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저녁 시간인 오후 5시 경기를 이렇게 많은 분이 보러 와주시고, 또 많은 분들이 라이브 방송을 통해 경기를 지켜보신다는 점은 너무나 고맙고, 감사한일이에요. 사실 일요일 오후 5시라면 팬 분들에게는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거나 휴식을 취할 시간이신데 LCK, 우리 젠지의 경기를 봐주셨다는 사실에 감사할 뿐이죠. 다들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
지난 몇 년간 정규시즌 맞대결에서 강한 모습을 보였어도 상대는 T1이었다. 리그를 대표하는 라이벌리 맞대결 승리 소감을 묻자 ‘룰러’ 박재혁은 가장 먼저 팬들에 대한 감사인사로 말문을 열었다.
LCK 복귀 이후 현재까지 반년 간의 여정을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시간’이라고 설명한 ‘룰러’ 박재혁은 숙적 T1전 승리 뿐만 아니라, 정규시즌 20세트 연승을 달성하면서 자신들의 기존에 세웠던 세트 연승 타이 기록에 성공했다는 점을 무척 반가워했다.
젠지는 지난 18일 오후 서울 종로 롤파크 LCK아레나에서 열린 ‘2025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정규시즌 2라운드 T1과 경기에서 2-0으로 승리했다. ‘쵸비’ 정지훈과 ‘캐니언’ 김건부가 신들린 경기력으로 고비 때마다 분위기를 젠지쪽으로 끌어당기며 팀의 연승행진을 책임졌다.
이로써 개막 14연승을 달린 젠지는 14승 무패 득실 +25를 기록, 로드 투 MSI 1번 시드 결정전 직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경기 후 OSEN을 만난 ‘룰러’ 박재혁은 “개인적으로도 팀적으로도 아쉬웠던 점이 많이 있었다. 1세트의 경우 유리한 타이밍에서 못 굴리면서 손해를 오히려 많이 봤다. 상대인 T1이 잘했지만,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경기력을 보여드리지 못했다. 더 잘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던 경기라 아쉽다”라고 주먹을 불끈 쥐면서 아쉬워했다.

박재혁은 리그 복귀 이후 첫 대회였던 LCK컵을 다시 반등할 수 있는 계기가 된 대회라고 당시를 회상하면서 무엇보다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거나 확인하는 순간에서 희열을 느낀다는 입장을 전했다.
"예전에는 기록에 크게 의미를 부여하는 편이 아니었다. 그러나 LPL을 다녀온 후에는 기록적으로 분명 신경을 쓰고 있다. 2년간 있었던 LPL의 첫 해는 정말 완벽했었다. LPL 리그, MSI, 아시안게임까지 너무 좋은 성적을 올렸다. 롤드컵이 아쉬웠지만, 다시 생각해도 2023년은 대단한 한 해였고, 개인적으로 업적을 세운 해였다. 그러나 이듬해 아쉬운 성적을 내면서 나 자신에 대한 의문과 걱정이 생겼다. 그러면서 LCK컵 당시 부진이 큰 자극과 동기부여가 됐다. 그래서 요즘은 기록을 내면 ‘또 다시 잘할 수 있구나’라고 나 자신을 칭찬하면서 뿌듯해한다.”
끝으로 박재혁은 T!과 맞대결 승리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단지 그냥 이번에는 ‘우리가 잘했던 것’이라며 미소지었다. 일희일비 보다는 현 주소에 대한 자신이 생각하는 팀의 지표 체크 정도로 생각했다.
“상대전적이 젠지가 정규시즌 좋아서 나 역시 그 점이 신기하기도 했다. 심지어 LPL에 있을 때도 젠지가 T1을 이겨서 그 궁금증이 항상 있었다. 다시 젠지로 돌아와 T1과 경기를 하면서 느낀 건 그냥 ‘우리 팀의 현 경기력이 잘하는 상태다. 그래서 이길 수 있었던 같다’라고 생각을 정리했다. 오래전부터 보아오던 선수들과 대결이라 붙을 때마다 의미 부여는 안 하려고 한다. 단지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임했다.” /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