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는 취하고 감정은 버린다”, 메이저 사냥 나서는 유해란의 멘탈관리법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25.05.22 09: 58

중계 카메라에 비치는 유해란(24, 다올금융그룹)은 늘 무표정이다. 보는 이에 따라 카리스마로 해석되기도 하고, 무뚝뚝함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여기까지는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 또는 LPGA(미국여자프로골프) 투어 경기 중계만 본 사람들의 생각이다. 
유해란은 2001년생이다. 한창 대학 생활을 즐길 나이다. 낯선 곳을 찾으면 마냥 신기하고, 처음보는 음식 앞에 반색을 숨길 수 없는 나이다. 친구들을 만나 수다를 떨며 밤을 새워도 시간이 모자랄 나이다. 
그런 유해란이 친구들을 보듯 가벼운 마음으로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기자들을 만났다.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가 그리 중요하지 않다. 필드를 주름잡는 카리스마가 스무살 수다쟁이로 변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푸근해지는 그런 자리였다. 

그래도 기사를 만들어 내려니, 테마는 잡아야겠다. 
유해란은 한국시간 5월 5일 새벽, 미국 유타주 아이빈스의 블랙 데저트 리조트 골프코스(파72/6629야드)에서 막을 내린 블랙 데저트 챔피언십(총상금 300만달러=약 42억 원, 우승상금 45만 달러=약 6억 3000만 원)에서 시즌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우승 스코어는 무려 26언더파. 
그랬던 유해란이 5월말 열리는 US오픈을 앞두고 샷을 점검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블랙 데저트 챔피언십 우승을 자랑하기 위해서 온 게 아니다. US오픈을 대비한 스윙 체크 스케줄을 시즌 초부터 잡아 두었는데, 그 사이 유해란의 말을 빌리면 “선물같이” 우승이 찾아와 버렸다. 
유해란은 “올 시즌 초반에는 컨디션이 썩 좋지 못했다. 이렇게 시즌 첫 우승이 빨리 올 줄 몰랐다. 선물같이 온 우승이었다. 좋은 시작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올 시즌 초 컨디션이 좋지 않았단 이유가 있었다. 작년말 폐렴 증세로 병원 신세를 지었다고 했다. 외부에 알리지는 않았지만 유해란은 “숨이 차서 걷기도 힘든 상황도 있었다”고 뒤늦게 털어놓았다. 
이번 스윙 체크에서 유해란에게 필요한 것은 ‘수정’이 아니었다. ‘확인’이었다.
유해란은 “블랙 데저트 챔피언십 때 샷에서 뭔가 새로운 느낌이 불쑥 찾아 왔다. 혼자 찾아서 대회를 치른 거라 피드백을 받는 게 중요했다. 코치님에게 물었더니, 그게 맞다고 했다. 코스 레슨도 나가 확인했는데, 결과도 긍정적이었다”고 말했다. 
기술적인 설명이 뒤따랐다. 유해란은 “그 동안 몸보다는 팔의 움직임이 너무 많았다는 깨우침을 얻었다. 어드레스 때 좀더 팔을 조이는 방식을 써 봤는데, 그게 효과가 있었고 기술적으로도 맞는 해법이라는 답을 코치님으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에서 개인 통산 8승을 기록하고 있는 유해란이지만 아직 메이저 대회 우승컵은 없다. 내심 마음이 쓰였던 모양이다. 
유해란은 “한국과 미국에서 통산 8승을 올리고 있는데, 아직 메이저 우승이 없다. 좋은 시기에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 갖고 싶다”고 말했다.
경기 안풀릴 때 흔히 쓰는 멘탈 관리 노하우도 공개했다. 유해란은 “실수 자체는 기억하려 하지만, 실수 했을 때의 감정은 빨리 없애버리려고 노력한다. 화도 많고 짜증도 많지만 표출 안하려고 하고, 빨리 떨쳐내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좋다고 했다. “마지막날 부진하긴 했지만, 메이저대회인 셰브론 챔피언십 때 많은 것을 배웠다. 행운의 이글도 했고, 좋은 기운도 받았다”고 말했다. 
꼭 우승하고 싶은 메이저 대회로는 ‘에비앙 챔피언십’을 꼽았다. 유해란은 “중학생 때 주니어 챔피언십에 출전했는데, 성적이 좋았다. 그래서 꿈에 부풀어 있었는데, 정작 LPGA 투어에 진출해 출전했을 때는 너무 어려웠다. 그래도 우승할 수 있다면 좋은 기억이 있는 에비앙에서 꼭 하고 싶다”고 말했다. 
유해란은 LPGA 진출을 생각하는 후배들에게도 한 마디를 남겼다. “미리 걱정하지 말고 와서 한번 부딪혀 봤으면 좋겠다. 이미 많은 언니들이 길을 잘 닦아놨기 때문에 와서 부딪히며 길을 찾아보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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