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기상캐스터 故오요안나의 괴롭힘 가해자로 지목된 기상캐스터 A씨가 MBC를 떠났다.
MBC는 지난 20일 기상캐스터 A씨와 계약을 해지했다. A씨는 故오요안나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 중 하나다.
故오요안나는 지난해 9월 15일 세상을 떠났다. 이후 보도를 통해 고인이 사망 전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이 알려져 파장을 일으켰다. 지난 1월 공개된 유서에 따르면 故오요안나는 자신을 괴롭힌 가해자의 실명을 거론하며 피해 내용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이후 故오요안나를 괴롭힌 가해자들로 이현승, 김가영, 박하명, 최아리 등이 지목됐고, 시청자 게시판에는 이들의 하차를 요구하는 글이 빗발쳤다.
결국 괴롭힘 의혹에 연루된 김가영은 고정 출연중이던 MBC FM4U 라디오 '굿모닝FM 테이입니다', SBS '골 때리는 그녀들'에서 하차했으며 파주시 홍보대사에서도 해촉됐다. 다만 뉴스프로그램에서는 하차 없이 출연해 시청자들의 반발을 샀다.
이런 가운데 지난 19일 고용노동부는 특별감독결과 故오요안나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행위가 있었다고 결론지었다. 하지만 고인이 프리랜서 형태로 계약됨에 따라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조항은 직접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MBC 측은 같은날 공식입장을 내고 "오늘 발표된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 결과를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입니다"라며 "문화방송은 故 오요안나 씨에 대한 ‘괴롭힘 행위가 있었다’라는 고용노동부의 판단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노력을 지체 없이 수행하겠습니다. 또, 관련자에 대해서는 적절한 조치를 하겠습니다"라고 고개 숙였다.

이어 "프리랜서를 비롯한 비정규직, 외주사 직원 등 문화방송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차별받지 않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또 프리랜서 간, 비정규직 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도 최대한 빨리 개선할 수 있는 제도를 더 보완, 강화하겠습니다", "일부 프리랜서들의 근로자성 판단에 대해서는 법적 검토를 거쳐 조속한 시일 내에 합당한 조치를 시행하겠습니다. 故 오요안나 씨의 안타까운 일에 대해 유족들께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라고 덧붙였다.
결국 MBC는 故오요안나에 대한 괴롭힘 가해자로 특정된 A씨와 계약을 해지했다. 괴롭힘에 동조하거나 방관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던 다른 기상캐스터 3명에 대한 조치는 이루어 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김가영은 22일 아침 방송된 'MBC 뉴스투데이'에서도 날씨 코너에 출연했다. MBC에서 첫 공식 사과가 이뤄진 당일에는 故오요안나 가해자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던 금채림이 출연했지만, 다음날인 20일부터는 기존대로 김가영이 맡아 진행 중인 상황. 이현승 역시 21일 방송된 '12 MBC 뉴스', '930 MBC 뉴스' 날씨 코너에, 최아리는 '5시 뉴스와 경제', 'MBC 2시 뉴스외전' 날씨 코너에 모습을 비췄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시청자들은 여전히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조직문화 개선을 약속한 데 반해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 중 한 명만 처벌한 점을 두고 대처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한편 故오요안나의 친오빠는 지난달 30일 고인의 SNS 계정에 글을 쓰고 "저희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동생이 겪은 괴롭힘은 누구나 인생을 살아가면서 한 번쯤 겪을법한 부당한 일이 아닌, ‘한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갈 만큼의 심각한 수준의 괴롭힘’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제 동생은 끔찍한 괴로움 끝에 삶을 포기하는 선택을 내렸는데, 누군가는 여전히 아무렇지 않게 날씨를 전하며 안온한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제 동생은 세상에서 사라졌는데 그들은 아무렇지 않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모습이 저희에겐 2차 가해로 느껴졌습니다. 유가족들은 가해자들과 이를 방관한 이들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진정한 사과와 반성을 표하길 바랍니다"라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 부탁드립니다"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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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OSEN DB, 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