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SSG 랜더스가 9이닝 20삼진 굴욕을 4시간 만에 극복했다. 한국계 미국인 투수 미치 화이트(31)가 SSG를 충격 속에서 빠져나오게 했다.
화이트는 지난 17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치러진 한화 이글스와의 더블헤더 2차전에 선발등판, 7이닝 3피안타 1볼넷 11탈삼진 1실점 호투로 SSG의 5-2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4승째를 거둔 화이트는 평균자책점도 2.29로 낮췄다. SSG의 더블헤더 1차전 패배 충격을 극복한 승리였다.
SSG는 이날 1차전에서 한화에 0-1로 졌다. 그냥 패배가 아니었다. 한화 선발 코디 폰세는 8회 2사까지 노히터로 SSG 타선을 잠재우며 무려 18개의 삼진을 잡았다. 탈삼진 18개는 KBO리그 역대 한 경기 최다 타이 기록으로 9회 정규이닝 기준으로는 최다 신기록이었다. 2010년 5월11일 청주 LG전에서 9이닝 동안 17개의 삼진을 잡은 한화 류현진의 대기록이 15년 만에 깨졌다.
SSG는 폰세가 내려간 뒤 9회 마지막 이닝 때 한화 마무리 김서현에게 2개의 삼진을 더 당했다. 한화는 9이닝 20탈삼진 경기를 펼쳤는데 정규이닝 기준 역대 최다 기록이었다. 종전 기록은 19개로 지난해 8월25일 SSG가 문학 KT전에서 해냈다.
하지만 이번에는 KBO리그 역대 최초 9이닝 20피삼진이라는 굴욕적 기록의 희생양이 됐다. 기록도 기록이지만 경기 내용도 아쉬웠다. 9회 무사 2루에서 박성한의 우전 안타 때 2루 주자 최지훈이 무리하게 홈을 파고들다 아웃되면서 추격 흐름이 뚝 끊겼다.
여러모로 아쉬운 패배였지만 곧 이어진 더블헤더 2차전에서 SSG는 빠르게 충격을 극복했다. 1차전 패배 이후 약 4시간이 흘러 2차전 승리를 확정했는데 선발투수 화이트의 호투가 있었다. 1회 2사 후 문현빈에게 내야 안타를 맞은 뒤 2루 도루를 허용하고, 노시환에게 중전 적시타로 선취점을 내줬지만 7회까지 추가 실점이 없이 한화 타선을 제압했다.

4회 ‘KKK’ 포함 삼자범퇴만 4이닝으로 안정감을 보였다. 총 투구수 102개로 시즌 처음 100개 이상 넘겼는데 스트라이크만 74개로 그 비율이 72.5%에 달했다. 공격적인 승부 속에 최고 시속 155km, 평균 152km 직구(50개) 중심으로 커브(19개), 커터(14개), 투심(11개), 스위퍼(8개) 등 5가지 구종 고르게 활용했다.
경기 후 화이트는 “1회 피치컴이 작동하지 않아 시작은 조금 혼란스러웠지만 그 문제가 잘 정리된 뒤 만족스러운 투구를 했다. 힘든 경기였지만 팀 전체가 함께 해낸 승리”라고 소감을 밝힌 뒤 “한화는 한 번 만나봤던 팀이라 어느 정도 익숙했다. 게임 플랜은 늘 비슷하게 들어가는데 우타자에겐 공격적으로 스트라이크를 던져 빠르게 맞혀 잡거나 안 되면 낮게 던져서 삼진을 노린다. 좌타자 상대로는 위아래를 많이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1차전에서 폰세의 18탈삼진을 지켜봤던 화이트는 “크게 부담은 없었다. 별개의 경기라고 생각했다. 상대든 나든 지난 경기는 생각하지 않고 다음 이닝, 다음 공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만 집중했다”고 말했다.

햄스트링 부상으로 시즌 출발이 늦었지만 지난달 17일 문학 한화전에서 1군 데뷔전을 치른 뒤 정확히 한 달의 시간이 흘렀다. KBO리그를 경험하며 가장 놀란 것에 대해 화이트는 “항상 말하지만 팬들이다. 오늘도 경기 중 비가 왔지만 팬들이 끝까지 다 함께 노래를 부르는 분위기는 정말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진심으로 최고”라면서 한국의 응원 문화에 놀라워했다.
화이트는 이날까지 6경기에서 4승을 거두며 패전이 없다. 화이트의 투구도 좋지만 그가 나올 때마다 SSG 타선의 지원도 활발하다. 9이닝당 득점 지원이 8.7점에 달한다. 이날도 타선이 8회까지 5득점으로 적절하게 지원하면서 화이트의 승리를 도왔다.
화이트는 이 같은 득점 지원에 대해 “덕아웃에서도 다들 그 이야기를 하더라. 이유는 모르겠지만 좋다. 앞으로도 계속 도와줬으면 좋겠다”며 웃은 뒤 “오늘처럼 상황에 따라 팀이 필요로 하면 100구 이상 던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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