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윤소희, 정현규, 규현은 왜 그렇게 돈독한 건데?". 비하인드 리뷰 영상을 봐도, 팬들과의 스페셜 토크를 봐도 '데블스 플랜: 데스룸' 후반부의 '트롤링'은 납득되지 않는다. 시청자 설득에 실패한 채 우승자를 위한 감정 서사만 강조하는 행보가 비판 여론을 더욱 키우고 있다.
지난 23일 넷플릭스 예능 '데블스 플랜 : 데스룸(약칭 데블스플랜2)' 측은 제작사 테오(TEO)의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10회부터 12회(최종회)까지 비하인드 리뷰 영상을 게재했다. 영상에는 '데블스플랜2' 후반부까지 활약한 세븐하이, 손은유, 윤소희, 정현규, 최현준이 참석해 정종연 PD를 비롯한 제작진과 함께 프로그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데블스플랜2'는 지난 20일 12회까지 전편이 넷플릭스에서 공개되며 막을 내렸다. 최종 우승자는 정현규. 그러나 박수와 환호보다는 물음표와 비판 여론이 팽배했다. 특히 10회 메인 매치 '균형의 만칼라'에서 규현과 윤소희가 6대 1 구도의 다수 연합을 배신하고 정현규를 살리다 못해 규현이 대신 탈락한 점, 준결승을 앞두고 세븐하이가 정현규 대신 1위로 만들어주었음에도 윤소희가 부담감에 눈물까지 흘린 점, 결승전에서 긴 교착상태 끝에 윤소희가 다소 허무한 실수로 정현규에게 우승을 내준 점이 보는 이들을 의아아하게 만들었다. 이에 비하인드 리뷰에서는 자세한 내막과 설명을 들을 수 있을지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기대감은 산산조각나며 배신당했다. 리뷰 영상에서 출연자들과 제작진은 논리적 인과관계 대신 정현규와 윤소희, 규현 등의 유대감을 감정적 서사로만 설명했다. 윤소희 역시 자신의 눈물을 향해 "왜 울었지?"라며 의아해 했으나, 뾰족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오히려 그는 정현규를 선택한 이유 대신 최현준을 배신하기까지 고민한 부분에 대해 방송 시청 후 최현준이 처음부터 자신을 속인 것을 알고 "배신감이 들었다"라고 밝혔다.
윤소희, 정현규, 규현을 향해 '데블스플랜2' 시청자들은 급기야 '혐트리오'라고까지 싸잡아 비판을 성토하고 있는 상황. 그 내막에는 세 사람의 이해하기 힘든 연대가 있다. 정현규는 앞선 라운드에서 어떤 상황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히든 피스' 보상을 손에 쥐었다. 그리고 규현과 윤소희에게 이를 밝혔던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규현과 윤소희는 정현규가 다수 연합에 의해 위기에 처하자 자신들을 희생하면서까지 도움을 건넨 것이다.
서바이벌 장르의 미덕은 생존이다. 우승할 경우 그 수단과 방법이 거짓과 배신 등 모략일 지라도 박수를 보낸다는 '데블스플랜' 시리즈 진행자의 인삿말이 이를 보증한다. 다른 어떤 것보다도 뛰어난 '생존'의 가치. 모든 지능과 재능을 발휘해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극한의 서바이벌이 삭막한 현실의 괴로움을 잊게 만들 때, 나아가 위기를 극복하는 쾌감이 시청자를 전율하게 만들어왔다. '데블스플랜2'를 연출한 정종연 PD는 '더 지니어스' 시리즈로 국내 서바이벌 게임 예능의 창시자 격으로 자리잡으며 누구보다 그 선두에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윤소희, 정현규, 규현의 '생존'을 우선하는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연대가 이 전제를 부정한다. 심지어 정종연 PD마저 비하인드 리뷰 영상에서 정현규를 향한 이들의 연대감은 물론, 규현의 희생에 눈물 짓는 것조차 이해한다는 듯 반응했다. 단, 시청자들은 제외하고. 적어도 출연자와 제작진이 이해했다는 이들의 유대감이 화면 밖 시청자들에겐 전달이 되지 않았다. 실제 납득할 서사나 감정선이 있었다면 연출 실패고, 이해하기 힘들 정도의 유대감이 급속도로 생겨났다면 다른 의미로 룰을 깬 룰브레이커들의 '트롤링'이다. 차라리 정현규의 생존을 위한 극악한 전략이길 바란다는 해석이 납득하기 쉬울까.
무엇보다 이들의 연대감이 어떤 서사를 딛고도 대중의 동의를 얻지 못하는 것은 공평하지 못해서다. 정현규를 확고한 우승자로 만든 6대 1 다수 연합과의 대결에서 역전, 이 극적인 승리가 앞선 탈락자들에겐 결코 허용되지 않았다. 이번 시즌 기대주였으나 다수 연합에 의해 초반 탈락한 전 바둑기사 이세돌이나, 언어 장벽으로 소통의 벽을 허물지 못하고 역시 다수연합에 의해 '왕따' 당하듯 탈락한 저스틴 민, 심지어 준결승을 앞두고 정현규 대신 윤소희를 1위로 만들며 기회를 만들어낸 세븐하이, 정현규를 살리려다 대신해 탈락한 규현마저도. 오직 '히든 피스'를 보유하고 있던 정현규 말고는 다수 연합에서 배척당한 개인이 살아남은 바가 없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소외당한 개인 플레이어는 결코 자의가 아니었다. 23일 진행된 '데블스플랜2' 팬들과 출연자, 제작진이 함께 한 스페셜 토크에 참석한 팬들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정종연 PD는 이세돌과 저스틴 민을 향해 '자의적 플레이'가 맞는지 질문했다. 규현과 강지영의 극 중 갈등으로 드러난 '다수연합 VS 개인' 구도를 당시 이들이 원했는지 물었던 것이다. 이세돌은 '노코멘트'했고, 저스틴 민은 자의가 아닌 부분이 있었음을 털어놨다.
결국 논리도, 감성도, 심지어 도덕성마저 '데블스플랜2'는 시청자 설득에 실패한 꼴이다. 프로그램 제목처럼 진정한 악마의 심계를 보여주려던 것이라면 성공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누가 이 결과를 납득할까. 공교롭게도 오는 27일 정종연 PD와 우승자 정현규는 국내 취재진을 상대로 동반 인터뷰에 임한다. 속시원한 설명이 반드시 필요한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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