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한혜진이 무명 시절 겪었던 참담한 성희롱 피해를 고백하며 힘겨웠던 과거를 털어놓았다.
지난 12일 방송된 채널A ‘절친 토큐멘터리 4인용식탁’에서는 한혜진이 힘겹게 버텨야 했던 무명 시절의 고통스러운 경험을 솔직하게 전했다.
한혜진은 “당시에는 1년 365일 중 열흘쯤 쉬었다. 현충일인 6월 6일에도 나이트클럽이 문을 닫는 날이라서 그날은 쉰 거다”라며 바쁘게 뛰어다녔던 시절을 떠올렸다. 하지만 그렇게 열심히 활동했어도 성공은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나는 음반만 내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1집, 2집, 3집 모두 실패했다”며 좌절의 연속이었다고 털어놨다.
특히 그녀는 “아버지가 논, 밭까지 팔아서 음반 제작을 도와주셨다. 당시 시골에서는 저 집 딸이 집안 말아먹는다고 소문이 날 정도였다. 40년 전 몇 억이면 지금으로 치면 어마어마한 금액”이라며 미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대형 슈퍼마켓에서 행사 무대를 나갔던 한혜진은 무대조차 없어 사람들 통로 한복판에서 콜라 박스를 밟고 노래를 해야 했다. 그녀는 “그때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고 힘겹게 털어놨다.

무엇보다 충격적이었던 건 스탠드바에서 겪은 성희롱 피해였다. 한혜진은 “스탠드바에서 테이블과 무대 높이가 같았다. 손님이 술에 취해서 내가 예뻐 보였나보다. 갑자기 한 남자가 내게 다가와 아무 말도 없이 돈을 가슴에 쑥 넣고 갔다. 그 순간 모든 자존심이 무너졌다”고 말해 주변을 숙연하게 했다.
그녀는 “지금이었다면 ‘왜 여기다 넣으세요?’라고 따졌겠지만, 그땐 너무 어려서 울면서 노래를 불렀다”며 “관객들이 울지 말라고 박수를 쳐줬다. 그 장면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고 담담히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아버지께 가수를 그만두겠다고 했더니, ‘뭔가 하려면 끝까지 해야 한다, 그게 쉬운 줄 아냐’고 말씀하셨다”며 결국 아버지는 마지막으로 과수원까지 팔아 딸을 지원해줬다고 밝혔다.
그렇게 힘겹게 만든 곡이 바로 한혜진을 스타덤에 올린 ‘갈색추억’이었다. 그녀는 “‘갈색추억’을 부르면서 정말 많이 울었다. 드디어 아버지에게 떳떳한 딸이 됐구나 싶었다. 아버지가 정말 자랑스러워하셨다”고 전해 깊은 울림을 남겼다. /kangsj@osen.co.kr
[사진]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