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정복, 그 마지막은 사랑이었다
55년의 기다림은 완벽한 승리로 끝났고, 그 여운은 단순한 환호를 넘어선 감동으로 남았다. 파리 생제르맹(PSG)은 창단 이래 처음으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역사를 썼고, 그 중심에는 루이스 엔리케 감독과 그의 딸 '사나'가 있었다.
PSG는 1일(한국시간) 독일 뮌헨 푸스발 아레나 뮌헨에서 열린 2024-2025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인터 밀란을 5-0으로 꺾었다. 창단 55년 만의 첫 빅이어. 프랑스 리그1, 쿠프 드 프랑스, 트로페 데 샹피옹을 이미 품에 안았던 PSG는 이 승리로 클럽 역사상 첫 '쿼드러플(4관왕)'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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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세는 경기 시작부터 일방적이었다. 하키미가 전반 12분 선제골을 터뜨렸고, 데지레 두에가 2골 1도움으로 MOM급 활약을 펼쳤다. 크바라츠헬리아와 교체 투입된 마율루도 차례로 득점에 가세했고, PSG는 유럽 정상에서 가장 완벽한 방식으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그간 한 번도 이루지 못했던 유럽 제패의 꿈을, 이젠 젊고 새로운 PSG가 실현해냈다.
진짜 클라이맥스는 우승 이후였다.
우승이 확정되자, 엔리케 감독은 경기 내내 입고 있던 검은색 티셔츠를 벗고, 특별한 셔츠로 갈아입었다. 그 셔츠에는 엔리케 감독과 그의 막내딸 사나가 함께 축구장에 서 있던 장면이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관중석에는 바로 그 장면이 담긴 대형 티포(현수막)가 펼쳐졌다. 2015년, FC 바르셀로나 감독 시절 유벤투스를 꺾고 딸과 함께 그라운드에 깃발을 꽂던 그 순간이었다.
사나는 더 이상 세상에 없다. 2019년, 9살의 나이에 골육종으로 세상을 떠났다. 엔리케 감독은 당시 스페인 대표팀 감독직을 내려놓고 가족과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훗날 "그녀는 별이 되어 우리 가족을 이끌어줄 것"이라며 영원한 이별을 담담히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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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월, 그는 인터뷰에서 "그때(바르셀로나 결승) 딸과 함께 깃발을 꽂던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다. PSG에서도 그렇게 하고 싶다. 딸은 곁에 없지만, 마음으로는 함께할 것"이라 말했다. PSG 팬들은 그 기억을 잊지 않았다. 그리고 결승전, 우승의 순간에 '그 약속'을 현실로 만들어줬다.
우승 기자회견에서 엔리케는 울먹이며 말했다.
"내 딸은 항상 나와 함께 있다. 팬들이 보여준 사랑과 기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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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는 끝났지만, 축구는 끝나지 않았다. PSG는 한 시즌 내내 빅네임 스타 없이도 전술적 완성도와 조직력으로 유럽 최정상에 섰다. 그러나 그 어떤 전술보다 더 아름다웠던 장면은, 그라운드 위의 셔츠 한 장과, 관중석 위의 한 장면이었다.
별이 된 딸과의 우승. 이보다 더 완벽한 마무리는 없었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