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르면 자르지 뒷담 깔 사람은 아니다".
영국 '더 선'은 8일(한국시간) "토트넘 부임이 유력한 토머스 프랭크 감독은 다니엘 레비 회장의 신중한 태도와 잘 맞을 것이다"라면서 "과거 프랭크 감독의 브뢰비 시절 온갖 음해를 당했던 것을 생각하면 레비 회장 정도의 신중한 사람하곤 엄청 잘 맞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토트넘은 전날 "상당한 숙고 끝에 클럽은 포스테코글루가 직무에서 해임되었음을 발표할 수 있다"라며 결별을 발표했했다. 원래 계약 기간은 옵션 포함 2027년 여름까지였지만, 2년 빠르게 동행을 끝내기로 택했다. 2023년 여름 셀틱을 떠나 토트넘에 부임한 지 2년 만에 떠나게 된 포스테코글루 감독이다.

토트넘은 "포스테코글루는 2023년 여름 셀틱에서 구단에 합류한 뒤 경기장에서 변화를 이끌며 클럽의 전통인 공격 축구로 돌아갔다. 그리고 지난달 빌바오에서 유로파리그 우승을 이끌며 역사의 새로운 장을 썼다. 우리 모두와 영원히 함께할 업적을 남겼다. 그가 2년간 보여준 헌신과 기여에 매우 감사드린다. 포스테코글루는 전설 빌 니콜슨, 키스 버킨쇼와 함께 유럽대항전 트로피를 들어 올린 역사상 3번째 감독으로 항상 기억될 것"이라고 헌사를 바쳤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올 시즌 최악의 부진 속에서도 언제나 2년 차에 우승했다고 외쳤던 호언장담을 지켰다. 토트넘은 지난달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결승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1-0으로 제압하며 정상에 올랐다. 2007-2008시즌 리그컵 우승 이후 17년 만의 무관 탈출이자 41년 만의 유럽대항전 우승이었다. 손흥민도 마침내 커리어 첫 우승을 손에 넣었다.
그러자 몇 달 전부터 줄기차게 '포스테코글루 OUT'을 외치던 토트넘 팬심도 바뀌기 시작했다. 영국 현지 매체들 사이에서도 그에게 UEFA 챔피언스리그 무대를 누빌 기회를 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럼에도 다니엘 레비 회장은 흔들리지 않고 칼을 빼 들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UEL 결승전에서 우승 트로피를 번쩍 들어 올린 지 16일 만에 토트넘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다.

토트넘은 "보드진은 만장일치로 변화가 최선의 이익이라고 결론 내렸다. 우리는 지난 프리미어리그 66경기에서 승점 78점을 얻는 데 그쳤다. 이는 지난 시즌 최악의 리그 성적으로 절정에 달했다. 때때로 부상과 유럽대항전 우선 순위 때문에 불가피했고, 유로파리그 우승은 클럽의 위대한 순간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우승 때문에 감정에 근거한 결정을 내릴 순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만큼 프리미어리그 성적이 바닥을 쳤다. 토트넘의 최종 성적은 11승 5무 22패, 승점 38. 순위는 클럽 역사상 프리미어리그 최악의 성적인 17위. 기존 최저 기록은 1993-1994시즌의 15위였다. 단일 시즌 리그 최다 패배 기록까지 새로 썼다.
이제 차기 사령탑을 물색 중인 레비 회장과 토트넘 보드진. 가장 유력한 후보는 덴마크 출신 프랭크 감독이다. 그는 지난 2018년부터 브렌트포드를 안정적으로 지휘 중이며 하부리그를 맴돌던 팀을 프리미어리그 중위권에 안착시키며 영웅으로 불리고 있다.
프랭크 감독의 성공 비결은 뛰어난 영입 안목과 훌륭한 전술이다. 그는 한정된 예산 속에서도 알짜배기 선수들을 영입하며 선수단을 개혁했고, 경기 중에도 유연하게 포메이션을 바꾸는 등 전술가적인 면모도 자랑한다. 3-5-2 포메이션이나 4-3-3 포메이션을 기반으로 강한 압박과 빠른 공격을 강조하는 만큼 토트넘이 원하는 공격 축구와도 어울릴 수 있다.

토트넘이 프랭크 감독 영입을 추진하는 이유는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이기 때문. 실바 감독은 사우디아라비아의 관심도 받고 있기에 영입 경쟁이 치열하며 가장 먼저 노렸던 안도니 이라올라 감독은 본머스와 재계약이 유력하다. 반면 프랭크 감독은 계약에 바이아웃 조항이 있기에 토트넘이 충분히 데려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토트넘은 이미 프랭크 감독과 앞으로 프로젝트와 여름 이적시장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그가 빅클럽을 맡아본 경험이 없다는 점이 걱정거리다. '텔레그래프'는 "레비는 포스테코글루보다 뛰어난 후임자를 선임해야 한다는 엄청난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프랭크는 주요 대회 우승 경험이 없고, 유럽대항전 경험도 없다"라고 짚었다.
프랭크 감독은 2013년 덴마크 브뢴비서 팀을 재건하면 3년 가깝게 버텼다. 그러나 2016년 덴마크 축구계를 뒤흔든 '오스카 게이트'로 인해 갑자기 사임했다. 당시 덴마크 축구 커뮤니티에서 유명한 프랭크 감독의 안티였던 '오스카'가 알고보니 브뢴비의 얀스 베흐 안데르센 회장이었던 것.
당시 오스카는 프랭크 감독에게 오래 저격하면서 "시스템에만 매달리는 무능한 감독"이라고 비판했다. 해당 게이트가 커지자 프랭크 감독은 "구단 수뇌부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라고 사임했다. 이후 프랭크 감독은 해외 축구 진출에 나서 토트넘이라는 빅클럽에 입단햤다.
프랭크 감독이 학을 땐 '오스카 게이트;의 안데르센 회장과 달리 토트넘의 레비 회장은 생각보다 감독들과 꾸준한 소통을 이어가는 것으로 유명하다. 더 선은 "적어도 프랭크 감독은 토트넘에 부임해서 못해도 레비 회장이 SNS 익명 계정으로 뒷담을 깔 걱정은 안해도 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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