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20년 만에 9연승을 달리며 단독 1위에 등극했다. 선발투수 문동주(22)가 김경문 감독의 믿음에 보답하는 6이닝 투구로 ‘최강 5선발’ 면모를 재확인했다.
문동주는 7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에 선발등판, 6이닝 6피안타 3볼넷 1사구 8탈삼진 2실점 퀄리티 스타트로 한화의 10-6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달 26일 대전 KT전부터 9경기 연속 이긴 한화는 2005년 6월4일 청주 두산전부터 6월14일 광주(무등) KIA전 이후 7267일 만에 9연승에 성공했다. 최근 23경기에서 20승을 쓸어담으며 시즌 24승13패(승률 .649) 마크한 한화는 공동 1위였던 LG(23승14패)를 2위로 밀어내며 단독 1위로 올라섰다.
7회 6득점을 몰아친 타선이 모처럼 터진 가운데 6회까지 문동주가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 3일 광주 KIA전에 선발 예고됐으나 우천 취소되며 로테이션을 한 차례 건너뛴 문동주에겐 지난달 26일 대전 KT전 이후 11일 만의 등판이었고, 실전 감각이 떨어진 영향인지 1~2회 경기 초반에 흔들렸다.
1회 1사 후 3연속 안타로 선취점을 허용했고, 2회에도 연속 안타와 볼넷에 희생플라이로 추가 실점했다. 2회까지 투구수가 52구로 긴 이닝을 던지기 어려워 보였지만 3회 삼자범퇴로 리듬을 찾은 뒤 6회까지 105구로 막았다.
4-2로 앞선 6회가 마지막 고비였다. 선두 김재성에게 던진 초구 직구가 빠져 몸에 맞는 볼이 됐고, 이재현에게 1~3구 연속 볼볼볼로 제구가 흔들렸다. 풀카운트를 만들었지만 결국 볼넷. 무사 1,2루로 동점 주자까지 나갔고, 다음 타자 안주형에게 던진 초구도 볼이 됐다.

그러자 양상문 한화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와 흐름을 한 번 끊었다. 페이크 번트 슬래시 동작을 반복한 안주형을 풀카운트 승부에서 헛스윙 삼진 처리한 문동주는 다음 타자 김태근에게 던진 3구째 포크볼이 폭투가 됐다. 하지만 포수 최재훈이 앞쪽에 튄 공을 빠르게 주워 2루로 송구, 주자를 잡는 데 성공했다. 수비 도움에 힘이 난 문동주는 계속된 2사 3루에서 김태근을 포크볼로 헛스윙 삼진 잡고 실점 없이 끝내며 포효했다.
한화 선발들의 ‘연승 폭탄’이 문동주에서 터지지 않았다. 경기 후 문동주는 “연승에 대한 부담감보다 이어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숙명이라고 느꼈고, 잘 이겨낸 것 같아 기분 좋다”며 “우리 선발들이 연승 기록을 즐기는 것 같다. 선발들이 워낙 좋기 때문에 연승을 하고 있고, 그걸 이어가야 한다는 생각에 더 좋은 피칭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 초반 투구수 관리에 실패하고도 6회까지 버틴 것도 문동주가 성장한 증거. 그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2회에 끝나는 상황이었는데 경험을 많이 하면서 조금씩 (극복하는) 다양한 방법을 찾은 것 같다. 흥분하지 않으려고 노력한 게 가장 컸다”고 설명했다.

벤치의 믿음도 문동주를 더 크게 만든다. 이날 6회 무사 1,2루에서 초구 볼을 던진 뒤 양상문 코치가 올라왔을 때 문동주는 교체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제구가 흔들리고 있었고, 투구수도 96개로 많았다. 교체를 해도 무방한 타이밍었지만 양 코치는 혼자 마운드를 내려갔다. 위기 상황에서 문동주로 밀고 나간 김경문 감독의 믿음이 있었다.
문동주는 이 상황에 대해 “솔직히 바뀌는 줄 알았다. 코치님이 올라오셔서 ‘지금 괜찮으니까 자신 있게 가자’라고 말씀해 주셔서 자신 있게 하려고 했다. 포수 최재훈 선배님도 많이 도와주셔서 좋은 결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김경문 감독도 경기 후 “문동주가 지난달 26일 이후 첫 등판이라 초반에 흔들렸지만 안정을 찾아가며 6이닝 2실점으로 본인 역할을 잘 소화해줬다”고 칭찬했다.
최근 4경기 연속 선발승을 거둔 문동주는 올 시즌 7경기(35⅔이닝) 4승1패 평균자책점 3.03 탈삼진 40개를 기록 중이다. 추위가 기승을 부리거나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으며 버티는 힘이 생겼다. 최고 시속 160km를 뿌리는 파이어볼러이지만 강속구 일변도에서 벗어나 포크볼이란 확실한 위닝샷을 장착한 효과도 크다.

문동주는 “구속에 대한 부분은 아예 신경 안 쓰고 있다. 구속에 욕심을 내서 힘을 쓰면 밸런스가 무너질 수 있다는 걸 최근에 느꼈다. 힘을 아끼는 건 아니지만 일정하게 같은 힘을 쓰려고 하다 보니 구속이 유지되는 것 같다”며 “포크볼도 투스트라이크 이후 타자들의 생각을 조금 더 복잡하게 만들 수 있어 제게 좋은 효과가 있다. (포크볼로 던질 때 깨질 수 있는) 손톱 관리도 잘하고 있어 걱정 안 하셔도 된다”고 자신했다.
이날 문동주의 승리는 불펜이 지켜주면서 완성됐다. 특히 7회 1사 1,2루 위기에 나와 르윈 디아즈를 중견수 뜬공, 대타 박병호를 헛스윙 삼진 잡고 위기를 정리한 김범수의 1⅔이닝 무실점 홀드가 결정적이었다. 7회 위기를 넘긴 뒤 김범수의 시원한 포효에 대해 문동주는 “범수 형이 항상 제 뒤를 잘 막아주신다. 동생 아끼는 것을 몸소 보여주셨다. 항상 투덜투덜대는 형이지만 동생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눈으로 확인했다”며 고마워했다.

데뷔 4년차로 통산 20승 달성한 문동주는 “내로라하는 선배님들과 이름을 같이 올리기엔 20승은 그렇다. 천천히 생각해 보겠다”며 팀의 단독 1위 등극에 대해선 “작년 시즌 끝나고부터 쉬는 시간 없이 다들 열심히 했다. 초반에 좋지 않았지만 선수들이 다 마음을 모아 계속 열심히 했던 게 지금 나오는 거라 생각한다. 잘 준비한 만큼 결과가 나오고 있고,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