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종로, 고용준 기자[] 1월 LCK컵은 젠지에게는 다시 떠올리기 싫은 기억이다. 한화생명에 이어 2위라는 좋은 성적으로 대회를 마감했지만, 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젠지의 색깔 보다는 선수들의 체급으로 버텨냈다는 느낌이 강하다.
새로운 선수가 합류한 시즌 초반이었던 만큼 당연히 위기를 겪기 마련이지만, 문제는 바로 ‘피어리스 드래프트’였다. 고정밴 개념에 조커픽으로 불리는 변수 카드를 적재적소에 끼어넣듯 했던 방식이 아닌 매 세트 픽의 티어를 다시 정립해야 하는 ‘피어리스 드래프트’ 방식은 선수들 뿐만 코칭스태프들에게 골머리를 앓게하는 난제였다.
LCK컵 종료 후 가장 달라진 팀을 꼽는다면 주저없이 개막 15연승을 질주하고 있는 ‘호랑이 군단’ 젠지다. 자신들이 갖고 있던 무실세트 연승 기록도 21연승으로 갈아치우면서 리그의 역사를 새롭게 써내려가고 있다.
분명 휘청였던 젠지가 다시 일어설 수 있던 비결은 무엇일까. OSEN은 ‘헬퍼’ 권영재 코치에게 젠지가 다시 리그의 지배자로 올라오기까지 과정을 들을 수 있었다.
권영재 코치는 선수들의 체급도 중요하지만, ‘피어리스 드래프트’ 방식에서는 밴픽으로도 충분히 선수들의 체급을 커버할 수 있는 점을 언급했다. 즉 ‘지금 성적이 좋고, 잘하고 있지만, 승리를 장담할 수 있는 팀은 없다. 누구든 언제라도 질 수 있다는 말은 결코 빈 말이 아니다’라는 명제를 강조하고 강조했다.
LCK컵 당시와 비교해 권 코치는 자신이 갖고 있던 팁 한가지를 공유했다. 바로 시간을 다 소진하는 것이다. 빠르게 빠르게 진행했던 기존과 달리 되도록 많은 시간을 소진해 꼼꼼하게 상대 픽과 우리 픽의 의도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밴픽을 할 때 최대한 시간을 다 쓰려고 하고 있다. ‘놓친 게 없나’에 대해서 최대한 점검을 하려고 밴픽을 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1픽으로 코르키를 가져온다면 그 픽의 의도를 정리하고 상대가 우리의 의도대로 따를때와 새로운 방향으로 갈 때에 대한 대비 시나리오를 다 만들어 둔다. 1세트를 하고 픽들이 소거된 이후에는 다시 남은 챔피언들에 대한 픽도 염두해야 한다. 그래서 2세트로 갈수록, 나중에 다전제를 하게 되면 더욱 밴픽은 신중해질수 밖에 없다.”

LCK컵 당시 기대에 못 미쳤던 이유에 대한 뒷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나왔다. “작년부터 우리팀의 경우 밴픽이 이상하다는 말이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랬던 이유는 우리는 선수들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후픽을 선호했고, 선수들의 경기력도 괜찮아 받아치는 픽을 우리가 원하는 구도대로 그릴 수 있었다. 그러나 피어리스 방식에서는 그런 식으로 진행하니 밴픽이 무너지는 경우가 너무 많아졌었다.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LCK컵을 진행하니 밴픽이 무너졌고, 경기 양상이 휘청일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LCK컵이 끝나고 우리는 방식에 변화를 줬다. 티어픽 정리 뿐만 아니라 팀의 밴픽 방향에 변화를 줬다. 물론 아직도 정답을 찾아가고 있는 과정이라고 말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덧붙여 권 코치는 하나의 예를 더 들어 달라진 방식이 어려워진 이유를 말했다. “작년을 예로 들면 이제 정글의 고밸류픽을 하기 위해서 크산테를 우선 가져가는 경우가 있었다. 정글의 풀을 늘리기 위해서 근데 올해 같은 경우에는 작년 같이 크산태 같은 픽을 첫 번째 판에 써버리면 두 번째 판에는 그 밸류 픽을 같은 맛으로 쓸 수가 없다. 그러니까 탑이 그대로면 정글픽이 자유자재인데 탑이 이제 한 판 하면 사라지니까 이제 그 뒤를 이제 밸런스를 짜기가 어려워지는 작년에 없던 현상이 지금 올해 생겨서 첫 번째 판에 이제 그런 밸런스를 맞춰주기 위한 픽이 빠졌을 때 그 다음 판에 고별류 픽을 잡기 위한 그 탄탄한 픽은 또 차선의 탄탄한 픽을 또 찾아야 되는 입장이 됐다. LCK컵에서는 매판 매판마다 그 기반을 잡아주는 그런 챔피언의 그 풀을 잘 못 잡은 것 같다”
권영재 코치는 지도자로써의 책임감도 강조했다. 좋은 선수들과 함께하는 상황에서 코치의 역할은 무엇인지와, 선수 뿐만 아니라 지도자 역시 증명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작년에도 했던 말인 것 같은데 우리 선수들로 성적을 못 낸다는 거는 코치진으로서 사실 큰 결함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내 능력만 발휘 할 수 있다면 성적이 무조건 나야 되는 구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졌을 때나 게임이 좀 휘청일 좀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었을까 좀 그런 식으로 생각을 많이 하기도 한다. 지난 퍼스트 스탠드에 못 나갔을 때는 여러 생각이 많이 들었다. 코칭스태프들도 매년이 증명의 장이니까 선수들의 압박만큼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권영재 코치는 “우리가 해야 할 당장의 목표는 MSI 출전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EWC 진출이다. 여기에 BO5 방식을 잘 준비해야 한다. 아직 미지의 영역이라 불안함도 있다. 그래도 강팀들 간의 경쟁에서 젠지의 경쟁력을 만드는 것이 내가 할 일이다. 언제나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다부진 각오를 전했다. /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