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겨울 최우범 감독이 이끌었던 브리온은 3년만에 다시 열린 2024 KeSPA컵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함박’ 함유진과 ‘하이프’ 변정현 등 젊은 피와 ‘클로저’ 이주현 등 2021년 프랜차이즈 참가 이후 사실상 첫 투자의 결실을 내면서 리그에 새로운 바람을 예고했다.
그로부터 대략 반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 브리온은 시즌 중 감독 경질이라는 강수로 또 다른 화제의 주인공이 됐다. 2라운드에 발맞춰 '크로코' 김동범이라는 베테랑 정글러까지 영입하면서 예전과 달리 지갑을 열었지만, 2라운드 말미까지 성적은 5승 13패 득실 -13으로 8위라는 아쉬운 성적이 해임의 결정적 사유였다.
2021시즌 최우범 감독 첫 부임 이후 지난 2022년 재계약을 했지만 그 뒤로 지속적인 성적 부진 등 복합적인 요인을 고려해 결정한 사안이라고 설명하면서 향후 팀의 경쟁력 제고와 미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팀의 변화가 필요하는 것이 브리온이스포츠측의 설명이었다.
2라운드까지 성적을 살펴보면 농심과 DN 프릭스를 제외하면 지갑이 열린 순서대로 순위표에 이름들을 채우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스포츠에 관심이 있는 팬들이라면 알 수 있는 샐러리 캡, lck에서는 '균형지출제도(SFR, Sporting Financial Regulation)'의 지출 상한선 금액은 40억 원으로 젠지 한화생명 T1 등 부산에서 열리는 '로드 투 MSI' 3라운드, 4라운드에 진출한 팀들은 이 지출 상한선을 한참 넘겼다. 젠지 한화생명 T1의 경우 사치세로 불리는 부담금의 출혈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그 뒤를 이어 지출한 팀을 살펴보면 5, 6위 경쟁을 해야 하는 KT와 디플러스 기아(DK)가 상한선 금액 바로 밑으로 베스트5의 총액을 계산해 균형지출제도에서 부담금 납부를 피한 상황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KT와 DK의 뒤를 이어 농심 디알엑스 DN 프릭스가 20억 원대가 넘게 베스트5의 총액을 지출했다고 추정하고 있다.
남은 피어엑스와 브리온은 10개 LCK 프로팀들 사이에서 '지출 권장 하한선(각 팀에서 선수들에게 투자해야 하는 연봉의 최소 금액)' 정도를 겨우 넘긴 정도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추정이다. 즉 지출 상한선을 초과해 거둬들인 사치세를 받기 위한 최소한의 수단 정도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브리온은 최우범 감독 해임 보도자료에서 'LCK 정규시즌 3~5라운드 성적향상 및 롤드컵 진출 목표 달성을 위해, 조속한 시일 내에 새로운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이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떠오를 수 밖에 없다. '태생적 한계를 과연 초월할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이 든다. 가장 최하 레벨을 투자하고 성적을 바라는 것은 도대체 '무엇을 근거해서 나온 것일까'에대한 회의감도 든다.

브리온은 과연 어떤 그림을 꿈꾸고 그리고 있는 것일까. LCK 프랜차이즈 도입 이전 원년부터 3년 연속 롤드컵 무대를 진출했던 시절을 기대하는 것일까. 당시 박정석 감독은 매해 능력있는 신인들을 발굴하면서 3년 연속 롤드컵에 진출한 바 있다. 이후 나진, 이엠파이어, 콩두 몬스터를 거쳐 브리온은 과거 나진의 영광을 뒤로 한채 리그에서 약자의 멍에를 뒤집어 썼다.
그렇다고 돈을 많이 써야만 성공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적절한 투자와 육성이 병행되어야 가능하다. 투자로 인해 성과를 낸 팀은 1, 2라운드를 돌아보면 농심이 성공적 사례였다. 베테랑 '킹겐' 황성훈과 '리헨즈' 손시우에게 그들의 자존심을 채워주는 액수를 투자했고, 2년 이상 리그에서 육성 경험이 바탕이 되면서 전반기 4위(10승 8패 득실 +3)라는 성적을 냈다. 4년 만에 서부리그인 레전드 그룹에 합류했다.
7위 피어엑스 또한 인상적이다. LCK컵을 전패로 마감하면서 체면을 구겼지만, 2025 LCK 정규시즌에서는 영입한 베테랑 서포터 '켈린' 김형규의 조율 아래 '디아블' 남대근, '데이스타' 유지명, '소보로' 임성민 등 걸출한 유망주들을 LCK 무대까지 끌어올렸다.

무엇보다 브리온은 '클로저' 이주현 이라는 동부 최고의 미드 라이너와 팀의 정신적 지주라고 할 수 있는 '모건' 박루한이 중심을 잡는다면 오랜 기간 팀에서 육성했던 '풀루' 오동규와 지난해 스토브리그를 통해 합류한 '함박' 함유진과 '하이프' 변정현까지 충분히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해임된 최우범 감독의 공과를 따져보겠다는 말이 아니다. '과'로 인해 해임이 된 만큼 브리온이 보여줄 '비전'은 어떨지가 궁금해진다. 한정된 예산이 아닌 과감한 투자와 육성군 재정비로 차기 감독 임기 안에 그들이 말하는 청사진의 실현 가능성을 말이다. 임우택 대표가 정말 좋은 지도자를 선임해 브리온의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해본다. /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