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 김택연이 휴식조에 편성된 상황에서 두산 베어스는 경기 후반 어떻게 3점 리드를 지킬 수 있었을까. 믿었던 이영하마저 흔들리면서 우려의 시선이 커졌지만, 두산 불펜에는 준비된 뒷문지기가 있었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루키 양재훈(22)은 지난 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시즌 7차전에 구원 등판해 1⅔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1탈삼진 무실점 23구 호투로 데뷔 첫 세이브를 신고했다.
양재훈은 5-2로 앞선 8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이영하에 뒤를 이어 마운드에 올랐다. 앞서 이영하가 빅터 레이예스에게 추격의 투런포를 허용한 가운데 최지강, 고효준, 마무리 김택연을 휴식조에 편성한 두산 조성환 감독대행은 루키 양재훈에게 남은 아웃카운트 5개를 맡기는 파격 결단을 내렸다.
양재훈은 첫 타자 전준우에게 중전안타를 맞으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지만, 전민재를 3루수-2루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로 막고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끝냈다.
여전히 5-2로 앞선 9회초에도 마운드에 오른 양재훈. 1년 선배 김택연을 대신해 클로저 중책을 맡아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선두타자 손호영을 1루수 뜬공 처리한 뒤 유강남 상대 우전안타를 맞아 1사 1루 상황에 처한 가운데 한태양을 좌익수 뜬공, 장두성을 4구 끝 헛스윙 삼진 처리, 경기를 끝냈다. 팀의 5-2 승리에 마침표를 찍은 순간이었다.
양재훈은 경기 후 데뷔 첫 세이브의 공을 대선배 양의지에게 돌렸다. 그는 “처음 올라갈 때 세이브 상황인 건 알았지만, 마운드에서는 세이브 상황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내 공만 던지고 내려오자는 마음이었다. 양의지 선배님께서도 ‘너무 긴장하지 말고 지금 공 좋으니까 네 공 믿고 던져’라고 해주셨다”라며 “그 말이 많은 힘이 됐다. 8, 9회 모두 (양)의지 선배님께서 잘 이끌어주셔서 첫 세이브를 달성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양재훈은 지난 3일 잠실 KIA 타이거즈전에서 ⅔이닝 4피안타 1볼넷 3실점으로 크게 흔들리며 좌절을 겪기도 했던 터. 그는 “3일 등판에서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공을 높게 던지려고 했는데 마음 먹은 곳에 가지 않았고 이후 그 부분을 보완하려고 노력했다. 오늘은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아 기분이 좋다”라고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양재훈은 개성고-동의과학대를 나와 2025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두산 7라운드 66순위로 뽑힌 대졸 우완투수다. 개성고 졸업 후 프로 미지명의 아픔을 겪었지만, 꿈을 포기하지 않고 동의과학대로 진학해 마침내 프로선수가 됐다.
지난달 15일 이승엽 전 감독의 부름을 받아 3주 넘도록 1군에서 생존 중인 양재훈의 시즌 기록은 7경기 승패 없이 1세이브 평균자책점 4.35. 5월 한 달 동안 5경기 평균자책점 2.25로 두각을 드러냈는데 6월 두 번째 등판에서 세이브라는 값진 기록이 따라왔다.
양재훈은 “중요한 순간에 등판해 팀이 승리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어 다행이다. 앞으로도 믿고 맡겨주시면 더 좋은 모습으로 보답해드리겠다”라고 더 나은 투구를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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