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고윤정이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이하 '언슬전')의 뒷이야기를 털어놨다.
최근 서울 서초구의 한 카페에서는 tvN 드라마 '언슬전' 배우 고윤정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지난 18일 최종회로 막을 내린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은 인기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의 스핀오프격인 작품으로, 방영 전 의료계 파업 이슈와 맞물려 편성이 연기되며 우여곡절 끝에 시청자를 만나기도 했다.
이날 고윤정은 작품을 마친 소감에 대해 “일단 아쉽다. 금방 끝나는 거 같다. 얼마 안 한 거 같은데 끝난다고 하니까 아쉽다. 마지막 촬영 날 다들 헤어진다고 생각하니 아쉬운데, 지금에야 진짜 헤어지는 느낌이 드는 것 같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방영까지 다소 시간이 걸린 것에 대해선 "그래서 오히려 헤어지는 기분을 두 번 느끼는 것 같다"라며 "마지막 촬영 날 '다음에 또 보자'라고 했는데, 저는 다음 촬영이 있어서 가야 해 속상했는데, 촬영한지 1년 뒤 작품을 다시 보니까 내용도 기억이 잘 안 났다. 도원이(정준원 분)과 어떻게 되냐, 몇 화에서 이어지는지 기억이 안 나서, 시청자 입장으로 재미있게 봤다"라고 웃었다.

특히 드라마와 의료 파업이 한창인 현실과의 괴리감이 있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답했다. 고윤정은 “하필 또 제 캐릭터가 계속 관둔다, 관둔다 하니까”라고 조심스레 운을 떼며 “하지만 드라마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친구들이 너무 부족한 1년 차부터 서서히 성장하는 게 주된 내용이다. 물론 걱정은 됐었다. 반응이 어떻게 나올지도 모르고. 일단 이 드라마 홍보를 하고자 1년 만에 친구들을 만난 게 반가웠고, 부족한 캐릭터의 성장 서사를 주로 보다 보면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처음에 대본을 볼 때도 전공의 이야기보다는, 어설픈, 의사 같지 않은 사람들의 과정처럼 보였으니까. 그래서 그런 걱정은 없었다”라고 답했다.
연기에 대한 비하인드도 전했다. 그는 의학 용어 연기에 대한 부담감에 대해 묻자 “어려웠는데, 교수님들이 더 어려웠을 거라고 생각을 한다. 저희는 1년 차고, 어설퍼야 되는 상황이라, 능수능란하게. 자연스럽고. 익숙하게 입에 붙어있으면 오히려 감독님이 잘해 보이지 않았으면 다시 한번 디렉팅을 주시기도 했다. 저는 오히려 그렇게 어렵지 않게 찍었다”라고 돌아봤다.
극중 1년 차 레지던트 오이영 역을 맡아 다소 ‘퀭’ 한 모습을 보여줘야 했던 고윤정. 다만 일각에서는 ‘그래도 예쁘다’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고윤정은 “저도 모니터링하고 놀랐는데, 처음 1~2화 초반에는 화면에 색보정이 들어가지 않나. 현장에는 입술색이 없었는데 진하게 보이기도 하고. 초반은 저도 아쉽더라. 이 밸런스를 맞추는 과정인 거 같다. 진해 보이면 줄이고, 쾡해 보이면 올리고, 하는 과정이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리고) 사실 첫날에는 이영이가 병원에 몸을 담그겠다는 마음으로 간게 아니라, 수틀리면 그만둬야지,라는 마음으로 간 거였다. 그래서 한껏 꾸미고 간 거다. 그런데 같은 날이 이어지다 보니, 수술실도 그 메이크업 상태로 연결이라, 수술방에서의 메이크업은 괴리감이 있었을 거라 생각했다”라며 “나름 떡 진 머리를 하고 무스를 바르고. 다크서클 분장도 하고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까 잘 안 나온 것 같긴 하다. 그래도 메인 멤버니까, 예쁘게 나왔으면 하는 마음에 반사판도 대주셔서 분장이 날아가고 했나 보다. 조금 더 슬기로운 배우가 되어야겠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뜨거운 반응을 얻은 정준원과의 겹사돈 로맨스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고윤정은 “(반응을) 전혀 예상 못 했다. 다들 만나면 ‘구도원 오이영이 터질 줄이야!’였다. 작가님들도 몰랐다고 한다. (저는) 로맨스는 항상 통할 거라는 생각은 가지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일 줄은 몰랐지만”이라고 털어놓았다.
고윤정이 바라 본 ‘이영-도원’의 관계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이영이가 도원에게 끌린 이유를 묻자 "1년 차는 요구르트에 빨대만 꽂아줘도 반한다고 하지 않나. 작은 위로나 응원이 확대돼서 더 크게 느껴진 것 같다"라며 "명은원 선생님에게 오해받는 상황에서 구 선생님이 침착하게 도와준 점도 있고, 오래 본 사람이지만 그런 포인트 하나로도 충분히 반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로맨스 중심 반응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다고. 고윤정은 "'언슬전' 자체가 슬기롭지 못한 1년 차들의 이야기이지 않나. 그래서 딥한 의학 드라마라는 인정에 대한 기대는 없었다. 장 서사이다 보니, 조금 더 부족해서, 발전하고 나아가는 그림을 그리려고 했었다. 그래서 오히려 아쉽지 않았다. 로맨스로도 이런 반응이 있을 수도 있구나, 라는 반가운 마음이 있었다”라고 전했다.
현장 배우들과의 호흡도 전했다. 그는 선배 배우들과의 호흡 소감을 묻자, “작품을 보는 거 같더라. 제 생각엔, 선배님들 입장에서는 정말 까마득한 후배들이 있으니, 실수하는 걸 안 보여주고 싶지 않을 것 아닌가. 근데 실수해도 ‘한 번만 다시 가겠다’라고 빠르게 수용하고, 실수에 대해 창피해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아서 멋있어 보이더라. 그걸 보며 멋있다고 생각했다. 배우로서는 공기가 달라지는 느낌. 슛이 들어가자마자, 대사 전에도 공기가 달라지더라”라고 회상했다.
특히 서정민 교수로 분한 이봉련 배우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고윤정은 “이봉련 선배님은 ‘스위트홈’ 때 처음 뵀었는데, 함께 하는 분량이 없어 인사만 했던 사이였다. 이후 캐스팅 소식을 듣고 엄청 반가웠었다. 현장에서 제가 선배님들께 살갑게 하는 편이 잘 못된다. 어떻게 보면 놀자고 모인 게 아니라 일하자고 모인 건데. 괜히 선배님 피곤하게 하는 거 아닌가, 민폐가 아닌가 싶어서 말도 잘 못 걸고, 대화도 못 이어간다. 그러다 보니 (선배와) 친해졌다는 확신은 없었다. 근데 마지막 촬영 날 눈물이 안 났는데, 서 교수님과 마지막 씬때 눈물이 엄청나는 거다. 현장에서나 극중 관계가 비슷했던 거 같다. 엄청 친한 느낌보다는, 제가 존경하는 마음과 따르는 마음이 컸었다. 그래서 마지막 장면에 엄청 속상했다”라고 떠올렸다.

작품 밖, 배우 고윤정의 솔직한 마음도 들어볼 수 있었다. 그는 “고윤정으로 사는 것은 어떤가”라는 질문에 고심 끝에 “재미있는 것 같다”라고 답했다. 이어 “저는 연애도 뭐도 꽂히면 열심히 하는 타입이라. 저는 지금 일에 좀 꽂혀있는 거 같다. ‘대표님 좋아하시겠어요’라는 말을 들었는데, 생각해 보니까 그럴 거 같더라”라고 웃었다.
더불어 ‘예쁘다’라는 평가에 대한 생각에 “외모로 인한 득을 많이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연기 못해 보인다는 말보다는 예쁘다는 말이 낫지 않나. 그러면 오히려 좋은 거 같다”라면서도 “저도 숍에서 완성된 저를 보면 예쁘다 생각한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이어 “그리고 사실 이렇게 대놓고 면전에다 대고 예쁘다고 해주시는 분이 생각보다 없다. 누가 너 예쁘대,라고 해주시지. 좋기도 하고, 되게 부끄럽다. 오늘은 많이 들어서 그만해주셔도 될 거 같다”라고 말해 웃음을 더했다.
‘언슬전’ 시즌2에 대한 가능성에 대해서도 답했다. 고윤정은 “저는 만들어졌으면 좋겠는데, 이게 아무래도 극적으로 부족했던 스펙트럼이 1년 차에 나왔는데, 2년 차로 가면 또 다른 1년 차의 이야기가 나와야 할 거 같은데. 저희가 도와주는 입장이 될 텐데. 시즌 2가 나오면 아직도 슬기로워지지 못한 거지 않나”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반반인 거 같다. 빨리 (캐릭터들이) 슬기로워졌으면 좋겠기도 하고, 아직은 좀 천천히 슬기로워져서 시즌 2가 나왔으면 좋겠고”라며 “(아무래도) ‘슬의생’ 시즌 3에 나오는 게 더 좋은 거 같다”라고 웃었다.
현재 차기작을 준비하는 “백수”라는 고윤정은 예비 글로벌 시청자들에게 “사실 간장게장 먹고, 엽떡 먹고. 한국적인 문화가 많긴해서, 한국인끼리 공감할 정서가 많아서 재미있게 봐주실까 싶었는데, 어느 나라 사람이든 상관없이 초년생 시절은 있지 않나. 아직 성숙하지 못했을 때 본인의 모습을 생각하고, 공감해가면서 ‘저렇게 부족해도 성장하는구나’라고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다”라고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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