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홋스퍼 감독이 극적으로 살아남게 될까. 경질이 눈앞이었던 분위기가 점차 바뀌고 있다.
토트넘 내부 소식에 능통한 폴 오키프는 27일(이하 한국시간) 소셜 미디어를 통해 "결승전이 열리기 전까지 토트넘 남자팀과 여자팀 감독 둘 다 경질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확실하지 않다"라고 전했다.
선수단 내부에서도 포스테코글루 감독 경질을 그리 원하지 않고 있다. 오키프는 포스테코글루 감독 유임이 선수단 사기를 무너뜨리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사실 그렇진 않다. 선수들은 함께 있는 팀을 좋아한다. 그들이 뛰면서 트로피까지 얻어낸 팀을 말이다"라고 답했다.
결국엔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우승이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잔류로 이어질 수도 있는 분위기다. 영국 'TBR 풋볼'은 "토트넘 구단 내부적으로 다소 기묘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사실 포스테코글루는 올여름 경질될 예정이었으나 유로파리그에서 우승하면서 다니엘 레비 회장이 그를 해고하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그럼에도 토트넘은 프리미어리그 17위에 머물렀고,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느낌은 분명하다"라고 설명했다.
선수들도 의견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톰 알넛 기자는 "이미 포스테코글루에게 마음이 떠난 선수들이 있다. 포스테코글루도 마찬가지였다"라며 "의심할 여지 없이 포스테코글루를 강력히 지지하는 선수도 3~4명은 있다. 그 반대인 선수들도 3~4명 정도 있을 거다. 나머지 대부분은 그 사이 어딘가에 있다"라고 말했다.

토트넘은 최악의 시즌이자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토트넘은 26일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025시즌 프리미어리그 38라운드 최종전에서 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에 1-4로 역전패했다.
이로써 토트넘의 올 시즌 최종 성적은 11승 5무 22패, 승점 38, 골득실 -1(64득점 65실점)이 됐다. 토트넘은 클럽 역사상 최악의 성적인 프리미어리그 17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기존 최저 기록은 1993-1994시즌의 15위였다.
단일 시즌 리그 최다 패배 기록도 새로 썼다. 토트넘은 1992년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도 38경기 체제에서 20패를 기록한 건 1912-1913시즌이 마지막이었지만, 이번엔 여기에 2패나 더 추가했다. 22패는 42경기 체제까지 통틀어도 구단 역사상 한 시즌 최다 패배 기록 타이다.
토트넘은 마지막까지 졸전을 펼치면서 포스테코글루 감독 경질론에도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 실망한 토트넘 팬들은 레비 회장이 화면에 잡히면 야유를 퍼부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시종일관 심각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토트넘은 가장 중요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데 성공했다. UEL 결승전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1-0으로 꺾으면서 해피 엔딩을 맞이했다. 토트넘이 무관에서 탈출한 건 2007-2008시즌 리그컵 우승 이후 무려 17년 만이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에서 최악의 부진을 면치 못한 만큼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미래는 여전히 빨간불이다. 이전부터 영국 현지에서는 우승 여부와 별개로 그가 이번 시즌을 끝으로 팀을 떠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한 바 있다.
물론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토트넘에 남고 싶은 의사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는 지난 24일 열린 우승 퍼레이드에서 "최고의 드라마는 시즌 2보다 시즌 3가 더 좋은 법"이라며 잔류를 어필했다.
다만 현실은 냉혹하다. 영국 'BBC'에 따르면 토트넘은 이미 차기 사령탑 후보를 4명 이상 물색했다. 요한 랑게 디렉터와 친분이 있는 토마스 프랭스 브렌트포드 감독과 마르코 실바 풀럼 감독, 올리버 글라스너 크리스탈 팰리스 감독, 안도니 이라올라 본머스 감독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자신의 불안한 입지를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는 브라이튼전을 앞두고 마지막이 될 수 있는 기자회견에서 "내가 조금 더 신중하게 생각했어야 한다. 가끔은 드라마 주인공이 죽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왜 자신의 경질 이야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항의했다. 그는 "어떻게 평가하겠는가? 이번 시즌은 엄청났다! 우리는 17년간 획득하지 못했던 트로피를 따냈고,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했다. 시즌 초반 토트넘의 누군가에게 이런 결과를 받을 의향이 있는지 물어봤다면 아니라고 했을 사람은 없었을 거라고 확신한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솔직히 말해서 전례 없는 일을 해내고도 내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클럽의 다른 누구도 그렇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질문에 답해야 했다. 하지만 나와 내 미래에 대한 질문엔 답할 수 없다. 난 한편으로 '왜 그런 질문을 받는 걸까'라는 생각도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끝으로 그는 "난 이번 시즌 우리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를 주고자 결정했고, 그게 우리의 리그 폼에 영향을 미쳤다. 더 잘 설명할 수 있는 말은 없다"라며 "난 8위였던 팀에 부임했다. 2위였던 팀에 온 게 아니다. 그리고 유럽대항전을 보장해 줄 선수 한 명(해리 케인)을 잃었다. 그러고도 지난 시즌 5위를 차지했다. 내년엔 우리가 더 훨씬 강한 팀으로 상위권을 차지하기 위해 도전할 것이라는 사실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라고 항변했다.

어느 정도 결심을 내렸던 레비 회장으로서도 난처한 상황이다. '디 애슬레틱'은 "단순한 질문이지만, 레비의 커리어 중 가장 큰 결정일 수 있다. 유로파리그 우승으로 'ENIC' 체제 24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순간을 선사한 포스테코글루에게 3년 차를 허락할 것인가? 아니면 프랑크나 실바 같은 다른 감독으로 다시 처음부터 시작할 것인가?"라고 짚었다.
팬심도 흔들리고 있다. 매체는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포스테코글루 경질 여론이 우세했다. 그러나 이젠 많은 팬들이 그가 챔피언스리그에 도전할 기회를 받고 3년 차를 맡을 자격이 있다고 믿는다. 지금 그를 경질하는 건 매우 위험할 수 있다. 2019년 11월 마우리시오 포체티노를 경질했을 때처럼 인기 없는 결정이 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디 애슬레틱은 "레비는 지금까지 토트넘에서 13명의 감독을 경질했다. 이번 시즌에도 몇 번이나 경질이 합리적이고 쉬운 선택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빌바오에서 우승한 직후, 팬들의 지지를 되찾은 지금, 우승 퍼레이드가 끝난 뒤 포스테코글루를 경질한다는 건 지난 24년을 통틀어 가장 대담하고 어려운 결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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