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기상캐스터 故오요안나의 오빠가 동생의 생일을 맞아 비통한 심경을 밝혔다.
故 오요안나의 친오빠는 고인의 생일인 지난달 30일 SNS 계정에 “먼저 동생의 죽음에 애도해주시고 명복을 빌어주신 모든 분에게 고개 숙여 감사하다”며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이날 고인의 오빠는 “오늘 요안나가 평소 좋아하던 음식들을 소소하게 준비하여 생일상을 차렸다. 매년 축하해줬던 생일인데 이제 연락해도 받을 수 있는 동생이 없다는 게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며 "누구보다 밝고 열심히 살았던 동생의 휴대전화에서 자신의 사후를 대비한 듯한 증거 모음집을 보며, 동생의 마지막 선택이 충동적인 감정에 의한 것이 아니었음을 느껴 여전히 통탄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동생이 겪은 괴롭힘은 누구나 인생을 살아가면서 한 번쯤 겪을법한 부당한 일이 아닌, ‘한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갈 만큼의 심각한 수준의 괴롭힘’이었다는 사실"이라며 "제 동생은 끔찍한 괴로움 끝에 삶을 포기하는 선택을 내렸는데, 누군가는 여전히 아무렇지 않게 날씨를 전하며 안온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고 비통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제 동생은 세상에서 사라졌는데 그들은 아무렇지 않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모습이 저희에겐 2차 가해로 느껴졌다"며 "유가족들은 가해자들과 이를 방관한 이들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진정한 사과와 반성을 표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저희 동생이 하늘에서라도 편히 쉴 수 있도록, 억울함을 꼭 풀어주고 싶은 마음에 입장을 표한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앞서 고인은 지난해 9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당시 사망 원인 등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지난 1월 故 오요안나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비밀번호가 풀린 오요안나의 휴대전화에서 원고지 17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다고 보도됐다.

보도에 따르면 유서에는 특정 기상캐스터 2명에게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받은 내용이 담겼다. 먼저 입사한 동료 기상캐스터는 오보를 내고 오요안나에게 뒤집어 씌우는가 하면 또 다른 동료는 틀린 기상 정보를 정정 요청하면 ‘후배가 감히 선배에게 지적한다’는 취지의 비난을 했다는 내용이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MBC 측은 공식입장을 내고 “다만 분명히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고인이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자신의 고충을 담당부서(경영지원국 인사팀 인사상담실, 감사국 클린센터)나 함께 일했던 관리 책임자들에 알린 적이 전혀 없었다는 점”이라며 “고인이 당시 회사에 공식적으로 고충(직장 내 괴롭힘 등)을 신고했거나, 신고가 아니더라도 책임있는 관리자들에게 피해사실을 조금이라도 알렸다면 회사는 당연히 응당한 조사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MBC의 해명 이후 비판이 이어졌고, 이에 MBC 측은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지난 2월 첫 회의를 시작으로 조사에 돌입했다. 지난달 진행된 청문회에서 참고인으로 출석한 고인의 어머니는 “딸이 모든 억측에서 벗어나 편히 쉴 수 있도록 진실을 밝혀달라”며 “딸이 어디선가 울고 있지 않을까, 누군가를 미워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잠조차 잘 수 없다. 딸이 편하게 쉴 수 있게 도와달라”고 눈물로 호소하기도 했다. /cykim@osen.co.kr
[사진] SNS