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예능 ‘데블스 플랜: 데스룸’이 우승자의 탄생과 함께 막을 내렸지만, 시청자들의 시선은 ‘누가 이겼는가’보다 ‘어떻게 끝났는가’에 더 이목이 쏠렸다. 결승에 오른 정현규와 윤소희는 각각 우승과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이들의 엔딩은 축하보다 악플과 논란 속 퇴장이 됐기 때문. 여기에 규현 그리고 정종연 PD의 연출까지 머리채가 잡혔다.
앞서 정현규는 최종 우승을 거머쥐었지만, 게임 중 “너 산수할 줄 아냐?”는 말투로 상대를 깎아내리는 장면이 방영되며 ‘오만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일부 시청자들은 그의 SNS에 직접 찾아가 비난을 퍼부었고, 이에 정현규는 상태 메시지를 “죄송합니다”로 바꾸며 사과의 뜻을 전했지만, 여론은 쉽게 식지 않았다.
윤소희 역시 초반 '겉차속광(겉은 차분하고 속은 광기)' 플레이로 호감을 얻었으나, 결승전에서 감정적으로 보이는 선택을 하며 “우승 양보냐”, “연애하러 왔냐”는 악플에 시달렸다. 한때 “천재 같다”, “호감형 플레이어”라는 찬사를 받았던 그녀는 결국 의도치 않은 ‘욕받이’로 악플세례를 받게되며 논란의 중심이 됐다.

결국 시청자들의 분노는 출연자를 넘어 제작진에게로 향하고 있다. 문제는 단순한 과몰입이 아니라는 것. 정종연 PD 특유의 전략 예능 연출이 이번 시즌에서는 유독 감정 갈등과 편 가르기에 집중되며, ‘브레인 서바이벌’이라는 본래의 콘셉트를 흐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이번 시즌은 초반부터 “왕따냐, 연합이냐”라는 구도로 흐르며 시청자들 사이에 갈등을 유도하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출연자 간 인간관계가 게임의 서사를 압도했고, 전략적 플레이보다 감정 소모와 분열이 강조되며 게임 본연의 재미가 퇴색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무엇보다 정현규와 윤소희는 다수 연합의 중심에서 활약한 플레이어들. 그만큼 그들을 향한 비난은 단순히 인물 개인에 대한 반감이 아니라, ‘데블스 플랜2’의 서사 구조와 편집 방향에 대한 반발이기도 하다. 특히 정현규의 논란성 발언은 편집을 통해 희화화되었고, 윤소희 역시 후반부에야 조명되었기 때문.
규현 또한 연합과 개별 전략을 오가며 존재감을 드러냈지만, 연출의 감정 몰입 중심 편집으로 인해 “이기적”이라는 낙인이 찍혔다. 규현은 팬 커뮤니티 플랫폼을 통해 “각자의 입장이 있다”고 해명했지만, 성난 시청자들의 반응은 오히려 더 격해졌다.
시청자들의 도를 넘는 악플 역시 문제지만, 그만큼 자극적 감정선 중심으로 짜인 서사에 제작진의 책임이 있다는 비판은 무시할 수 없다. ‘디테일 장인’이라 불리던 정종연 PD마저 이번 시즌에는 설계와 편집, 캐릭터 구축 등 전반에서 구멍을 드러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데블스 플랜: 데스룸’ 시즌2는 결과적으로 뛰어난 화제성과 글로벌 시청 수치를 기록했지만, 우승자조차 웃지 못한 서바이벌은 무엇을 남겼을까. 우승과 준우승, 그 이상의 감정 피로와 논란만을 남긴 이번 시즌. 만약 시즌3가 기획된다면, 더는 게임이 ‘감정 소비형 리얼리티’로 변질되지 않도록 연출적 고민이 좀 더 필요해보인다. /ssu08185@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