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은 물려주는 게 아니에요. 사회에 환원하는 거죠.”
‘이웃집 백만장자’로 출연한 국내 1세대 CI 디자이너 구정순이 “유산은 조카에게 물려주지 않고 사회에 환원할 것”이라는 소신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7일 방송된 EBS·E채널 예능 ‘서장훈의 이웃집 백만장자’에는 50년 넘게 대한민국의 굵직한 기업 CI(기업 이미지)를 디자인하며 살아온 구정순 디자이너가 출연했다. LG의 전신 금성사를 비롯해 KBS, 삼성 애니콜, 싸이월드 등 한 시대를 풍미한 브랜드들의 로고를 탄생시킨 인물로, 현재는 서울 청담동 한복판 1400평 규모의 대저택에서 거주 중인 자수성가형 ‘백만장자’다.

구정순은 "내 직업은 그래픽 디자이너이고, 회사의 CI 로고를 주로 작업한다"며 "보통 사람들이 CI 하면 로고만 생각하는데 크게 보면 리서치하고 전략을 짜고 콘셉트를 개발해서 디자인 개발 단계로 넘어간다.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연필로 디자인을 스케치한다. 아마 몇 천개를 그렸을 것"이라고 밝혔다.
방송에서는 억대 미술품 500여 점과 전설적 디자이너 조지 나카시마의 수억 원대 의자, 30년 전 투자한 청담동 부지를 통해 건물주가 된 구정순의 삶이 조명됐다.
서장훈은 “이런 부를 이룬 구 선생님의 유산은 누가 이어받느냐”는 질문을 던졌고, 구정순은 “아직 결혼하지 않았다. 조카는 많지만 미술관은 물려줄 수 있는 게 아니다”며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이어 “한 번도 그림으로 재테크를 해본 적이 없고, 예술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이라며 “현재 재단을 준비 중이며, 결국 사회에 환원하고 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구정순은 “내가 만든 이 공간은 개인의 부를 과시하기 위한 공간이 아니라, 우리나라 디자인과 문화 자산으로서 사회와 나누기 위한 것”이라며 “내 손으로 만든 것들을 다시 사회에 돌려주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소신 있게 말했다.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서장훈은 “오늘 선생님을 뵙고 부자란 단어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며 “마음이 겸손해지고, 초심으로 돌아가는 계기가 됐다”고 감탄을 표했다.
한편, 구정순은 단 한 번도 ‘투자’를 목적으로 미술품을 수집한 적이 없으며, 디자인 역시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의미를 남기기 위한 작업”이라는 철학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미래에 누군가 이곳을 이어가더라도 그것이 사회 전체의 가치로 환원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kangsj@osen.co.kr
[사진] ‘서장훈의 이웃집 백만장자’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