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전쟁' 바이런 만이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꼽았다.
30일 오후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는 영화 '소주전쟁'에 출연한 배우 바이런 만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소주전쟁'(제공배급 (주)쇼박스, 제작 더 램프(주))은 1997년 IMF 외환위기, 소주 회사가 곧 인생인 재무이사 종록(유해진 분)과 오로지 수익만 추구하는 글로벌 투자사 직원 인범(이제훈 분)이 대한민국 국민 소주의 운명을 걸고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다. 실제 진로그룹의 매각에 얽힌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할리우드 배우 바이런 만은 글로벌 투자사 솔퀸의 홍콩 본부장 고든으로 분해 열연했다. 인범(이제훈)이 추진하는 국보소주 매각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해 서울로 넘어오는 인물로, 자신과 회사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남의 약점을 이용하는 데에도 망설임이 없는 캐릭터다.
홍콩계 미국인 배우이자 할리우드 대표적인 신스틸러 바이런 만은 '빅쇼트' 미스터 차우, '스카이스크래퍼' 우 역할 등 굵직한 할리우드 작품에서 다채로운 연기를 보여준 바 있다. '소주전쟁' 개봉을 앞두고 공식 내한 했으며, 한국 작품에 출연한 것은 이번 처음이다.
바이런 만은 "오래 활동하다 보니 영화를 선택하는 기준이 점점 더 까다로워진다. 영화는 이제 삶의 대부분 차지해서 나쁜 경험을 하거나 나쁜 영화에 출연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현재 한국 영화계가 전 세계 최고 중 하나라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처음 출연한다고 결심 했을 때 유해진과 이제훈이 어떤 위상을 가진지 몰랐다. 그게 나한테는 더 좋았다. 그냥 같이 작품하는 배우로 접근했다. 한국에서 지내본 적이 없었고, 촬영 환경도 잘 몰랐다"고 밝혔다.
2년 전, 3개월 동안 한국에 체류하며 '소주전쟁'을 찍은 그는 "항상 촬영할 때 커피를 마시는데, 그땐 한국에 카페가 얼마나 있는 지 몰랐기 때문에 미국에서 커피 원두를 챙겨왔다. 근데 한국은 아무데나 카페가 다 있더라"며 미소를 지었다.
특히 바이런 만은 "이 영화를 선택한 배경에는 '기생충'도 있다. 내가 본 한국 영화는 '기생충'인데, 미국에서 개봉하기 몇 달 전에 봤다. 봉준호 감독님도 그 자리에 계셨는데 시사회를 통해 봤었다"며 "당시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은 분명히 타겠다고 생각했는데, 이후에 더 큰 상을 타더라. 그 외에도 한국 영화를 봤지만 '기생충'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한국 영화는 돈에 구애 받지 않고 장르 자체를 독창적으로 제작하고 있다'고 느꼈다"고 말햇다.
그는 미국뿐만 아니라 홍콩, 태국 등 많은 나라에서 제작한 협업 작품도 출연한 바 있다. 글로벌하게 활동하면서 느낀 점에 대해 "내가 LA에 살고 있어서 한국 배우들과도 친분을 쌓았다. 이름은 말할 수 없지만 대외적으로 잘 알려진 배우들이다. 보통 그렇게 미국에 오는 배우들의 목적이 조금 더 할리우드에서 작업을 모색하기 위해 온다. 한국을 비롯해 태국, 중국, 일본 배우들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바이런 만은 "(해외 진출하려면) 이때 언어가 가장 중요하다. 내가 아마 한국 영화계에 자리 잡고 싶다면 한국어를 배워야 한다. 그래야 나와 공감하고 몰입할 수 있다. 할리우드에 진출하는 외국 배우들도 그렇다"며 "그래서 아시아권 배우들이 LA에 오면 영어 수업을 듣거나 과외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출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이유는 전 세계 어느 나라 영화계를 가도 관객들과 관계를 형성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성공이) 보장되지도 않고, 결국 실패해 다시 귀국을 하는 경우도 봤다"며 언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소주전쟁'은 이날 전국 극장에서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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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주)쇼박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