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떠난 지 2년이 됐지만 투수 에릭 페디(32·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는 아직도 NC 다이노스를 잊지 않았다. 잊을 수 없었다. 워싱턴에서 우연히 본 NC 유니폼을 보고 한국을 떠올린 페디가 데뷔 첫 완봉승을 거뒀다.
페디는 지난 1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워싱턴 D.C. 내셔널스파크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등판, 9이닝 6피안타 무사사구 8탈삼진 무실점 완봉승으로 세인트루이스의 10-0 승리를 이끌었다.
2014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18순위로 자신을 지명하고, 2017년 데뷔 후 2022년까지 6년을 몸담은 ‘친정팀’ 워싱턴 상대로 데뷔 첫 완봉승을 거둬 인상적이었다. 2022년을 끝으로 논텐더 방출된 뒤 처음으로 찾은 워싱턴 내셔널스파크에서 첫 완봉승이라는 잊지 못할 순간을 장식했다.
![[사진] 세인트루이스 에릭 페디.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5/05/10/202505101700773036_681f6d81f34c4.jpg)
1회 워싱턴 1번 CJ 에이브람스에게 2루타를 맞고 시작했지만 다음 세 타자를 범타 처리한 페디는 9회까지 더 이상 주자 2루 보내지 않고 압도적인 투구를 했다. 9회 선두 제임스 우드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나다니엘 로우를 2루 병살 유도한 뒤 키버트 루이스를 유격수 내야 뜬공 잡고 경기를 끝냈다.
총 투구수 109개로 최고 시속 95.2마일(153.2km), 평균 93.4마일(150.3km) 싱커(46개)를 비롯해 스위퍼(26개), 커터(23개), 체인지업(14개)을 구사했다. 주무기 스위퍼로 3개의 헛스윙 삼진을 잡는 등 4가지 구종 모두 삼진 결정구로 쓸 만큼 구종 완성도가 높았다. 우타자 바깥쪽, 좌타자 몸쪽을 찌르는 칼같은 제구로 루킹 삼진도 2개나 잡았다.
완봉승이 확정된 순간, 페디는 야수들을 바라보며 한국식 손가락 하트를 보냈다. 이어 포수 페드로 파헤스를 껴안은 뒤 번쩍 들어올리며 기뻐했다. 이어 경기를 중계한 ‘애플TV’와 인터뷰에서 동료들이 쏟아낸 물 폭탄 세례를 맞고 흠뻑 젖었다.

![[사진] 세인트루이스 에릭 페디가 완봉승을 거둔 뒤 동료들로부터 물 세례를 받고 있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5/05/10/202505101700773036_681f6d82a7bd4.jpg)
인터뷰를 이어간 페디는 “지난해(4월29일 시카고 화이트삭스 시절) 탬파베이 레이스 상대로 9회에 완봉승 기회가 있었지만 놓쳤다. 이번에는 완봉승을 하기 위해 침착하게 마음을 다잡았다. (8회를 마친 뒤) 덕아웃에 들어갔더니 감독이 나 보고 마무리하라고 했다. 그만큼 나를 믿어줬고, 완봉승을 해낼 수 있었다. 수비도 정말 좋았고, 타선이 점수를 많이 뽑아줬다. 팀이 함께 만든 승리”라며 믿어준 올리버 마몰 세인트루이스 감독과 동료들에게 고마워했다.
이어 페디는 “오늘 경기 전 불펜 근처에서 나의 한국 팀인 NC 다이노스 유니폼을 입은 사람을 봤다. 내가 여기까지 온 여정을 상기시켜준 정말 멋진 순간이었다. 경기 전에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완봉승의 징조였던 것 같다”며 NC 유니폼을 입고 워싱턴을 찾은 팬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페디는 워싱턴에서 유망주로 기회를 받았지만 기대만큼 크지 못했고, 2023년 한국에서 커리어 전환을 노렸다. NC 유니폼을 입고 한국에 온 페디는 겨우내 애리조나 투구 아카데미에서 장착한 스위퍼와 함께 체인지업을 가다듬어 새로운 투수로 진화했다. 그해 30경기(180⅓이닝) 20승6패 평균자책점 2.00 탈삼진 209개로 외국인 투수 최초 트리플 크라운을 해내며 MVP를 받았고, 2년 1500만 달러에 화이트삭스와 계약하며 빅리그에 유턴했다.
![[사진] 세인트루이스 에릭 페디(왼쪽)가 완봉승을 거둔 뒤 포수 페드로 파헤스와 기뻐하고 있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5/05/10/202505101700773036_681f6d83679b6.jpg)
지난해 7월말 세인트루이스로 트레이드되며 2개 팀에서 31경기(177⅓이닝) 9승9패 평균자책점 .330 탈삼진 154개로 ‘KBO 역수출’ 성공 사례가 됐다. 올 시즌에도 8경기(46⅔이닝) 3승3패 평균자책점 3.86 탈삼진 29개로 준수한 성적을 내고 있다. 한국을 다녀온 뒤 몰라보게 달라진 모습으로 3년 만에 워싱턴을 방문했고, 이곳에서 경기 전 NC 유니폼을 보고 완봉승했으니 여러모로 페디를 둘러싼 이야깃거리가 많은 하루였다.
페디는 워싱턴에서 완봉승한 것에 대해 “기분이 이상하다. 처음 빅리그에 올라왔을 때 언젠가 여기서 완봉을 할 거라고 상상했는데 상대팀 선수로 할 줄은 몰랐다”며 “워싱턴에는 내가 좋아하는 트레이너, 스태프 등 나의 커리어에 큰 도움을 준 사람들이 아직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기분은 조금 묘하지만 이곳에서 완봉을 하게 돼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사진] 세인트루이스 에릭 페디.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5/05/10/202505101700773036_681f6d841b016.jpg)
‘MLB.com’과 인터뷰에서도 페디는 “워싱턴에 어떠한 악감정도 없다. 그들은 내게 모든 기회를 줬다. 나를 지명했고, 메이저리그 선수가 될 수 있게 해줬다. 나의 커리어에서 그들에게 많은 빚을 졌다”며 “하지만 팀을 떠나고 나서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항상 있다”고 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