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G가 역사상 처음으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정상에 오른 날 알리안츠 아레나 한가운데선 조용한 울림이 퍼졌다. 화려한 스코어와 트로피의 영광 뒤에는 한 아버지를 향한 팬들의 진심 어린 헌사 그리고 고인이 된 어린 소녀를 기억하는 뜨거운 장면이 있었다.
PSG는 1일(이하 한국시간) 독일 뮌헨의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2024-2025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인터밀란(이탈리아)을 상대로 5-0이라는 압도적인 스코어로 승리하며 클럽 역사상 첫 유럽 정상에 등극했다.
하지만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선수단 뒤편 수많은 팬들이 함께 만든 대형 현수막은 경기 그 이상의 감동을 선사했다.
현수막에는 PSG 사령탑 루이스 엔리케 감독과 9살 나이에 세상을 떠난 그의 딸 사나가 손을 잡고 경기장 중앙에 깃발을 꽂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사나는 지난 2019년 골육종 진단을 받고 투병 끝에 짧은 생을 마쳤다. 엔리케 감독이 한동안 지도자 생활을 중단했던 이유도 바로 그녀의 병간호와 작별을 위한 시간 때문이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엔리케 감독은 벅차오르는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정말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감동이었다. 팬들이 나와 내 가족을 위해 이런 장면을 준비해준 것에 깊은 감사를 느낀다”며 “나의 딸은 늘 내 마음 속에 살아 있다. 오늘도 그녀는 우리와 함께 이 자리에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이끄는 팀이 역사적인 우승을 차지한 것도 기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어떤 순간에도 가족과 함께한다는 사실이다. 딸을 떠나보낸 이후 나는 삶의 어느 장면에서도 긍정적인 의미를 찾고자 노력해왔다. 오늘은 그 모든 시간이 보상받는 듯한 날이었다”고 덧붙였다.
UCL 결승이라는 무대는 선수, 감독, 팬 모두에게 가장 치열하고도 극적인 순간이지만 이날 알리안츠 아레나에 모인 PSG 팬들은 단순한 환호를 넘어 고통을 함께 견뎌낸 지도자를 위한 조용한 연대를 선택했다. 현수막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었다. 그것은 ‘PSG의 승리’가 단지 축구로서의 업적이 아니라 슬픔과 이별을 품은 누군가의 인생에도 빛이 되어줄 수 있다는 메시지였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5/06/01/202506011345778439_683bdbb4e383d.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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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으로서 유럽 정상에 선 루이스 엔리케는 단순한 승리를 넘어선 의미를 되새기고 있었다.
엔리케 감독은 “우리는 단지 경기를 이긴 것이 아니다. 오늘 이 승리는 내가 잃어버린 것들과도 이어져 있다. 내 딸이 함께한 시간이 여전히 나의 일부이고, 오늘처럼 모두가 그 시간을 기억해주는 순간은 앞으로도 잊지 못할 것”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 10bir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