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전날까지도 눈에 냉찜질을 반복했다. 부은 눈을 안고 불편한 시야 속에서도 그는 90분을 뜀박질했다. 전북현대의 신예 전진우가 ‘현대가 더비’에서 투혼으로 답했다.
전진우는 지난달 3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5 17라운드 울산HD와의 현대가 더비에 선발 출전해 90분을 모두 소화했다. 결과는 3-1. 전북은 울산에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선두 체제를 더욱 공고히 했다.
비록 골과 도움을 기록하지 못했지만 전진우는 왕성한 활동량과 날카로운 침투로 울산 수비를 끊임없이 흔들었다. 지난 라운드 대구 원정에서 눈 부상을 입은 그는 여전히 시야에 불편함을 겪는 상태였다.
전진우는 경기 후 "오늘 아침까지 냉찜질하고 달걀도 문지르고 별의별 걸 다 해봤다"며 "오른쪽 눈이 좀 뿌옇게 보였고 쥐도 났지만 끝까지 뛰고 싶었다. 멈추기 싫었다"고 말했다. 눈가의 멍은 아직 짙었지만, 표정만큼은 밝았다.
전북으로 이적한 이후 가장 큰 환호를 경험한 날이었다. 이날 전주월드컵경기장은 창단 이후 처음으로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전진우는 “아직 우승한 것도 아니고 시즌도 많이 남았는데 너무 좋아했던 건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선수로서 그런 열기는 정말 처음이었다. 나 자신에게도 오래 기억될 경기”라고 감격을 전했다.
전진우는 이날의 감정을 앞으로의 동력으로 삼겠다고도 했다. “만약 우리가 진짜 우승한다면 오늘보다 더 큰 감동이 있을 거라고 믿는다. 그걸 생각하면서 매 경기 최선을 다하고 싶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하지만 그의 일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경기를 마친 직후 그는 인천국제공항으로 이동했다. 곧바로 축구 국가대표팀에 합류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는 2일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 소집에 생애 처음으로 이름을 올린 전진우는 설렘을 감추지 않았다.
전진우는 “사실 오늘 경기를 마치고도 잠을 못 잘 것 같다. 몸은 피곤한데 마음은 계속 설레기만 한다”면서 “내일 인천으로 이동하는데, 그 전에 마사지라도 받고 가야겠다”며 미소 지었다.
특히 이강인(PSG), 손흥민(토트넘)과 함께 뛸 수 있다는 사실에 더 큰 동기부여를 받고 있다. 전진우는 “이강인이랑은 20세 이하 월드컵 이후 처음 만난다. 손흥민 선수는 이번이 처음이다. TV로만 보던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고 뛴다는 것 자체가 믿기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어 “나보다 훨씬 잘하는 선수들이지만 그 안에서 내가 조금이라도 팀에 활기를 더할 수 있다면 그게 내 역할일 것 같다. 경기 출전 여부와 상관없이 내가 가진 걸 모두 쏟아붓겠다”고 다짐했다. / 10bir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