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애 "누구나 헤다일 수 있어..악플러들 가다 넘어졌으면 하는 생각 하기도" [인터뷰 종합]
OSEN 지민경 기자
발행 2025.05.13 15: 45

32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선 배우 이영애가 연극 ‘헤다 가블러’로 관객들과 마주했다. 억압된 시대를 살아가는 복합적인 여성 ‘헤다’를 통해, 이영애는 자신 안의 낯선 감정과 어둠까지 끌어내며 깊이 있는 연기를 펼치고 있다. “누구나 자기 안에 헤다가 있다”는 그의 말처럼, 무대 위 이영애는 차갑고 외로우면서도 뜨거운 헤다의 얼굴을 담아낸다.
이영애는 13일 오후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연극 '헤다 가블러’ 관련 인터뷰를 진행하고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연극 '헤다 가블러'는 억압된 시대에서 자유를 갈망하는 한 여성의 내면을 집요하고 섬세하게 파고든 고전 명작이다. 세계적 극작가 헨리크 입센의 1890년도 작품으로, 입센의 고전을 미니멀한 무대와 대형 스크린 등을 활용해 현대적 감각으로 재탄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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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년 만에 연극 무대에 다시 오른 이영애는 “첫 공연에서는 사실 그렇게 떨린다기 보다는 그냥 대사 잊어버리지 말고 해왔던대로 차근차근해나가자가 목표였다. 매뉴얼 대로만 해 나가자가 목표여서 전해지는 감동이나 그런게 어느정도 될지 많이 걱정이 됐는데 다행히 잘 봐주셔서 감사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어느 정도 익숙해지다보니까 무대에서도 즐길 수 있게 되고 관객과 소통을 할 수 있게 되고 이렇게 해봤던 것을 변주도 해보고 했다. 대극장이다 보니까 관객들이 제 눈을 볼 수 없으니까 스크린에 영상을 띄우기도 하고 대사도 관객들을 보고 하려고 다시 액팅을 해보기도 하고 이제는 즐기려고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이영애가 연기한 ‘헤다 가블러’의 주인공 '헤다'는 아름다우면서도 냉소적이고, 지적이면서도 파괴적인 성격을 지닌 복합적인 캐릭터다. 이영애는 고독과 욕망, 냉소와 분노가 뒤섞인 헤다의 복합적인 감정을 절제된 에너지로 표현해내며 관객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그는 헤다라는 인물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여자다, 이런 사람이 어디있냐고 120년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이해 못하는 구석이 많지만 설득력 있게 악녀로 그리기 보다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의 여자로 그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봐주시는 분들이 꽤 있는 것 같아서 연구했던 게 헛되지 않았구나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여자의 성격 자체가 차갑고 현대적인 외롭고 소외된 사회에서 누구나 고립될 수 있고 가족이 있지만 사랑이 부족한 사람이 많지 않나. 떠나가고 싶고 붕 떠버리고 싶은 마음이 누구나 있다. 그런 존재를 헤다를 통해 이해를 하더라. 저런 사람이 있을 수 있겠구나 하고 이해를 해봤다. 헤다를 아시던 분은 너무 가벼운가 싶을 수 있는데 사실 헤다는 그럴 수도 있다는 정의를 내리고 싶었다. 누구나 자신 속에 헤다가 있다는 것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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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 안에도 헤다가 있을 수 있다고 밝힌 이영애는 “제 안에도 저도 몰랐던 나를 끌어내서 스스로 희열을 느끼기도 하고. 관객들은 저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거고 제 안에도 그런 어두운 마음이 있을 수 있지 않나. 악플 다는 사람들 어디가서 넘어져라 그런 생각도 하고.(웃음) 누구나 헤다가 있지 않을까”라고 전했다.
헤다처럼 우울이나 분노를 느낀 적이 있냐는 질문에 그는 “우울증까지는 아닌데 코로나 때 힘들었다. 제가 아이가 둘이고 초등학교 2, 3학년인데 집에서 영상 수업을 하는데 미치겠더라. 그래서 울었다. 뛰쳐나가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게 ‘구경이’였다. 그때가 힘들더라”라고 고백했다.
공교롭게도 이혜영이 출연하는 연극 ‘헤다 가블러’가 1주일 차이로 막을 올리는 바. 이혜영의 ‘헤다 가블러’를 통해 헤다를 알게 됐다는 이영애는 “선생님은 선생님의 색이 있고 저는 저만의 색이 있으니까 그냥 재미있는 편안하고 재미있고 누구나 안에서 찾을 수 있는 다양함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연극이 1회적이고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자리이기 때문에 한 회 한 회가 소중하더라. 어제보다 오늘이 나을 수도 있고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제가 만족한 날이면 어제 못했던 걸 보셨던 분들이 다시 와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저도 즐기면서 해 나가려고 하니까 끝까지 지켜봐달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관객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mk3244@osen.co.kr
[사진] LG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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