골이 달라붙고 있는 전진우다.
전반 추가시간은 3분이 주어졌다. 예선 첫 승을 노리는 쿠웨이트가 반격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위협적이지 않았다. 전반은 그대로 한국이 1-0으로 앞선 채 끝났다.


한국이 후반전 이른 시간 추가골을 터트렸다. 주인공은 바로 '에이스' 이강인이었다. 후반 6분 이태석이 공을 끊어내며 역습 기회를 만들었고, 배준호가 수비 뒤로 침투하는 이강인 앞으로 좋은 패스를 찔러넣었다. 각이 그리 많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강인은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골키퍼를 꿰뚫으며 A매치 11호 골을 기록했다.
머지않아 쐐기골까지 나왔다. 후반 9분 황인범이 우측에서 반대편으로 길게 크로스했고, 배준호가 머리로 떨궈줬다. 이를 오현규가 멋진 터닝슛으로 연결하며 골망을 갈랐다. 지난 이라크전에 이은 두 경기 연속골이다. 오현규는 후반 11분에도 배준호의 완벽한 스루패스를 받아 멀티골을 노렸지만, 골대에 가로막혔다.
홍명보 감독이 교체 카드를 활용했다. 후반 24분 전진우와 배준호를 불러들이고 이재성과 박승욱을 투입했다. 이강인이 왼쪽으로 자리를 옮겼고, 설영우가 한 칸 전진해 오른쪽 날개 역할을 맡았다.


한국의 골 폭죽이 멈추질 않았다. 후반 27분 코너킥 공격에서 김주성이 높이 뛰어올라 공을 머리에 맞혔지만, 골대를 강타했다. 이후 골문 앞 혼전 상황에서 이재성이 재차 슈팅으로 연결했고, 공은 쿠웨이트 수비에 맞고 굴절되면서 골망을 흔들었다.
4골 차로 달아난 한국 벤치가 다시 움직였다. 홍명보 감독은 후반 30분 설영우와 오현규를 대신해 양현준과 주장 손흥민을 투입했다. 손흥민이 유니폼을 입고 교체 투입을 준비하는 모습이 포착되자 관중석에서는 엄청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그는 이번 출전으로 A매치 134경기 출전을 기록하며 이운재를 제치고 역대 최다 출전 단독 3위에 올랐다.
한국은 후반 38분 이태석을 빼고 황희찬까지 투입하며 교체 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황희찬이 공격적인 왼쪽 윙백을 맡는 이색적인 모습이 나오기도 했다. 한국은 경기 막판 쿠웨이트에 위협적인 슈팅을 내주기도 했지만, 끝내 실점 없이 경기를 마쳤다.
/finekosh@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