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부바 세리머니를 창시하며 두산 더그아웃 분위기를 확 바꿨지만, 인터뷰는 정중히 사양했다. 지도자보다 선수가 더 돋보여야 한다는 초보 코치의 철칙 때문이었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는 지난 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시즌 6차전을 승리로 장식하며 2연속 위닝시리즈에 성공했다. 주말 대구 삼성 라이온즈 시리즈 2승 1패에 이어 라이벌 상대 2승 1패 우위를 점하며 지난주 KT 위즈전 1무 2패 충격을 완전히 씻어냈다. 시작은 미약했지만, 점차 투타 전력이 안정을 되찾으며 죽음의 9연전을 4승 1무 4패 5할 승률로 마쳤다.
반등 요인 중 하나는 밝아진 더그아웃 분위기. 그리고 그 중심에는 파이팅 넘치기로 유명한 박석민 타격코치가 있다. 박 코치는 2일 대구 삼성전 2-6 완패로 3연패에 빠진 두산의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세리머니 하나를 창시했다. 홈런을 치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는 선수들을 직접 업어주며 선수단의 사기를 끌어올리는 이른바 ‘어부바 세리머니’였다.
어부바 세리머니는 3연패 탈출로 이어졌다. 3일 삼성을 만나 4회말 선취점을 내줬지만, 6회초 양의지가 역전 투런포를 쏘아 올렸고, 박 코치의 등에 업힌 상태에서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역전의 기쁨을 누렸다. 두산은 6회초에만 대거 6점을 뽑아내며 삼성을 6-1로 잡고 반등 계기를 마련했다.
박 코치의 어부바 세리머니는 계속됐다. 4일 다시 삼성을 만나 김재환이 4회, 박준영이 7회 홈런포를 가동하며 11-6 승리를 이끌었는데 두 선수 역시 홈런을 친 뒤 박 코치 등에 업히며 더그아웃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그리고 어린이날 라이벌 LG를 상대로 시즌 2호포를 가동한 정수빈도 어부바 세리머니에 동참, 박 코치 등에 업힌 상태에서 더그아웃을 누볐다.

세리머니를 향한 선수단의 만족도는 최상이다. 정수빈은 “박석민 코치님이 세리머니를 새롭게 바꾸셨는데 코치님과 함께 하는 세리머니라서 너무 좋은 거 같다. 세리머니 덕분에 팀 분위기도 더 좋아진 느낌이다”라고 밝혔다.
사령탑도 2연속 위닝시리즈 반등 요인 중 하나로 어부바 세리머니를 꼽았다. 오프시즌 박 코치 영입에 직접 관여한 이승엽 감독은 “박석민 코치가 세리머니를 한 날부터 계속 이기고 있다. 아무래도 더그아웃 분위기가 어두우면 경기력은 물론 경기에 나가지 않는 선수들까지 동요할 수 있는데 지금은 코치와 고참들부터 으쌰으쌰 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세리머니 덕에 좋은 분위기 속에서 경기를 하고 있다”라고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정작 세리머니 창시자는 이를 크게 자랑스러워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어린이날 시리즈에서 박 코치를 만나 세리머니 창시 배경을 묻자 “대구에서 처음 시작했고…”라고 머뭇거리더니 “안 됩니다. (코치보다는) 선수들이 돋보여야 합니다. 인터뷰는 죄송합니다”라며 클럽하우스로 들어갔다.
박 코치는 2월 스프링캠프 때부터 취재진의 인터뷰를 사양해왔다. "코치보다 선수가 돋보여야 한다"며 선수의 공이 코치의 공으로 비춰지는 부분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취재진이 인터뷰를 요청하면 늘 “죄송합니다. 선수들이 잘한 겁니다”라고 미소를 지으며 이를 정중하게 사양했다. 대신 그라운드에서는 그 어떤 지도자보다 선수들과 대화를 많이 나누는 '열정맨'이다.
선수와 팀을 먼저 생각하는 지도자의 한 세리머니가 한국시리즈 진출이 목표인 두산을 다시 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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