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못하긴 했는데, 그래도 우승이 더 크다".
토트넘 홋스퍼는 지난 26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025시즌 프리미어리그 38라운드 최종전에서 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에 1-4로 역전패했다. 이로써 토트넘의 올 시즌 최종 성적은 11승 5무 22패, 승점 38, 골득실 -1(64득점 65실점)이 됐다. 토트넘은 클럽 역사상 최악의 성적인 프리미어리그 17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기존 최저 기록은 1993-1994시즌의 15위였다.
단일 시즌 리그 최다 패배 기록도 새로 썼다. 토트넘은 1992년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도 38경기 체제에서 20패를 기록한 건 1912-1913시즌이 마지막이었지만, 이번엔 여기에 2패나 더 추가했다. 22패는 42경기 체제까지 통틀어도 구단 역사상 한 시즌 최다 패배 기록 타이다.

토트넘은 마지막까지 졸전을 펼치면서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 경질론에도 더욱 힘이 실리게 된다. 이미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에서 우승하면서 17년 만에 무관을 벗어나긴 했지만, 리그에서 부진이 워낙 심한 만큼 이번 시즌을 끝으로 작별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다시 한번 실망한 팬들은 다니엘 레비 회장이 화면에 잡히자 야유를 퍼붓기도 했다.
결국 손흥민은 이번 시즌 7골 9도움이라는 기록으로 마무리했다. 최종전을 결장하면서 9년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이라는 의미 있는 기록은 이어가지 못했다. 그는 2015-2016시즌의 4골 이후 8년간 이어온 두 자릿수 득점 행진을 끝내 멈추고 말았다.
어이 없는 완패에도토트넘 선수단은 경기 후 다시 우승 축제를 즐겼다. 주장 손흥민이 구단 전설들의 박수 속에 UEL 우승 트로피를 들고 가장 먼저 경기장으로 나왔다. 1983-1984시즌 UEL 전신인 UEFA컵에서 우승했던 멤버들이 직접 후배들에게 '가드 오브 아너'를 선물했다.
이미 우승 직후와 축하 행사와 런던에서 우승 퍼레이드까지 즐긴 손흥민이지만, 그는 이날도 트로피를 손에서 떼놓지 않았다. UEL 우승 트로피는 무려 15kg으로 UEFA 주관 대회 트로피 중 가장 무거운 무게를 자랑한다. 그럼에도 마침내 생애 첫 우승을 이뤄낸 손흥민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실제로 해리 케인과 손흥민을 넘어서 최고의 레전드로 불리는 글렌 호들이 유로파 결승이 끝나고 손흥민을 껴안고 "당신이야말로 이 트로피를 들어 올릴만 하다"라고 극찬을 보낸 바 있다. 실제로 제이미 캐러거 같은 축구 선수 출신 해설자도 "토트넘의 우승은 곧 손흥민이 우승을 했기에 더욱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극찬을 보내기도 했다.
이날도 우승 축하의 핵심은 손흥민이었다. 그는 스티프 페리맨과 마틴 치버스, 오스발도 아르딜레스 등 전설적인 토트넘 선배들의 축하를 받으며 팬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는 관중들과 한껏 우승의 기쁨을 만끽한 뒤에야 부주장 제임스 매디슨에게 트로피를 건네줬다.
토트넘도 손흥민이 트로피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영상을 올리며 "진정한 전설(true legend)"이라고 적었다. 유로파 우승 이후 다시 토트넘은 손흥민을 중심으로 팀을 구축한다. 영국 현지 매체 '핫스퍼 HQ'는 이날 “토트넘은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손흥민에 대한 어떤 제안도 수용하지 않을 방침이다. 다음 시즌까지 함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핫스퍼 HQ'는 “토트넘이 손흥민을 내보내고 젊은 선수를 데려온다는 최근 소문과 달리 구단은 여전히 손흥민을 핵심 자원으로 간주하고 있다”라면서 “토트넘은 손흥민과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새로운 스타급 선수 영입도 고려하고 있다. 자금 마련을 위해 수비수 크리스티안 로메로 매각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토트넘은 손흥민과 함께하는 것을 더 원하는 분위기라고 '핫스퍼 HQ'는 강조했다. UEL 우승 이후 기류가 급변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토트넘 스쿼드 중 UCL를 경험한 선수는 손흥민과 벤 데이비스 등 소수에 불과하다. 토트넘 입장에선 손흥민의 경험이 소중한 것이다.
글로벌 '디 애슬래틱'은 "솔직히 상상 이상으로 격렬한 롤러코스터와 같은 시즌이었다. 어떻게든 우승으로 마무리하긴 했으나 여러모로 혼란스러운 시즌이었다"라면서 "그래도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아스날전 패배 직후 '두 번째 시즌에 우승하다'라는 말을 지킨 것은 다행"이라고 평가했다.
손흥민과 달리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거취는 불안정하다. 디 애슬래틱은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장기적은 미래는 불안정하다. 만약 그를 결정한다면 어떻게 보면 최악의 결정이 될 수 있다"라면서 "아마 향후 몇년 동안 우리에게 트로피를 안겨준 감독을 경질하는 것이 맞았냐는 팬덤의 비판이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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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토트넘 소셜 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