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칸국제영화제가 막을 내린 가운데, 칸 황금종려상의 영예는 이란 반체제 감독 자파르 파나히의 신작에 돌아갔다.
24일(현지 시간)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칸에서 열린 제78회 칸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파나히 감독의 '잇 워스 저스트 언 액시던트(It Was Just An Accident)'가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작품은 과거 정치범으로 수감됐던 남성이 자신을 괴롭혔던 경찰과 닮은 이를 마주치며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현실을 바탕으로 한 픽션이자, 억압된 사회에서 예술이 살아남는 법을 증명하는 영화다. 실제로 파나히는 2010년 영화 제작 및 출국 금지를 당했지만, 비밀리에 작품을 찍어 해외 영화제에 꾸준히 출품해왔다. 2023년엔 단식 투쟁 끝에 보석으로 풀려났고, 이 작품은 그 이후 처음 공개된 장편이다.
파나히 감독은 수상 직후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의 자유”라며 “아무도 우리가 뭘 입어야 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고 하지 말아야 하는지 명령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그는 “이 상은 나만의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영화를 만들 수 없는 모든 이란 감독들을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수상으로 파나히는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2000, 써클),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2015, 택시)에 이어 세계 3대 영화제 최고상을 모두 거머쥐는 다섯 번째 감독이 됐다.
심사위원대상은 요아킴 트리에르 감독의 센티멘털 밸류가 받았다. 한 가족의 재결합 과정을 섬세하게 그린 작품이다. 심사위원상은 실종된 딸을 찾아 헤매는 아버지를 다룬 시라트와 세대 간 갈등을 그린 사운드 오브 폴링이 공동 수상했다.
감독상은 브라질의 정치적 현실을 파고든 시크릿 에이전트의 클레베르 멘돈사 필류, 남우주연상은 해당 작품의 바그너 모라에게 돌아갔다. 프랑스 신예 나디아 멜리티는 더 리틀 시스터로 여우주연상의 주인공이 됐다. 각본상은 다르덴 형제의 더 영 마더스 홈이 수상했다.
한국 장편영화는 경쟁 부문 진출에 실패했지만, 단편 부문에서 의미 있는 성과가 있었다. 한국영화아카데미 출신 허가영 감독의 '첫여름'이 라 시네프 부문 1등 상을 차지한 것. 이 부문에서 한국 작품이 최우수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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